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린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6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자영업자 종사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고금리의 제2금융권 부채를 빠르게 늘린 가운데 금리인상기와 맞물리며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특히 다중채무자들이 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부실화가 금융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경 머니는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을 만나 대출 부실화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해보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big story] 신용상 “제2금융권 대출 부실 가장 우려…채무조정 시급”
“카드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 대출 부실화가 가장 우려됩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매출이 줄고, 부채가 급증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다중채무로 인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수가 저소득·저신용자들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는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을 많이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의 고위험 대출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상승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러한 대출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고금리·저신용자들의 부채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데다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아서 금리급등기에는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신 센터장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규모나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실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급증으로 가계경제 부실, 금융기관 충격 및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그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조정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계부채를 꾸준히 늘렸다”며 “현재는 가계부채와 속도는 물론 부채의 질까지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big story] 신용상 “제2금융권 대출 부실 가장 우려…채무조정 시급”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채무보증 규모가 커진 것이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는지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PF의 위험 노출 규모는 2566조4000억 원으로 지난 4년간 42.8%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고,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어 일부 증권사의 기업 신용채권 부실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PF 대출 부실과 관련해선 최근 몇 년간 PF 대출을 빠르게 증가시킨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털사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금융 건전성과 금융 불안정 해소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부채 총량 관리 등 거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진행하면서 금리 상승과 정부 지원조치 종료에 따른 충격에 취약한 저소득 가계와 청년층 및 소상공,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신용카드 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증가하면서 카드론 급증에 대한 별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말 기준 카드론 이용자의 56%가 3개 금융기관 이상 채무가 있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6개월 이상 연체한 악성 카드론 비중도 12.8%로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최근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종료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새출발기금이 단순히 빚 탕감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는 현재 금융 시장의 건전성과 금융 불안정 해소 차원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환유예 종료로 인해 상환 부담이나 부실 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상환 시점의 탄력적 조정과 함께 대환대출 전환, 장기분할 상환 등 점진적인 상환 방식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주 부실화를 막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자금조달 시장 내에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처럼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역시 민간 부분에서도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g story] 신용상 “제2금융권 대출 부실 가장 우려…채무조정 시급”
다음은 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가계부채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가계 부문의 신용 불균형 상황은 크게 나빠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규모나 속도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증한 가계부채를 조정해 왔는데, 반대로 우리는 꾸준히 가계부채를 늘려 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큰 폭으로 늘어나 현재는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증가 폭이 가장 높아졌다.

정부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했는데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저신용자 부채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대출 질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됐다.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을 받는 차주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가계부채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나.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현재 1000조 원에 육박한다. 국내 자영업자 종사자는 총 56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소득은 임금근로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부채를 빠르게 늘렸고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부실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상당수가 저소득·저신용자들이어서 은행권보다는 금리 수준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많이 늘린 다중채무자들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출 부실이 결국 금융 불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부실 위험이 높아서 채무조정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 대책이 불가피한 영역이라고 보여진다.”

제2금융권의 대출 부실 리스크가 많이 우려되는데.
“실제로 제2금융권 대출 가운데 카드사와 저축은행, 증권사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10%대의 고금리·변동금리대출이고,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리상승기에 부실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리스크는 증권사와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된 채무보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우려가 된다.”

대출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부실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부실 우려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을 한다는 취지인데 일부 형평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의 건전성과 금융 불안정 해소 차원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채무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금리인상기에 변동금리 상품에 대한 위험이 그대로 노출되는데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 금융기관들이 장기간 안정된 금리로 대출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가 자금조달 시장 내에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주택담보자산의 기반으로 장기 MBS(주택유동화증권)를 발행하는 구조로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는 MBS 대부분이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는데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활성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금리인상기에 충격을 완화하려면 가계부채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한가.
“기준금리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고, 금융안정 문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DSR 등과 같은 가계부채 관리 규제, 대손충당금 및 자본 확충 등 금융기관 자본 적정성 강화 등 거시 건전성 규제를 통해 달성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유지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대출과 취약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과 같은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성실한 상환자들에 대한 보상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big story] 신용상 “제2금융권 대출 부실 가장 우려…채무조정 시급”
신용상 센터장은
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
전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기금운용위원
전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한국금융학회 이사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