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big story]한문도 교수 “부동산 PF 부실화…중소형 증권사 위험”
끝을 모르고 오르는 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에 대해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10년 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를 만들었던 부동산 PF 부실 공포가 최근 건설 업계와 금융권에 다시 감돌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지을 때 개발 사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사업권을 담보 삼아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개발 사업과 분양이 이뤄지기도 전에 시행사에 자금부터 밀어넣는 방식이라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높은 수수료의 단맛을 볼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겨지곤 했다. 부동산 호황기에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PF 대출에 뛰어든 이유다.

문제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부동산 침체기가 다가왔다는 점이다. 부동산 PF의 막대한 수익성만 보고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켰던 중소형 금융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부실 위험이 거론되는 업권은 증권사와 보험사,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이다.

실제로 PF 대출은 최근까지 크게 불어나는 추세였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은행, 보험, 여전, 저축은행, 증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 원에 달했다. 2014년 말 38조8000억 원의 PF 대출 잔액을 기록한 데 비해 189.2% 급증한 수치다.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결과다. 부동산 개발 수요가 증가한 데다 비은행권의 사업 다각화,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채무 보증을 포함한 PF 대출액이 빠르게 확대됐다.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 익스포저 비율을 보면, 은행권은 PF 대출 부실사태 발생 직전인 2010년 말 37.4%이었던 데서 올 6월 말 12.9%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 및 캐피털사)는 이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사는 4.7%에서 38.7%, 보험사는 12.6%에서 53.6%, 여신전문금융사는 61.5%에서 84.4%로 확대됐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10월 첫째 주 진행한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이미 부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일부 증권사 등이 도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결국 부동산 PF의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분양이다. 지금처럼 분양이 안 되면 방법이 없다”며 “보험사나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를 처음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어, 끝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리다가 이제 위기를 맞닥뜨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big story]한문도 교수 “부동산 PF 부실화…중소형 증권사 위험”
부동산 PF의 경우 부동산 활황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렸다. 그런데 침체기가 다가오니 부실 위험이 거론된다. 왜 그런 건가.
“부동산 시장에서 ‘불황’은 곧 신규 부동산의 분양이 안 된다는 뜻이다. 미분양이 난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PF의 본질은 사업의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화해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황이 오면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수준을 넘어, 모든 흐름이 깨져 버린다. 결국 PF 투자자금 회수가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럼 채권 부실이 생기고, 유동성 위기가 온다. PF로 인해 증권사, 보험사 등 회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금융기관을 너무 위대하게 볼 필요는 없다. 결국 금융기관도 자본 이익을 추구한다는 속성은 똑같다. 물론 좋은 금융사들은 항상 리스크 관리를 하겠지만, 이익 추구에 편중되다 보면 리스크 관리를 전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제1금융권보다는 증권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제1금융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스크를 많이 경험한 탓에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전한 투자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과거에는 증권사, 보험사가 부동산 PF를 거의 안 했는데, 2013~2014년 이후부터 수익성 강화를 위해 PF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면 3~7년 정도 호황기가 이어진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더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 수익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장밋빛 전망에 들떴고, 자연히 사업을 과대평가하게 됐다. 부동산 PF 대출액이 1년에 15~20%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부동산 PF 부실은 최근 들어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19년부터 금융당국에서 포착하기 시작했다.”

2019년 위험이 감지됐는데 최근 문제가 더 부각되는 이유는.
“결국 부동산 PF의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분양이다. 지금처럼 분양이 안 되면 방법이 없다. 제1금융권은 그걸 알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계산해서 보수적으로 대처했다. 반면 보험사나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를 처음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다. 끝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리다가 이제 위기를 맞닥뜨린 셈이다.”

분양 리스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준다면.
“개인적으로 아파트 미분양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손실은 어느 정도 보더라도 어떻게든 자금 회수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소화가 된다고 본다. 진짜 문제가 되는 부동산 PF는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쪽이다. 물류창고는 지난해 봄까지 수요가 높았다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고, 지식산업센터 역시 분양 자체가 잘 안 이뤄지는 상태다. 증권사, 캐피털사 등이 이쪽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 전통적으로 시장에 위기가 올 때 그 위기의 진폭이 비교적 덜한 것들이 있다. 주거용 부동산 같은 것들이다. 반면 나머지 부동산은 더 큰 위험에 빠진다.”

특히 어떤 업권의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가장 높다고 보나.
“순서로 따지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 그다음으로 매입 확약(신용공여형) 채무 보증이 많은 캐피털사가 위험하다고 본다. 또 보험사는 부동산 PF 대출액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리스크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역시 중소형사 위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소형 금융사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도산할 수도 있는 건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는 이미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걸 느끼기 시작한 지 꽤 됐다. 다만 내년 봄을 잘 넘긴다면, 어려운 상황이긴 해도 무사히 지나갈 것 같다.”

최악의 경우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 도산 가능성도 있나.
“연쇄 도산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기관에 계속해서 바젤Ⅲ 지침을 내렸고, 그 지침을 금융사들이 상당히 잘 지켰다고 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우리 금융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았다. 리스크 관리 기법이 해외 선진국 수준까지는 못 따라가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선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 놓았다고 본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시스템이 많이 정비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연쇄 도산이 되려면 금융사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고 물린 상태에서 다같이 타격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특히 내년 초 바젤Ⅲ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전반적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계속해서 제어해 왔다. 제1금융권과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유동성 목표를 달성해 여유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쇄 도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은 딱 하나밖에 없다. 뱅크런이다. 경제에 특정한 충격이 왔을 때 군중심리가 발동해 뱅크런 사태가 생길 수 있는데, 과거에 비해서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은 극히 적다고 판단된다.”

국내 부동산 PF 구조와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나.
“우리나라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부동산 PF에 접근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정산 시점에 일시적으로 수수료와 투자 원금을 받는 것을 넘어, 해당 건물에서 미래에 창출될 추가 수익까지 계산한다. 미래 가치에 대한 시나리오를 따져보고, 지분 참여를 하는 상황까지 생각하는 게 선진국 부동산 PF 스타일이다. 애초에 이 단계까지 계산한다는 것은 사업성 검토를 보다 완벽하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FI 단계까지만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수수료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A사업은 사업성 점수 80점에 수수료율이 10%이고, B사업은 사업성 점수 100점에 수수료율이 5%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금융사는 대부분 B사업에 참여한다. 증권사, 보험사, 캐피털사들이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해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는데, 솔직히 이런 분석을 제대로 하는 데가 거의 없었다고 본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성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 호황기 시절에 리스크 관리를 최대한 강화하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금융사는 해외처럼 SI 개념으로 부동산 PF에 접근하면 된다.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계산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그 건물의 향후 가치에 대한 전략적 투자 개념으로 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비중을 둔다면 부실 위험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부동산 사이클은 일반 경제 사이클보다 진폭이 크고 길다. 장기 플랜에 맞춰서 선행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한편으로는 금융감독기관도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결국은 부동산 PF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부족한 면이 있었고, 정치권도 PF 관련 룰을 미비하게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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