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CEO 인사태풍…관피아 논란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금융권에 외풍이 강하게 불어닥치며 교체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의 외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권이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차기 수장이 친(親)정부 인사로 채워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관피아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임기 만료 앞둔 금융권 CEO 연임 여부 촉각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에 이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CEO와 은행장들만 무려 6명에 달한다.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2월에 임기가 끝나고, 이어서 내년 1월과 3월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외압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기 사퇴를 결정한 것에 이어 윤종원 은행장도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금융 회사 CEO에 낙하산을 앉히기 위한 외압 가능성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손태승 회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라임 징계와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인 행정소송 제기 등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언급하며, 취소소송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듯한 발언이 문제제기 되기도 했다.

손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은 일시 중지되고 연임하게 되면 임기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5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들에게 한 달가량 중징계 대응 방안과 거취 등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CEO 자리 놓고 하마평 잇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한금융지주 CEO 선임과 관련해서 조용병 현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허영택 신한금융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차기 회장 숏리스트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 압축 후보군에 외부 인사가 포함된데에는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한 당국의 권고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의 경우 재일동포 대주주 등의 영향으로 타 금융사들에 비해 정부 입김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이 나오는 반면 농협금융과 IBK기업은행은 벌써부터 차기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BNK금융지주은 현재 공석으로 있는 차기 회장에 대한 후보군으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만 70세 룰'을 추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놓고 업권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을 위함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차기 우리금융지주 후보군으로 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기업은행 역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며, 노조측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수협은행의 경우 예상을 깨고 내부 출신 행장이 선출되면서 외압 논란은 잠잠해졌다. 앞서 수협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한 차례 후보 재공모와 갑작스러운 최종 후보 선출 연기 등 잡음이 일면서 외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내부 출신으로 강신숙 행장이 취임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으로 현재는 금융권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디지털 금융 산업의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금융사에까지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센 상황에 대해 금융사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