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동장군이 매섭게 일상을 파고들었다. 겨울철 추위야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칫 체온 유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십상이다. 겨울철 적정한 체온 유지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겨울철 체온 저하는 건강 적신호...대비책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는 체온이 떨어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추위로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떨어져 면역력이 감소한다. 병균에 맞서는 힘이 약해져 감기, 독감, 폐렴 등 각종 감염 질환에 잘 걸린다.

추위로 체온이 떨어지면 혈압을 상승시켜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실제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여름철인 6~8월에 비해 추워지는 겨울에 더 많다. 체온이 떨어지면 통증도 심해진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게 되는데, 평소 안 좋았던 관절이나 척추 주변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서 통증을 더 느끼게 된다. 겨울철 건강을 지키려면 ‘체온 유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 몸은 추위에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체온 조절 시스템이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근육, 간, 심장 등 우리 몸에서 열을 생산하는 주요 기관의 대사 활동이 활발해진다. 하지만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이 시스템만으론 버티는 게 힘들다.

체온이 정상(37.5도)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통증, 피로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지만, 저체온증까지 가면 상황이 심각하다. 저체온증이란 중심체온(항문 안쪽의 직장에서 잰 온도)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혈액순환이 잘 안 돼 각종 장기에 손상이 가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저체온증 진단 기준인 35도가 되면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긴다. 오한은 저체온증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신호이므로, 즉시 실내로 들어가 체온을 높이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체온이 33도로 내려가면 근육이 딱딱해지고, 30~31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지며, 29도가 되면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고, 28도가 되면 심장이 정지해 사망한다. 저체온증은 기온이 아주 많이 떨어질 때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만 해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저체온증 위험이 높아진다.

저체온, 혈관 질환이 있으면 더 위험
고혈압, 당뇨병, 말초혈관질환자, 동맥경화증 등과 같이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체온증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체온 조절의 핵심 기관이 바로 혈관이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질 때는 열을 만들어내는 근육, 간, 심장 등의 조직에는 혈관을 팽창시켜 혈액이 많이 가도록 하고, 열을 빼앗아 가는 피부 등에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이 가능한 적게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혈관이 손상돼 있는 경우에는 혈관의 수축과 팽창이 원활하지 않아 추위가 닥쳤을 때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더 높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이 있어도 대사 능력이 떨어져 열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뇌졸중과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은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 기능이 떨어져 있어 체온 유지에 주의해야 한다. 노인도 저체온증에 취약하다.

노인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체지방이 없고, 대사율이 떨어져 열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 체온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약 700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추위 속에서 의식을 잃고 움직임이 없는 사람을 보면 즉시 응급실로 데려와야 한다. 입을 통해 따뜻한 산소를 공급하고, 따뜻한 포도당 식염수를 정맥에 주사해 최대한 빨리 체온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저체온증은 실외에서만 일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체온증이 나타난 장소로는 실내가 33.7%(30건)를 차지했다는 국내 조사 결과가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추운 날 난방을 하지 않고 지낸 경우가 대부분으로,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실내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자다가 저체온증에 빠지는 사례가 있다. 추운 날씨에는 적정 실내 온도(18~24도)인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생활 속 체온 유지법
혈관질환자나 노인이 아니더라도 면역력 유지를 위해 겨울철 체온 유지는 필수다. 생활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목도리와 모자는 필수
목과 머리는 체온이 잘 빠져나가는 부위다. 미군에서 실험을 한 결과 체온의 50~75%가 머리와 목을 통해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추운 날 목과 머리의 보온을 위해 목도리와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알려진 이유다.

‘목과 머리’의 중요성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국내 실험도 있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체온에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긴 머리와 묶은 머리를 한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마 온도와 귀 뒤 온도, 전체 평균 피부 온도도 묶은 머리가 가장 낮았다. 긴 머리가 목 등의 열 발산을 차단하고 보온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묶은 머리는 목, 이마, 귀 뒤에서 낮은 온도를 보여 추운 환경에서 열을 발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목과 머리는 신체에서 10% 차지할 정도로 작은 면적이지만 체온 조절에서 산열량과 방열량을 좌우하므로 체온 조절의 중심부인 목과 머리를 보호해서 따뜻하게 해야 한다. 겨울엔 목도리를 꼭 둘러야 한다. 모자를 같이 착용하면 보온 효과는 더 올라간다.

체온 올리는 음식 먹기
생강, 계피, 부추, 마늘, 대추 등 몸에 열을 만들고 몸속 대사를 활발히 하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체온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생강의 진저론, 쇼가올 성분은 체온을 상승시키고 몸속 차가운 기운을 빼내는 역할을 한다. 계피는 혈류량을 늘리고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한다. 계피를 꾸준히 섭취하면 수족냉증, 소화장애, 변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추도 한방에서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는 부추가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배가 잘 아프거나 손발이 찬 사람이 즙을 내어 먹으면 좋다고 나와 있다. 또 부추는 철분이 함유돼 혈액 생성과 혈액순환을 돕는다.

30분 이상 운동하기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혈액순환도 원활해져 체온 유지에 좋다. 또한 운동으로 근육량이 증가하면 기초대사랑(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양)이 늘어난다. 기초대사량 대부분은 체온 유지에 쓰이므로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 추위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이 효과적이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