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최창규 삼성운용 본부장 “ETF, 10년 내 공모펀드 대체할 것”
고금리 상황에서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어떤 투자 상품들도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금리 시대에 투자 상품은 잠시 피하라는 격언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80조 원 시장을 훌쩍 넘어서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지난해 7조 원 규모가 늘었다. 주식하락기에도 ETF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작년은 지키는 투자였다면 올해는 용기 있는 투자가가 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모든 경제 상황들이 예측한 대로 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과거와는 다른 패턴의 시장인 만큼 용기 있는 투자가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용기 있는 투자는 주식과 채권 시장이 개선된다는 것을 감안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ETF 투자가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는 “ETF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분산투자”라며 “주식과 채권을 항상 혼합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현재 ETF컨설팅본부장을 지내고 있지만 리서치센터 파생상품 분야 경력만 17년에 이른다. 파생상품 전문가였던 그가 1년 6개월 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으로 오게 된 이유는 ETF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10년 내로 공모펀드의 자리를 ETF가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ETF는 그간의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ETF가 점점 더 다양한 상품과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ETF가초반에는 정형화된 하나의 패키지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음식을 담는 하나의 그릇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ETF만 보더라도 투자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big story] 최창규 삼성운용 본부장 “ETF, 10년 내 공모펀드 대체할 것”
다음은 최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고금리 상황에서 투자 시장이 많이 어렵다. 올해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지난해는 지키는 투자였다면 올해는 용기를 내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 시장 상황에서 얻은 교훈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시장이 흘러갔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모두가 고금리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거꾸로 고금리가 아닐 수 있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용기를 내는 투자를 한다면 오히려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투자 방식을 조언해준다면.

“지난해는 주식과 채권 시장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감안할 때 주식과 채권이 혼합된 상품을 권하고 싶다. 결국 주식과 채권을 모두 담는 ETF를 선택한다면 지금 같은 시장에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채권형 상품이 중도 해지가 어렵다면 만기매칭형 ETF는 중도에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앞으로 삼성자산운용은 ETF 상품 전략을 어떤 방향성으로 세울 계획인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상품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것은 누구나 믿는 상품이다. 테마형 상품은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지양하려고 한다. 예컨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을 감안해 환헤지형 미국 대표지수 ETF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ETF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ETF는 과거에는 하나의 정형화된 패키지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다양한 메뉴가 되는 그릇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본다. ETF가 투자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TF 트렌드만 봐도 투자 전반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1.5배 ETF, 단일 종목 채권 ETF가 나올 정도로 ETF와 종목 간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 앞으로 ETF가 10년 안에 공모펀드를 대체할 만큼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ETF가 공모펀드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모펀드는 가입하면 어떤 가격으로 가입되는지 모르고 판매도 어떻게 이뤄지는지 불투명하지만 ETF는 가격과 종목 부분에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액티브 ETF 경쟁이 일어난 것도 결국 공모펀드가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액티브와 패시브의 간극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에는 특정 테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테스트 마이닝 같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패시브 업계에서도 정확한 종목 분석에 따른 상품 구성이 가능해졌다.”

ETF 시장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ETF는 이름부터 어렵다는 것이 굉장히 큰 딜레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회사다. 하지만 코덱스 삼성그룹 ETF, 코덱스 삼성전자 채권 혼합 ETF라고 하면 숨이 막힌다. 미국처럼 이름을 좀 더 직관적인 ‘티커’로 부른다면 좀 더 편할 것 같다. ETF 이름이 워낙 길다 보니 모바일 환경에서는 함축해서 쓰기도 어렵다. 이외에 ETF를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TF를 투자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가.

“ETF의 기본 철학은 분산투자다. 항상 주식과 채권을 혼합하는 것이 좋은데 이게 ETF 정신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ETF가 시장 환경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big story] 최창규 삼성운용 본부장 “ETF, 10년 내 공모펀드 대체할 것”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