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고금리의 역습, 재테크 지형도 바뀐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따른 자산 시장의 변화가 2023년을 뜨겁게 달굴 핵심 이슈로 지목된다. 자산 시장의 트리거가 될 금리 향방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고금리가 상륙한 재테크 지형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통화 긴축 여파…전통자산 가격 하락 이어져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던 한국은행도 금리 역전 차를 막기 위해 금리 상승에 속도를 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0.75%에서 1년 5개월 만에 3.25%까지 뛰었다. 최단기로 급등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여 년 만이다.
[big story] 고금리의 역습, 재테크 지형도 바뀐다
1여 년 만에 갑작스럽게 고금리 상황이 펼쳐지면서 자산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채권 가격이 출렁였다. 본격적인 긴축이 시작된 지 2년도 채 안 돼 유동성이 넘쳤던 시장과 달라진 금융 환경에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유동성 긴축 흐름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급락했고 채권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자산 가격이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이어갔다. 우선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자 주식 시장에서 이탈한 뭉칫돈이 은행권의 예·적금 계좌로 몰렸다.

한때 예금 금리가 5%대를 육박해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가 올라갈수록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며 상승 압박을 제한했지만 여전히 4% 후반대로 고금리 수준이다. 적금 금리도 은행들이 특판 경쟁에 열을 올리며 최대 두 자릿수의 금리로 고객몰이를 이어갔다.

한때 반짝 고금리를 제공했던 은행채와 한국전력 회사채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고금리 상품을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의 주요 타깃이 됐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노마드족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정기예금 5%에 육박하는 금리 상품을 3~6개월 기간으로 굴릴지, 향후 금리 하락을 대비해 3년 만기로 가입하느냐도 고민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 상품에 대한 투자도 망설여진다. 단일 채권 상품은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식도 선뜻 매수하기가 어렵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투자 상품을 멀리하고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고금리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여부가 향후 재테크 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현재 기준금리(3.25%)와 정기예금(4.9%)의 갭이 상당히 벌어져 있는데 단기자금이 상당히 경색되어있다는 것”이라며 “시장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ig story] 고금리의 역습, 재테크 지형도 바뀐다
채권 매력 커지고 주식은 옥석 가리기… 자산배분형 상품 관심 ‘UP’

그럼에도 향후 채권 금리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높은 인플레에 따른 금리 상승 영향으로 채권의 투자 매력도는 이전보다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채권 상품 가운데 통화 긴축 영향으로 절대 금리 수준이 높아진 한국과 미국 단기 국채는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투자 대안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다만 변동성이 큰 장기 국채는 양적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 시점을 활용한 비중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기둔화 국면에 이어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고 기업 부도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나기 전까지 저등급 하이일드 채권보다는 투자등급 중 신용도가 높은 우량채 위주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주식도 고배당 우량 기업과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주에 분산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배당 우량 기업의 경우 경기 하강에도 수익을 내면서 기업 가치 대비 가격 매력이 있는 가치주 스타일 종목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성장주는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분산투자를 토대로 자산배분형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는 주식과 채권 간 높았던 상관관계가 낮아지면서 자산 배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원배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고금리 현상으로 인해 주식과 채권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굉장히 자주 나타날 것”이라며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알고 있었던 채권의 변동성이 과거와 다르게 매우 높아진 것만 봐도 알수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로 인해 전통자산에 대한 관념이 많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자산 배분 효과를 활용하는 분산투자와 자산배분형 상품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안전자산보다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