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민 캠퍼]고민되는 캠핑 장비,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은
캠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캠린이’라 부른다. 캠린이의 관심은 온통 장비다.
캠핑이 등산, 낚시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아웃도어 취미로 등극하면서 정말 많은 장비가 쏟아져 나왔다. 캠린이들은 대개 가성비가 좋은 장비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성비 좋은 장비는 없다. 필요한 장비와 쓸데없는 장비가 있을 뿐이다.

캠핑은 전천후 모드로
‘캠핑을 시작한 후, 자연이 보이기 시작했다.’ 캠핑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햇살, 바람, 초록의 숲, 파란 하늘 속에서 보내는 하루, 얼마나 근사한가. 텐트 안에 누워 타닥거리는 빗소리를 듣고 성능 좋은 휴대전화로 캠핑장 위로 쏟아지는 별빛을 담아보기도 한다. 이런 캠핑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이트의 근사한 텐트와 캠핑 장비에 자꾸만 눈이 간다면 이미 중증이다.

여름 피서철은 캠핑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의 대목이다. 캠린이가 가장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3~4일 남짓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여러 장비를 구매한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면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온다. 처음 샀던 장비가 불용품이 되는 까닭은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텐트 1동이면 1년 내내 캠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다. 텐트는 보온 장비가 아니다.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 텐트 안팎의 온도차는 섭씨 3도에 불과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과 훈훈함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아직도 많다.
[오태민 캠퍼]고민되는 캠핑 장비,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은
나와 어울리는 보온 장비
1. 침낭

캠린이들은 대부분 침낭을 쉽게 생각한다. 사실 여름에는 담요 1장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캠핑을 하려 든다면 텐트만큼이나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침낭이다.

침낭은 들어가는 충전재에 따라 솜 침낭, 우모 침낭, 프리마로프트로 대표되는 화학솜 등으로 구분되며, 형태에 따라 사각형과 머미형으로 나뉜다. 대부분 침낭은 1인용이다. 즉, 4인 가족이 캠핑을 한다면 4개의 침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온력도 중요하지만 작은 부피로 수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솜 침낭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무겁고 부피가 많이 나간다. 웬만한 승용차라면 침낭만으로 트렁크가 가득 차게 된다. 우모 침낭은 우리가 잘 아는 오리털, 거위털 침낭을 총칭한다. 값이 가볍고 부피가 작지만 비싸다. 전문 브랜드의 동계용 거위털 침낭은 100만 원을 상회한다. 첨단 소재인 플로마로프트는 가볍고 보온력이 우수함에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보관과 세척 또한 쉬워서 아이들을 동반한 오토캠핑에 많이 사용된다.

모든 장비는 좋은 것을 사야 중복 투자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캠퍼는 솜 침낭을 사용하다가 중저가 오리털 침낭을 사고, 결국 고가의 거위털 침낭을 다시 구매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때 솜 침낭, 오리털 침낭은 불용 장비가 된다. 부피가 커서 집 안에 보관하기도 어렵고 또 개인 침구라는 특성상 중고로 팔기도 쉽지 않다.


tip
4인 가족 기준이라면 플로마로프트 2개, 거위털 침낭 2개를 추천한다. 플로마로프트는 아이용, 거위털은 부부용이다. 거위털 침낭은 전기를 포함한 추가 난방을 할 수 없을 때도 성능이 발휘된다. 즉, 향후 오지에서의 백패킹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위털 침낭을 구매할 때에는 표기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필(fill)은 충전량이다. 침낭의 무게와 혼동하면 안 된다. 필파워(fill power)는 압축 후에 다시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말하는데 침낭의 성능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단위다.

그리고 가슴털과 깃털 비율 또한 중요하다. 좋은 침낭일수록 가슴털의 비율이 높다. 한편, 국제표준으로 침낭은 적정온도(comfort: 여성이 팔을 하나 내놓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온도), 한계수면온도(lower limit: 남성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온도), 내한온도(extreme: 여성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저 온도)를 표기하게 돼 있다.

겉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봄, 가을을 기준으로 하면 800 필, 750 필파워 이상, 깃털 비율 90:10, 적정온도 영하 6도면 훌륭하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전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침낭은 브랜드가 곧 신뢰이기 때문이다.
[오태민 캠퍼]고민되는 캠핑 장비,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은
2. 매트리스
땅바닥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보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미세한 굴곡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잠자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트리스다. 매트리스는 폼매트, 자충매트, 에어매트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폼매트는 오토캠핑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매트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보온력이 우수하다. 다양한 크기의 제품이 나와 있어 텐트 면적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자충매트는 공기층 사이에 얇은 폼이 들어 있어 쿠션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폼매트나 자충매트는 공히 접었을 때 부피가 커서 수납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에어매트는 말 그대로 공기를 주입해 사용하는 매트다. 미니멀이나 백패킹 등에 주로 이용된다. 제품에 따라서는 상하 2겹의 나일론 플레이트만으로 이뤄진 저가형도 있지만, 공기 셸을 만들어 하중을 배분하거나 구스다운을 주입해 보온력을 상승시키는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있다.


tip
사소한 불편함은 무용한 장비로 전락하는 치명적인 원인이다. 자충매트는 스스로 부풀어 오르지만, 공기가 들어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피가 크다. 그래서 캠퍼들은 폼매트를 주로 사용한다. 역시 큼직하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캠핑장은 전기가 공급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전기장판 등을 추가해 바닥을 따뜻하게 만들면 된다.

고밀도폼매트(ixpe)는 백패킹에 주로 사용된다. 주로 1인용임에도 가격은 폼매트보다 비싸다. 향후 백패킹까지 고려한다면 인원수에 맞게 구매하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알밸류(R-value)는 본디 단열재의 측정치를 나타내는 단위지만, 캠핑 매트리스의 냉기 차단 지수로도 쓰인다. 알밸류가 높을수록 낮은 기온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에어매트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알밸류가 높다. 그런데도 오토캠핑에 권하지 않는 것은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충매트나 에어매트는 열을 가하면 본딩 부분이 떨어져 크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오태민 캠퍼]고민되는 캠핑 장비,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은
3. 기타 난방 장비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계절은 물론 낮과 밤에도 기온차를 경험하게 된다. 난방 장비는 추운계절은 물론 간절기, 비 오는 날 습기 제거를 위해 사용된다. 가정용 전기장판은 캠핑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난방용으로 대표적인 장비는 역시 난로다. 부탄가스, 액화석유가스(LPG), 전기, 나무, 등유를 연료로 하는 난로 등이 캠핑용으로 나와 있다. 이 중 부탄가스는 열효율이 낮고, LPG는 충전소를 찾기 어려우며(자동차 가스 충전소와는 다름), 전기는 용량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캠퍼들은 등유난로를 애용한다. 요즘 출시되는 제품은 냄새가 적고 열효율도 좋다.

최근 화목난로를 이용 난방을 하는 캠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수시로 나무를 넣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연 압도적이다. 이 경우 바닥이 없는 거실텐트나 티피텐트가 필수며 텐트에 구멍을 뚫는 홀잭 작업을 해서 연통을 빼내야 한다.


tip
등유난로는 연료통이 크고 칼로리가 높은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서큘레이터와 함께 사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서큘레이터의 팬 방향을 위쪽으로 하고 약하게 틀면 더운 공기에 흐름이 생겨 텐트 구석까지 골고루 온기가 퍼진다.

부탄가스난로는 환절기용으로 적당하다. 추가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간편하게 쓸 수 있다.
화기를 사용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밀폐된 텐트 안에서 오랫동안 난로를 켜두면 산소가 부족해져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가끔 텐트 문을 열어 환기하고 반드시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글·사진 오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