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맞춤 서비스의 등장
때로는 미처 생각지 못한 세심한 배려가 사람을 감동케 한다. 그것이 서비스나 혜택으로 이어진다면 고객 감동을 넘어 고객 신뢰가 될 터. 내가 움직이기 전에 나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것에 우리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Netflix의 ‘90초 룰’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고객이 시청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하나의 썸네일 당 평균 1.8초가 걸리며, 90초 내에 볼만한 콘텐츠를 찾지 못하면 화면에서 나가버린다고 한다. 모든 것이 90초 안에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에 집중한다.
넷플릭스에서는 ‘무엇을 보고 싶다’, ‘무엇을 알고 싶다’라고 별도로 입력하거나 얘기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의 취향과 선호도를 분석해 편리하게 추천해준다. 이렇듯 최근에는 고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어 고객들이 생각하고, 주문하고, 대기하는 불편을 없애주는 이른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다.

기존 개인화 서비스와는 다르다
초개인화는 사용자의 구체적인 행동 패턴을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고 예측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개인화는 사용자의 구체적인 행동 패턴을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고 예측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전의 개인화 서비스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묶어 맞춤형 광고나 고도화된 타깃팅을 하는 것이라면, 초개인화 서비스는 고객 한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 또는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이 ‘0.1명을 위한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을 한다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와 같다. 개인화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안한다면, 초개인화는 더 나아가 고객의 상황과 미래 행동까지도 예측해 ‘고객도 모르는 고객이 원하는 것’, 즉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먼저 제안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개인화를 흔히 인문학적 멀티페르소나Multi-persona 관점에서 비교하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본캐본래 캐릭터’와 ‘부캐부캐릭터’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은 더 이상 하나의 단위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복합적인 개체로 살고 있다. 따라서 개인별 상황과 맥락에 맞게 시간, 장소, 상황을 모두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초개인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100명의 고객으로 100개의 시장을 만들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100명의 고객으로 1,000개의 시장을 형성하는 새로운 퀀텀 점프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초개인화가 가능한 배경에는 실시간 데이터, 인공지능, 고급 예측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큰 몫을 했다.

내 취향에 맞는 특별한 경험
시장은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옮겨가고 있고, 개성과 취향이 중요시되는 개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71%의 소비자가 기업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으며, 76%의 소비자는 그렇지 않았을 때 짜증이 난다고 대답했다.

특히 소비 활동에서 MZ세대 중심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본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사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감수하기도 하고, 예약을 해서라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한다.
요즘 뷰티 시장에는 유행이 없어지고 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개인 색상 컨설팅을 받는 등 자신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Z세대는 유명 브랜드만을 좇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아서 소비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디다스나 나이키와 같은 선호 브랜드가 딱히 없다고 응답한 대상자가 훨씬 더 많았다.
MZ세대는 자신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광고를 요청하는 등 초개인화의 수혜자가 되기를 자청하기도 한다. 종전에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광고성 스팸이라 여겨 귀찮아했지만, 이제 이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혁신 전문가 브라이언 솔리스Brian Solis는 “초개인화 시대, 기업은 고객의 현대적 경험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이것이 고객이 브랜드나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라고 강조했다. 고객경험CX은 고객과 기업 간의 관계를 말한다. 이것은 구매 전의 경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구매 후 고객 서비스 등 고객의 여정 각 단계의 모든 방식을 포함한다.

또한 퓨어스토리지Purestorage사의 전문가에 따르면 초개인화 시대 고객 경험의 핵심 요소는 뛰어난 사용 용이성, 앱과 서비스 간의 긴밀한 통합, 맞춤화, 자동화, 환경에 대한 책임 등이라고 한다. 이렇듯 초개인화 시대의 고객 경험은 나의 취향에 맞아야 하고, 감동을 줄 정도로 탁월해야 한다.

초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Amazon의 예측 배송 시스템은 고객 경험의 혁신을 가져왔다. 종전에는 고객이 구매를 시작해야 제품이 여러 단계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되었다면, 이제는 예측을 기반으로 고객이 주문하기 이전에 가까운 물류 창고로 제품을 보내 당일 배송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모든 행동과 패턴을 AI로 인지·학습하고 구매 확률을 분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0.1명 단위로 고객을 세분화해 고객이 제품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주문하게 될 날짜를 예측, 인접 지역에 물품을 미리 배치해 배송하는 등 초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주문하게 될 날짜를 예측, 인접 지역에 물품을 미리 배치해 배송하는 등 초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스타일리스트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배송하는 구독 모델형 기업이다. 고객이 스타일 프로필만 채우면 인공지능이 추천 목록을 작성하고, 스타일리스트는 이 중 최종 다섯 벌을 선정해 배송한다. 옷을 고르는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등 고객 경험을 혁신한 것이다.

네이키드 와인Naked Wines은 와인을 판매하는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데, 이 회사 역시 초개인화 기술을 사용한다. 와인 시음 및 구매 경험 등의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과 예산에 맞는 와인을 제안하고 프로모션도 제공한다.
와인 시음 및 구매 경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와인을 보내주는 네이키드 와인
와인 시음 및 구매 경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와인을 보내주는 네이키드 와인
디지털 피트니스 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 ‘Vi’는 사용자의 피트니스 루틴을 맞춤화하기 위해 AI와 실시간 모니터링을 활용한다. Vi에 가입하면 개인 정보와 피트니스 목표가 수집되며, 이 앱은 달리기 속도, 이동거리 및 심박수를 기록해 운동 권장 사항을 개인화한다. 고객은 초개인화 덕분에 매일 운동 및 피트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모두를 위한이 아닌, 개인을 위한 서비스
국내 금융권도 올해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대부분 참여해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사용 중인 구독 서비스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하거나, 고객의 소비 특성을 수만 개로 분류해 테마별로 AI 추천 모델을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
향후 금융회사들은 ‘360도 측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맥락을 분석하고, 고객 한 명을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네이버 클라우드,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 등과 같은 AI 전문 기업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해외 뉴스 번역, 차세대 자산 관리 서비스 구축 등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퍼스널한 경험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미래의 초개인화는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읽어 뜻밖의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옷장 앞에 서면 오늘 입어야 할 옷을 골라주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일 때면 여행 예약을 알아서 척척 해줄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연락하기로 한 친구의 전화번호가 TV 모니터에 띄워져 있고, 좋아하는 음료도 배달되어 있을 수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제품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라이프에 맞춰주는 제품을 적극 이용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고객이 갖게 되는 ‘퍼스널한 경험’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구체적 맥락 기반의 추천 리스트와 함께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목록을 제공하고, 고객이 소비자 경험의 일부 영역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특별한 감동을 주어야 한다. 초개인화 시대에는 고객을 입체감 있게 바라보고,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글. 이재원(<마이데이터 레볼루션: 초개인화의 시대가 온다> 저자)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