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김승원 마이아트옥션 이사 “고미술, 희소가치 높아 투자시장서 선전”
“고미술품의 진가를 안다면 지금이 투자 적기입니다.”

김승원 마이아트옥션 총괄기획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젊은 자산가들이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들이 고미술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고미술 작품에 대한 경매 낙찰율이 보통 70~80% 정도를 기록한다는 것은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꾸준한 수요층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고미술은 꾸준한 수요 덕분에 투자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대에서 볼 수 없는 문화재급의 고미술품은 희소가치가 높고 가격도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미술 컬렉터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미술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보호법’ 범주 안에 들어가는 작품들을 포괄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현대 미술 시장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지금까지 고미술을 찾는 컬렉터들은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경험이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고미술이 희소가치가 높고 작품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초보 컬렉터들도 고미술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미술품이 고가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진 것도 컬렉터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로 지목된다.

김 이사는 “고미술은 근현대 이전의 문화재급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경매 회사가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고미술은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현재 생존하지 않고 있어 진위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감정을 투명하게 하는 경매 회사를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미술 경매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고미술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경매에 출품되는 고미술품은 굉장한 희소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수요층이 있다. 백자나 청자가 몇 십만 원에서 몇 십억 원까지 다양하지만 가격대는 고미술품의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자산가들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컬렉터들의 관심으로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고미술은 주로 어떤 작품들을 말하는가.
“고미술은 시대적으로는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보호법’ 범주 안에 들어가는 작품들을 포괄한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이 반영된 예술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희소하고 유한한 것들로 구성된다.

미술 시장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동산으로 고서화(옛 그림과 글), 도자, 고가구, 민예품 등을 꼽는다. 시대는 주로 조선과 고려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졌던 ‘이건희 컬렉션’ 중 대표작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국립중앙박물관이 손창근 씨로부터 기증받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도자로는 교과서에 실린 간송미술관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紋梅甁)>, 조선 순백자의 끝판왕 달항아리가 있다.”

고미술품의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는.

“몇 회 전부터 도자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1년에 4번의 메이저 경매를 치르는데 회차당 위탁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고미술은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미술품을 접하는 컬렉터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좀 더 보기가 쉬운 채색화나 민화들도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고미술품 투자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팁은.

“고미술품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작품의 진위 문제다. 따라서 미술품 경매에 참여할 때 역사적 사실 고증과 가치 평가를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거래보다는 경매를 활용하길 바란다.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컬렉터에게 고미술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록도 미술사를 전공하고 학예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다. 도록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정보(사이즈, 재료, 제작연도) 외에 역사적인 설명, 비교도판, 참고도판 등을 넣기 때문에 도록 자체를 컬렉션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 고미술품도 다른 미술품처럼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해서 공증된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경매 시장에서는 문화재급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미술품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상화폐와 주가 폭락, 금리 인상, 부동산 하락 등 경기 침체는 미술 시장과 가장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고미술품 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나만의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도 있지만 기회를 엿보면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 요인이 크다. 실제 2018년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전각한 40cm 내외의 작은 현판이 50만 원에 시작했는데 무려 44배가 올라간 2200만 원에 낙찰이 됐다. 2020년 옛 표구 그대로의 작은 민화 6폭 병풍은 250만 원에 시작해 2000만 원을 기록했다. 위탁자들이 소장한 지 몇 년 만에 높은 수익을 거둔 사례다.”

고미술 경매 시장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2020년 9월 <요지연도(瑤池宴圖)> 사건이다. 미국 뉴욕에서 50여 년 전부터 소장돼 오다 국내로 환수된 조선의 궁중회화다.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달리 제작 시기가 18세기 전반으로 현전하는 최고 연대임에도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났다. 병풍 후면 배접을 살피니 1950년대 한국 신문들이 병풍틀 사이로 보였는데 병풍의 표구는 1950년대에 제작된 것이다.

당시 경매 시장에 나온 <요지연도>는 14억부터 시작했고 기관은 서면으로 응찰을 했다. 동일한 금액에 대해선 서면, 현장, 전환 순으로 낙찰이 정해지는데 이 작품이 2020년에 현대·고미술 경매를 통틀어 최고 낙찰가를 달성했다.

바로 한 해 전인 2019년에 출품된 <일월오봉도>의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후면을 살핀 결과 첫 번째 폭 하단 뒷면에 당시 사자관(寫字官)이 쓴 것으로 보이는 간기(刊記) ‘함풍7년중사(咸豐七年重寫·1857년)’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궁중화 편년의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됐다. 고미술은 지금의 현대화가 있게 해준 우리의 DNA며 미래의 원동력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