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진 한국인, 성인 남성 절반은 '비만'
한국인이 뚱뚱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탓’만 할 수는 없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년 동안 꾸준히 성인은 물론, 중고등학생 비만율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성인 남성의 비만이 심상찮다.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절반이 비만으로 드러났다. 비만은 엄연한 질병이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씨앗이며, 심근경색과 암 위험도 높인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확산됐고,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배달음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쇼핑, 은행 업무 등 스마트폰이 일상의 편의성을 안겨주면서 사람들은 더 움직이지 않게 됐다.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비만에 관대한 사회적 인식, 남성 비만 부추겨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을 비만 기준으로 삼을 때, 19세 이상 남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은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11.2%포인트나 증가했다.

성인 남성의 절반은 비만인 상황이다. 여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은 2011년 27.1%에서 2021년 26.9%로 유사한 수준이다. 여성은 그나마 ‘체중’에 예민하기 때문에 비만이 늘지 않았지만, 남성은 다르다. 사회적으로 남성 비만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다 보니 비만이 쉽게 증가했다.

청소년 비만은 더 심각하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남학생은 2021년 유병률이 17.5%로 2011년(6.8%) 대비 2.6배 늘었고, 여학생은 2021년 유병률이 9.1%로 2011년(4.2%) 대비 2.2배 증가했다.

배달음식, 비만 증가의 직접적 원인
비만 전문가들은 비만이 늘어난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배달음식’을 꼽는다. 배달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졌다. 늦은 밤에 TV를 보다가 야식이 당기면 배달을 시킬 수 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는 ‘지금 굉장히 먹고 싶은 것’을 고른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맛없는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은 없다. 또 1인분만 시키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시키다 보니 과식을 한다. 맛있는 음식엔 필연적으로 단순당(설탕), 지방(기름)이 많다. 단순당과 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체중 증가는 물론, 혈당, 콜레스테롤 지표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배달 앱이 크게 확산된 코로나19 이후 비만이 급증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2021년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성인 10명 중 4명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체중이 3kg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TV, 스마트폰 등을 통한 영상 시청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혈당 등의 대사 지표들도 부정적인 쪽으로 악화됐다.

맛있는 음식만 좇지 말아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상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적당하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회사 구내식당 메뉴, 학교 급식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구내식당, 급식 메뉴는 칼로리 적지는 않지만, 배달음식처럼 맛있지 않아서 많이 먹지 않게 된다. 맛보다는 5대영양소가 갖춰진 식단을 골라야 한다.

디저트 문화도 문제다. 언젠가부터 식사 후 케이크, 쿠키, 커피 등을 파는 디저트 카페 방문은 ‘필수 코스’가 됐다. 디저트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이다. 배는 안 부르면서도 칼로리가 매우 높다. 맛이 강렬해지면 당연히 칼로리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후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심지어 밥 먹고 과일을 깎아 먹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주식 섭취로 혈당이 올라간 상태에서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후식이 또 들어오면 인슐린을 또 분비해야 해 췌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당뇨병 고위험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산소운동 월·수·금, 근육운동 화·목
비만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주당 150분 이상 주 3~5회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주 2~4회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최근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다른 날 하는 게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수·금은 유산소운동을, 화·목은 근육운동을 하는 식이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식사 조절도 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칼로리를 500~1000kcal 줄이면 일주일에 0.5~1kg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복 운동은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다.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뒤 12시간이 지난 아침이 되면 몸에 저장된 에너지가 없다. 이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효율이 좋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지 못하고, 근육과 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써야 한다.

비효율적인 ‘연료’를 쓰는 셈이다. 공복 운동을 하면 공복감이 더 심해져 과식할 위험도 있다. 가급적 식후 운동을 추천한다. 점심 먹고 움직이면 다치지도 않고 햇볕을 받으니깐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약물은 보조적인 수단
비만 개선을 위한 1순위는 식사,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 교정이다. 약물은 보조적인 수단이다. 약물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환자에서 비약물 치료(생활습관 교정)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에 고려한다. 그런데 생활습관 교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비만 약은 중독 등의 위험이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 많아 약 투여 기간을 수개월간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최근 장기간 쓸 수 있는 약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GLP-1 등 장호르몬과 비슷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들이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줄이고 음식을 덜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도 촉진해 혈당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펜타민 등 기존 다이어트 약은 심장 질환, 불면증, 우울증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는데, 장호르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약은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약 투여 기간도 3년 이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있어 비교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효과도 체중의 15~20%까지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고도비만이라면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은 그 효과가 뚜렷하게 알려지고 술기의 발달로 부작용이 개선되면서 수술 대상 환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비만이 심각한 서양에서는 지난해 수술 대상자 기준이 아시아인 기준으로 하향됐다. 현재 아시아인은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체질량지수 27.5 이상이면서 제2형 당뇨병을 앓는 경우가 비만대사수술 대상이 된다. 수술을 하면 체중의 30% 정도를 감량할 수 있다.

혈당도 개선된다. 장기간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돼 있지만 간혹 비만이 재발돼 재수술을 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비만대사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비만은 생활습관이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다. 어떤 치료라도 생활습관이 기본이 돼야 한다.


글 헬스 조선 이금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