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류’라고 해서 소주, 탁주, 청주 등의 전통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뜻밖의 K-주류
1 정원 | 경기도 남양주에서 만드는 ‘정원’ 진(gin). 노간주 열매를 주축으로 진의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 애기 삼과 들깻잎, 솔잎 등의 한국적인 요소로 재미를 더했다. 기존의 진이 상쾌하고 가벼운 허브향에 가까웠다면 정원은 보다 스파이시하고 무게감 있는 풍미를 자랑한다. 솔잎의 존재감이 레몬 껍질과 오렌지 껍질이 빚어내는 상큼함과 어우러지며 깔끔하게 마무리되는데, 차갑게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 정원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2 선비 보드카 | 미국인이 만든 소주 브랜드로 유명한 ‘토끼소주’에서 선보인 보드카. 국내산 찹쌀로 술덧(술 밑에 누룩을 넣은 때부터 주류를 제성하거나 증류하기 직전의 상태에 있는 물질)을 만들고 3번의 증류와 4번의 여과 과정을 거쳐 만든다. 다시 말해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쌀 보드카인데, 그래서인지 끝 맛에서 쌀 특유의 단맛이 느껴진다.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와 ‘런던 국제 와인&스피리츠’ 대회에서 각각 은메달을 수상했다.

3 허니문배 | 사이다가 탄산음료의 한 종류로 불리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본래 사과를 착즙하고 발효시켜 만든 과실주를 뜻한다. 이름도 사이더(Cider)인데, 일본인들이 잘못 발음한 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졌다. 여하튼 한국에서도 ‘진짜’ 사이더를 만든다. 대표주자는 ‘댄싱 사이더 컴퍼니’로 사과 발효주에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그중 ‘허니문배’는 국산 배를 첨가해 사과의 달콤함과 배 특유의 시원함이 기분 좋게 어우러졌다.
뜻밖의 K-주류
4 그랑꼬또 청수와인 | 대부도 와인으로 잘 알려진 ‘그랑꼬또’는 대한민국 1세대 와이너리다. 레드와 화이트, 로제 등 4종의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중 ‘청수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청수와인은 국내 개발 백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들어 상쾌한 청량감과 산도, 싱싱한 풀내음이 인상적이다. 향은 달콤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입에 넣는 순간, 매정할 정도로 드라이하게 떨어진다.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7년 연속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했다.

5 기원 배치 1 | 국내 생산 첫 위스키 브랜드이자 지난해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인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 싱글 몰트위스키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기원이 첫 번째 정규 제품을 선보였다.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기원 위스키 배치 1(1회차 분량)’이 그것. 풍부한 오크 향과 캐러멜 향을 필두로 한국 음식 고유의 매콤한 풍미가 조화를 이뤘다. 지난 3월부터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등 수출길에도 올랐다.

6 부자진 시그니처 진 | 부자(父子)라는 이름처럼 경기도 양평에서 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영국, 싱가포르에서 증류 기술을 익힌 아들이 함께 만든 진 브랜드. 노간주 열매와 솔잎, 쑥, 헛개, 한라봉 등 오직 국내에서 생산한 15가지의 유기농 재료로 술을 빚는다. 오미자 진과 개똥쑥 진, 둥글레 진 등 한국적인 시도도 부자 진만의 매력. ‘대한민국 주류 대상’ 스피릿 진 부문 대상은 물론 런던 ‘진 마스터스’에서 금메달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