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 꽃으로 빚은 술.
꽃에 취하다
카룬 진 |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200년 이상 싱글 몰트위스키를 만들어온 ‘발메낙’에서 매년 극소량만 생산하는 진(gin).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민들레와 헤더꽃, 도금양꽃 등 신선한 야생화를 손으로 채집해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잔에 따르면 솔잎 향 같은 허브 향이 코끝을 맴도는데, 1920년대 사용하던 증기 주입기를 활용해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점도 농밀한 식물의 맛을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

헨드릭스 진 | 1999년, 한 남자가 장미 정원에서 오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목을 축일 생각에 진토닉도 곁들였다. 오이 샌드위치를 입에 머금고 진토닉을 들이켜는 순간, 남자는 형언할 수 없는 풍미에 사로잡혔다. 불가리아산 장미 꽃잎과 네덜란드산 오이 에센셜 오일을 품은 ‘헨드릭스 진’은 이렇게 탄생했다. 덕분에 진 특유의 알싸한 허브 향 대신 우아한 장미 향과 상큼한 오이 향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꽃에 취하다
생 제르맹 | 엘더플라워라는 꽃이 있다. 유럽에서는 디저트나 젤리, 잼 등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 맛이 얼마나 뛰어난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생 제르맹’은 세계 최초의 엘더플라워 리큐어다. 손으로 채취한 야생 엘더플라워로 만드는데,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신세계’를 선사한다. 특히 칵테일 베이스로 널리 쓰인다.

와비사비 스페이스 버블스 화이트 | ‘와비사비 스페이스 버블스’는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인 와비사비가 선보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오스트리아의 토착 포도 품종인 그뤼너 밸트리너로 만드는데, 발효를 마친 와인에 말린 엘더플라워를 살짝 우려 넣는다. 덕분에 달콤한 과일 향과 새콤한 산미 뒤로 은은한 꽃 향이 피어오르는데, 알코올 도수가 일반 스파클링 와인보다 한참 낮은 7%라 가벼운 봄나들이에 함께하기 좋다.
꽃에 취하다
한통의 연꽃담은술 | 삼양주 기법으로 만든 탁주로, 연꽃은 부재료다. 하지만 술 맛을 결정하는 결정적 재료가 바로 연꽃이다. 연꽃의 향미를 살리기 위해 무려 10여 년의 연구 과정을 거쳤을 정도. 부드럽고 오묘한 연꽃 향에 임금 누룩이 머금은 고소한 향을 더했는데, 연꽃과 연잎은 물론 도꼬마리 열매, 개똥쑥 등 여러 초재(草材)를 사용해 다채로운 맛을 낸다.

벚꽃와인 | 벚꽃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듯, 바로 연상되는 와인이 있다. 매년 봄시즌에만 선보이는 ‘벚꽃와인’이다. 일본 전통 포도 품종 중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고슈와 레드 품종인 머스캣 베일리 A를 블렌딩해 만드는데, 연분홍빛 병 안에 식용 벚꽃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와인병을 흔들 때마다 하늘거리는 벚꽃잎이 마치 연분홍 치마를 입은 봄 처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