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박민구 소장 "관광 상권 흔들리고 동네 맛집 떴다"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新상권 사용설명서
인터뷰/ 박민구 두드림 창업경제 연구소장

명동, 신촌, 이태원, 동대문, 건대입구역 등 코로나19 이전 상권은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수요층도 두터우며 환금성이 좋아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저금리에 경제 상황도 굉장히 좋아 상가 분양이나 상가 매입도 활발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상권의 흐름은 달라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90% 차지하고 있던 명동은 공실이 늘기 시작했으며 서울 시내 주요 상권마다 번듯한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고전을 거듭하는 등 상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민구 두드림 창업경제 연구소장은 “코로나19 상황 때에는 창업 거래가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 주요 상권은 ‘공실난’과 ‘상권 거래절벽’이 이어졌다”며 “새로 가게를 내려는 사람들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권리금마저 포기한 매물마저 늘어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움츠러든 가운데 시장 안팎의 악재로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상권이 죽어 가고 상가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현재 상권 분위기는 어떤가.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인 침체가 이어지다가 거리 두기 해제로 인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에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가장 타격이 심한 젊은 층이 몰리던 상권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편이다. 특히 이대나 신촌과 같이 경쟁 상권이 뜨거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유통 구조의 변화 등으로 명동이나 동대문 상권이 침체를 겪는 경우도 있다. 상가 투자 수익률보다 대출금리가 높아서 상가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 데다 장사도 힘들어져 공실이 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전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상권은 어떠했는가.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은 편이어서 젊은이들이 몰리던 상권이 상권력을 확장하는 편이었다. 외국인 유입이 가장 많은 명동 역시 활황을 이뤘다. 홍대나 이태원, 건대 등이 대표적이다. 신도시가 생기면서 김포나 원당, 미사 등 신도시형 상업지구가 신흥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시국에는 거리 두기에 영향이 덜한 동네 상권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반면, 만남의 성격이 강한 중심가 상권은 타격이 컸다. 특히 유흥 기능이 강한 건대, 홍대, 이태원, 안산 중앙동, 광명 철산동 등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불패라고 여겼던 대로변 상권은 힘을 잃었다. 임대료 대비 수익이 많이 나오지 않아 인기가 사그러들었다. 지금은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찾아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예전의 상권분석으로 창업을 한다거나 투자를 한다는 게 조심스럽다."

코로나19로 유통 상권도 변화됐다고 들었다.
"언택트 비대면으로 인해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겨 하면서 유통 구조가 변하게 됐다. 특히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은 구매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구매하면서 상가들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코로나19 상황에도 힙지로(을지로), 망원, 성수, 연남 등은 선전했다던데 이유가 있나.
"골목 상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동네 지역에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감자탕 골목, 아산 그리스 마을, 천안 빵돌가마 마을 등 상권에 이야기가 있고 문화 콘텐츠가 결합한 지역을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먹는 동네 상권이 아닌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며 먹을 것까지 갖춰진 곳이 그나마 상권이 살아 있었다.
여기에 동네 상권은 맛집이 많이 있고 스폐셜한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차와 음식을 파는 가게가 아닌 이곳에 스토리를 입혀 MZ(밀레니얼+Z)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스페셜]박민구 소장 "관광 상권 흔들리고 동네 맛집 떴다"
상권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얘긴가.
"소비자들이 단순히 구매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용 대비 편익이 적은 곳을 꺼려한다는 얘긴데 찾아가는 수고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편익을 찾는다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 멋진 카페들이 잘되는 이유도 그러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코로나19 이전 어떤 상권(업종별·지역별)이 부상했는가.
"홍대 상권이 확장하면서 망원동이나 염리동 등이 주목을 받았으며, 상암 미디어시티, 성수동, 이태원, 마곡지구, 김포 등이 뜨는 상권이었고, 커피를 비롯해서 모임과 만남의 특성이 강한 초밥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 몸매 관련 비즈니스, 키즈 비즈니스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저가형 돼지갈비나 차돌박이, 족발 전문점, 맥주 전문점 등 주류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렸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유입되는 상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도 피해가 상당히 컸다. 홍대, 동대문, 이태원, 명동 등이 대표적인 상권이며, 상대적으로 동네 상권은 선방한 편이었다. 배달 전문점이나 밀키트 등이 큰 인기를 끈 반면,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업종이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단시일에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던 초밥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은 심각한 손실을 보거나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실이 많은 늘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손님이 줄어든 탓이 컸다.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지만 거의 3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큰 폭의 매출 하락으로 견딜 만한 여력이 없었다. 정부 지원이나 착한 임대인 정책 등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특히 주류 관련 업종이나 유흥업소 등은 문을 닫은 기간이 상당해서 차라리 문을 닫거나 폐점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고육지책이었다."

지역 상권은 어떠했나.
"지역 상권은 그나마 선전한 편이었다.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등이 대표적인데 미사지구나 별내, 다산, 김포 등은 생활 상권이기 때문에 비교적 선전한 편이었다. 서울의 경우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지정한 양재천길이나 합마르뜨, 장충단길, 선류로운 상권 등이 지역 경관과 어우러져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상권(홍대·을지로·북촌상권 등)과 신흥 상권(연남동·성수동 등) 시장을 분석한다면.
"홍대나 북촌(삼청동), 이태원, 명동 등은 관광과 쇼핑, 식음료(F&B) 기능이 연계를 갖기 때문에 만남과 모임의 장소로 인기를 끈 반면, 연남동이나 성수동, 장충단길, 세로수길, 서촌 등은 이른바 스토리가 콘셉트화돼 비슷한 업종들이 상권에 들어서면서 유인 효과가 커진 상권이다. 특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이색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효과를 봤다."

대학가, 역세권, 주택가, 아파트 상가 등 대표 상권의 특징 등을 분석한다면.
"코로나19 시국 초기에는 모든 상권이 위축을 받은 반면, 오피스가와 주택가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외부에서 고객이 몰리는 시내 중심가나 대학가, 역세권 등은 아직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소비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대부분 유흥 기능이 강한데,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유흥 기능이 위축되면서 상권 전체적으로 활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상권 분석의 변수가 있다면.
"상권 분석은 크게 입지와 상권이라는 2가지 측면을 보아야 한다. 유동인구나 임대 시세, 경쟁점, 접근성 등도 중요한 변수지만, 주 소비층이나 상권을 대표하는 업종의 트렌드, 활동시간대, 인구 특성, 주거 특성 등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특히 상권 변수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강한데,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상권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 들어설 경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상권 분석은 장사를 하기 위한 예비적인 차원의 검증이다. 궁합이 맞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권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기고,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입지를 변경하거나 마케팅적인 노력을 해서 입지의 불리함을 이겨내면 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상황을 비교했을 때 서울 상권 규모 1~5위까지 뽑는다면.
"코로나19 이전에는 홍대, 강남역, 건대, 명동, 마포 순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홍대(연남·망원), 건대(성수), 을지로, 마포(공덕), 신사동(가로·세로수길) 순이다."

상권 분석 키워드를 뽑는다면.
"분석 키워드에는 △업종의 구매 목적성(편의품 VS 선매품) △가구 밀도 △오피스 비율(20% 이하·20~40%·40% 이상) △음식점 1개당 인구수(58명당 1개 이상 혹은 이하) △유동인구 자체보다는 유입도 △활동시간대 등이 있다.
상권 분석은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 했던 자료는 추세적인 정도에 참고만 하고 현재 시점에서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상권 분석 프로그램이 많아져 편리하게 분석이 가능하지만, 제공되는 데이터만으로 의사결정을 해서는 곤란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좋은 점포는 있지만 모두에게 어울리는 점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선택한 업종에 맞는 점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 자신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모델링해서 평상시에 현장에서 비교해보는 시뮬레이션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