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김상훈 소장 “상권 분석은 곧 수익성 분석이다”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新상권사용설명서

인터뷰 / 김상훈 스타트 비즈니스 컨설턴트 소장

코로나19 이후 엔데믹으로 대면 활동이 증가하고 어려워진 기업 경기에 여러 회사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자영업 창업 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김상훈 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상권 강호인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해방촌 등이 지고 신흥 상권인 성수동 일대 및 서울숲 상권 등이 뜬다고 분석했다. 또 백종원 대표의 골목식당 및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MZ(밀레니얼+Z)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도 뜨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상권 현장 전문가인 김 소장을 만나서 창업과 상가 투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고 있는 상권에 대한 분석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김 소장은 1992년부터 국내외 상권 곳곳을 누비면서 쉼 없이 시장조사와 상권 분석을 하고 있다. 1997년 스몰비즈니스 컨설팅사인 ’스타트비즈니스‘를 설립했다.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 프랜차이즈학과 겸임교수, ㈜스타트컨설팅 대표이사,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컨설팅,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컨설팅 및 심사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도 누군가는 대박 가게를 만든다>, <못 벌어도 월 1000만 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두 번째 잡으로 부자 되기>, <장사에도 명당이 있다> 등이 있다.

현재 상권 분위기를 설명해준다면.
"상권마다 편차는 있지만, 일산 라페스타, 웨스턴 돔, 송파 가든파이브, 헬리오시티, 동대문 의류 상권 등 전체적으로 공실 점포가 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전통시장, 지하철 역사 뒷 골목 상권은 코로나19 반등세로 인해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인해 경리단길, 해방촌 등의 상권은 정상화가 요원하다. 홍대 같은 경우도 망원시장 벨트나 홍대 상수역, 지하철 역사 상권 등 골목 상권은 괜찮지만 홍대 메인인 주차장길 대로변도 힘들고 홍대 정문 앞 공원길 등은 더 힘든 형국이다. 사실 코로나19 전부터 소상공인 상권은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배달 업종이 떴기 때문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대형마트를 비롯한 온라인 소비에 편해진 소비자들이 다 오프라인으로 다시 넘어와야 상권이 살아날 텐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홍대 정문 앞에 공원길은 예전에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복된 것도 아닌 반면 건물주는 월세를 안 깎아주려고 하는 점에서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바뀌는 상권을 분석한다면.
"코로나19 이후 상권 분위기는 대면 소비가 늘면서 배달에만 집중해 왔던 상권, 배달에 의존한 제품 아이템의 몰락,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점포 시세 측면에서는 대형 상권의 무권리 점포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임대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종별로는 주류 및 커피류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식사류 아이템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상권에 난립하는 경향이 크다."

상권이 바뀌는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코로나19 때 특수를 누렸던 언택트 소비가 둔화되고, 오프라인 소비가 강세를 보이는 영향이 크다. 또 유통 구조 면에서는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쿠팡 등 온라인 쇼핑과 연동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전과 후의 상권을 비교 분석한다면.
"코로나19 이전의 경우 온라인 상권이 지배했고, 동서남해안 등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국내 관광지 상권이 강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상권이 살아나고 있지만, 임대료가 높은 대형 상권의 경우 바로 연동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서울 상권의 경우 이태원 참사 여파가 인근 경리단길, 해방촌, 홍대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스페셜]김상훈 소장 “상권 분석은 곧 수익성 분석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업종별·지역별로는 어떤 상권이 뜨고 있는가.
"코로나19 이후 서울·수도권 상권 중에서는 성수역 상권, 서울숲 상권이 가장 크게 반등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카페 거리와 한강에서의 피크닉 등 콘셉트가 있는 상권이라는 것이다. 특히 카페 창업이 많이 늘었다. 예전 치킨집, 편의점 창업에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메가커피의 경우 2200개가 오픈했고 컴포즈 카페가 1900개 열었다. 공정위에 등록된 카페 브랜드만 1000개가 넘었다.
명동 상권 또한 외국 관광객 유입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예전만 못한 추세다. 업종별로는 주류 업종(일본식 주점·호프집·고깃집) 등 주류+고깃집 콘셉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흥행 때문인지 일본 관광 회복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 스타일 아이템의 다시 강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일본라멘, 우동, 오마카세 주점 등이 인기다."

반대로 업종별·지역별로 지는 상권은 무엇인가.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의 경우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홍대 상급지, 대학로 상권 상급지, 건대 상급지 등 기존의 메머드급 상권에서 월세가 비싼 매장들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신촌·이대 상권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신촌의 경우 먹을거리 위주의 상권이었고 이대는 쇼핑 중심의 상권이었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으로 눈길을 돌렸고 뻔한 먹거리보다는 소위 말하는 ‘요즘 뜨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소비 의지가 강해지면서 이곳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통 상권과 신흥 상권을 나눠 분석한다면.

"전통 상권 중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을지로나 북촌, 서촌 등 콘텐츠가 있는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반등세가 완연하다. 수도권 상권 중에서는 홍대 상권, 이태원 상권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는 수원 행궁동 등 전국의 ○○리단길 상권은 다시 활황세 분위기다. 특히 망원동 시장 같은 전통시장 주변 골목 상권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기회 요인이 많을 수 있다. 전통시장을 통해 골목 상권이 편입돼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성수동, 서울숲 상권은 등은 호황세가 강하지만, 지속가능성은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

대학가, 역세권, 주택가, 아파트 등 이들의 대표 상권의 특징 등을 분석해주신다면.
"온라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검색한 내용이 오프라인 상권 소비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검색엔진 키워드를 통해서 핫 플레이스로 콘텐츠 노출이 먼저 이뤄지고, 오프라인 방문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맛집으로 등극하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흔히 접하지 않나."

상권 분석의 변수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온라인 시장 변수가 가장 크다. 또 400여 곳에 달하는 전국 대형마트 동향,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동향도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17개 홈쇼핑 채널 동향, 네이버 쿠팡 등의 온라인몰 동향에 따라서 상권 소비가 결정되는 분위기다."
[스페셜]김상훈 소장 “상권 분석은 곧 수익성 분석이다”
창업에 앞서 상권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이리저리 따져보면서 고민 끝에 결정하는데 10억 원을 호가하는 상가 분양은 영업사원 말만 덜컥 믿고 억대 권리금을 투자해서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많다. 예컨대 대형 상권의 공실은 월세가 너무 비싸서 창업자 입장에서 월 임차료 대비 예상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실이 발생하고 있는 건물을 누가 사느냐면 막연히 월세 수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구매한다.
예컨대 지금 44억 원 규모의 건물이 매물로 나와 있다고 가정한다면 영업사원은 공실에 대한 언급 없이 산술적으로만 계산해서 '44억 원 건물에서 점포마다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500만 원이 나온다'고 소개한다. 결국 공실에 대한 대출이자 등의 몫은 오롯이 투자자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상권 분석은 곧 수익성 분석이다. 액션을 취하기 전 반드시 타당성을 분석해 수익성을 예측하고 베팅하는 것이 필수 과정이다.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고, 전화라도 해본 후 투자나 창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상권 분석 키워드를 몇 개 뽑아주신다면.
"△돈의 흐름을 살피고 △공급 시장을 파악하고 △사람(소비자·창업자) 변수를 살피고 △시설(인테리어·익스테리어)과 디자인 & 컬러를 살피고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다."

상권 분석 시 유의할 사항은.
"반드시 현장을 직접 찾아서 발로 뛰는 상권 분석이 먼저다. 온라인 상권 분석 시스템은 검증 프로그램으로 활용해야 한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