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ETF] 불황 모르는 명품 시장, ETF로 투자한다면


명품의 영역이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베이비 키즈 라인을 론칭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 비통은 올해 3월 명품 브랜드 중 최초로 3~12개월 영유아들을 위한 베이비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들도 명품을 입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베이비·키즈 라인의 공격적인 행보는 전 세계적인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VIB(Very Important Baby), 텐포켓(자녀를 위해 부모·조부모·친척·친구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뜻) 현상이 두드러지며 유아동 명품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며 부모, 자녀가 통일된 디자인의 옷을 입는 시밀러룩, 패밀리룩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명품 시장, 요식업 진출…신시장 개척

소비자들의 어린 시절 브랜드 경험은 청년, 중장년층까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품 기업들은 주목하고 있다. 루이 비통은 지난해에 이어 5월 한국에 ‘이코이 앳(at) 루이 비통’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구찌를 시작으로 패션과 푸드의 컬래버레이션이 늘어나는 가운데 에르메스, 디올은 물론 럭셔리 시계 브랜드 IWC 샤프하우젠과 브라이틀링도 해당 브랜드를 이용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명품과 식도락,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 조합이 최근 요식 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식음료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방, 시계를 구매해야 명품 브랜드와 접점을 이어 갈 수 있었다면, 레스토랑과 카페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고가의 명품 브랜드의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상당수의 명품 브랜드가 제품군을 가방, 시계, 의류. 신발 등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것도 동일한 이유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명품을 경험한 고객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개인 일상을 공유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명품 브랜드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명품 기업들은 이러한 레스토랑, 카페를 최근 새로운 고객군으로 부상하고 있는 MZ(밀레니얼+Z) 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명품으로 가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소비 트렌드 변화로 젊은 세대의 명품 수요는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처음 명품을 구매하는 연령은 15세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보다 3~5년 빨라졌다. 명품을 구매하는 연령이 낮아진 데에는 SNS 영향력을 들 수 있다. SNS를 통해 셀럽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며 명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명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는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젊은 세대(Y·Z 및 알파세대)가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4%에서 2030년에는 8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또한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높이고 있으며 그들이 좋아하는 셀럽, 예컨대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를 구찌, 민지를 샤넬의 앰버서더로 선정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Inside ETF] 불황 모르는 명품 시장, ETF로 투자한다면
글로벌 명품 산업 연평균 6% 성장…중국서 성장 견인 기대

명품 산업은 한정된 공급과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1996년 이래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뿐 아니라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된 2022년 명품 시장은 2021년 대비 22% 성장한 3530억 유로(약 473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성장한 시장 규모를 보여주며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견고한 펀더멘털을 확보하고 있는 명품 시장은 2030년까지 5400억~5800억 유로(약 787조~845조 원·5월 12일 환율 기준) 규모로 2022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렇듯 꾸준한 성장세를 가져갈 수 있는 핵심 동인은 명품 브랜드의 강력한 가격 결정력이다. 명품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오픈런’, ‘품절’, ‘한정판’ 등의 단어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이런 희소성은 ‘샤테크(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란 신종 단어를 만들어냈으며, 샤넬 클래식미디움 백 가격은 2008년 270만 원에서 2018년 659만 원, 2023년 현재 1367만 원으로 15년간 5배가 상승했다. 명품 기업은 이러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희소성을 무기로 물가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 정책을 사용할 수 있으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중국의 명품 시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5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멈추고 10% 감소했다. 2023년 중국의 리오프닝은 글로벌 명품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2019년 33%에서 2022년 약 17~19%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성장을 지속했다.

베인앤컴퍼니는 2030년까지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8~40%까지 증가하며 명품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리오프닝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 명품 소비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 명품 기업의 주가 상승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Inside ETF] 불황 모르는 명품 시장, ETF로 투자한다면
명품 지수, 글로벌 지수 대비 초과 성과…주목할 만한 ETF는

명품 시장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럭셔리 인덱스의 경우 올해 들어 약 17%(5월 12일 기준), 스톡스(STOXX) 유럽 럭셔리 10 지수는 26%(5월 12일 기준)가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MSCI ACWI)이 7.5%, 유로존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STOXX 600) 지수가 약 9% 오른 것에 비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루이 비통, 디올, 지방시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 명품 브랜드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달러 환산 시가총액은 유럽 기업 가운데 최초로 5000억 달러(약 665조 원)를 돌파하며 전 세계 10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다만 올해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률에 투자 업계에서는 명품주 투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은 중국 경제 재개와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근거로 들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2023년은 중국 경제 재개에 따른 유럽 명품주의 해가 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기업들 수익 기대치가 하향 조정된 현실을 감안하면 명품 관련주 투자 수익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처럼 전 세계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때 명품 브랜드도 가격을 올렸지만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세에 비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투자하는 ETF는 많지 않다. S&P 글로벌 럭셔리(S&P Global Luxury)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유럽 국가에 상장된 아문디 S&P 글로벌 럭셔리 ETF(Amundi S&P Global Luxury ETF·GLUX)와 국내에 상장된 하나로(HANARO) 글로벌 럭셔리 S&P(합성) ETF 2종이 있다. 유럽 시장에 상장된 ETF는 현실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솔루션은 HANARO HANARO 글로벌 럭셔리 S&P(합성)(354350) ETF가 유일하다. 이번 ETF는 개별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지수를 복제하는 방식이 아닌 스와프 거래를 통해 지수를 추종하는 합성 ETF다. 이 ETF는 대표적인 유럽 명품 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나 나이키, 테슬라 등 미국 시장에 상장된 종목을 포함해 약 80여 개 종목에 투자한다.

반면 올해 4월 신규 상장한 코덱스 유럽 명품톱10 스톡스 ETF(KODEX 유럽 명품TOP10 STOXX ETF·456250)는 에르메스, 루이 비통, 디올, 구찌, 페라리 등과 같이 명품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는 유럽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준명품 이하 포지셔닝 브랜드에는 투자하지 않고 비교적 경기에 영향을 적게 받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최다 소유한 LVMH, 에르메스와 같은 기업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상대적으로 개별 종목에 직접투자가 제한적일 수 있는 유럽 명품 종목을 ETF를 활용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에 상장된 ETF 모두 환헤지를 실행하지 않는 상품으로 주식 가치 변동 외 환율 변동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브랜드 희소성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가격 결정력과 중국을 포함해 신흥 국가 및 전 세대로 확장되고 있는 탄탄한 명품 수요는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명품 기업은 유럽에 상장돼 있어 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점도 명품 기업 ETF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글 신영덕 KB증권 WM투자전략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