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반려동물 800만 시대, 펫보험 활성화는

인터뷰
송동진 법무법인 위즈 변호사

반려동물 케어 비용을 줄여주는 펫보험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주인이 건강이 나빠져서 돌볼 수 없게 되거나 사망한 후에 반려동물을 보호하고 돌볼 수 있는 ‘신탁’의 활용법에도 눈길이 가고 있다.
[스페셜]송동진 법무법인 위즈변호사 "반려동물 미래 돌봄, 신탁으로 해결 가능"
펫신탁을 이용하면, 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해 수탁자로 하여금 위탁자의 사후에도 위탁자가 정한 내용에 따라 재산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송동진 법무법인 위즈 변호사는 “반려동물의 주인이 가족과 사이에 신뢰 관계가 있고 그 가족도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그 가족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면 된다”면서도 “반려동물의 주인과 가족 간에 신뢰 관계가 없거나 가족이 반려동물에 무관심한 경우에는, 주인의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볼 법적 보호장치를 만들어 둘 필요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신탁은 어떻게 가능한가.
"국내법상 반려동물 신탁은 어렵다. 현재까지는 사람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탁에는 기본적으로 위탁자, 수탁자 그리고 수익자의 제3 당사자가 필요하다. 다만, 수익자가 없는 신탁을 설정할 수도 있는데 이를 목적신탁이라 한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신탁의 수익자가 될 수 없지만, 수익자를 정하지 않고 반려동물의 돌봄을 위한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려동물은 신탁의 수익자가 아니지만 마치 수익자인 것처럼 신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신탁업자들이 판매하는 신탁 상품은 기존의 유언대용신탁을 변형해 반려동물을 맡을 새로운 수익자를 정하고 그 수익자로 하여금 반려동물을 돌보게 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신방식은 신탁의 원조인 영미권에서 말하는 본래적 의미의 반려동물 신탁(pet trust)은 아니다. 양자는 유사한 효과를 내지만 신탁의 구조가 다르고 법률 효과와 세금 면에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을 고려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 신탁의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뉴욕시 부동산 투자자였던 레오나 헴슬리(Leona Helmsley)라는 여성이 2007년경 트러블(Trouble)이라는 이름의 몰티즈 강아지를 위해 약 1200만 달러의 유언신탁을 설정한 것이 화제가 된 사례가 있다. 또 주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신탁 회사에 지급해 반려동물 신탁이 설정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펫신탁의 경우 위탁자인 주인의 사후에 수탁자가 제대로 신탁의 내용을 집행하는지를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신탁관리인이라고 하고, 반려동물의 주인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신탁관리인으로 정할 수 있다."

반려동물 신탁을 한 경우 향후 누가 실제로 돌보나.
"반려동물 신탁에서 반려동물을 실제로 보호하고 돌보는 사람을 양육자 또는 보호자(caregiver)라고 부른다. 그리고 반려동물 신탁의 수탁자는 보호자에게 통상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고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병든 경우 의료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구체적 내용은 신탁 계약을 통해 정한다. 본래적 의미의 반려동물 신탁에서 보호자는 수익자는 아니고 사실상 반려동물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이다. 반려동물의 주인은 보호자가 제대로 반려동물을 돌보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신탁관리인에게 맡길 수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실무상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을 유언대용신탁으로 하므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역할은 수익자가 행하게 된다."

반려동물 신탁의 범위와 내용은 무엇인가.
"신탁의 내용은 주인인 위탁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신탁법'상 제한은 없다. 가령, 양육자(보호자)가 준수할 사항으로 반려동물에게 먹일 음식의 내용, 반려동물을 하루 1회 산책시킬 것, 한 달에 1회 미용실에 데려갈 것 등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자손이 태어나면 그 자손에게도 혜택을 주도록 할 수 있고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그 이후 남는 돈은 동물보호단체에 기탁하도록 정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주인은 사후에도 계속 세심하게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다.
다만 신탁의 내용을 복잡하게 정하면 수탁자인 은행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신탁의 내용에 포함될 것인지는 수탁자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직접 재산을 상속하거나 유언으로 줄 수 없나.
"부담부유증으로 반려동물에게 사실상 재산을 물려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재산을 상속받거나 유언으로 받을 수 없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단 가족에게 유언으로 재산을 주면서 반려동물을 돌볼 의무를 부담시킬 수 있는데 이를 부담부유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수술 등으로 큰 의료비가 필요한 경우 가족 사이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유언장에 반려동물에게 매년 일상적으로 사용할 금액이나 의료비 등을 적어놓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족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유언으로 재산을 받은 가족이 반려동물을 성심껏 돌본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족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경우 상속인인 다른 가족이나 유언집행자는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를 다른 가족이 확인·감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경우 다른 가족이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해 분쟁이 생기는 것은 그 자체로 고인이 기뻐하지 않을 일이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부담부유증 방식으로 가족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는 것은 경우에 따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족이 아니라 중립적인 제3자에게 재산을 맡기는 신탁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주인과 가족 간에 신뢰관계가 없거나 아예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스페셜]송동진 법무법인 위즈변호사 "반려동물 미래 돌봄, 신탁으로 해결 가능"
반려동물 신탁의 현황은 어떤가.
"신탁업을 하는 일부 은행 등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신탁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체결된 계약 건수가 공개돼 있지는 않지만 아직 활성화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신탁 시장은 이제 열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려동물 신탁의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반려동물을 포함한 신탁 제도 자체가 개선 및 활성화돼야 한다. 최근 1인 가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1가구 1주택 유언 상속이 막혀 있기 때문에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내의 경우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신탁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신탁 상품은 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탁이 활성화되려면 '신탁법'이 개정돼야 한다.
특히 반려동물 신탁은 재산의 운용과 직접 관련이 없고 사안별로 반려동물과 가족의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 신탁의 내용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탁업자인 은행이나 증권 회사는 반려동물을 위한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운용해 얻게 될 보수 등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주인의 세세한 니즈를 파악해 신탁의 내용에 반영하는 역할은 로펌이 금융 회사보다 더 적합한 면이 있다. 그런데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은 신탁업자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해 가능하고, 신탁업 허가는 은행과 증권 회사에 대해서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은행과 증권 회사만 신탁의 수탁자를 해오다 보니 신탁 회사라 하면 당연히 은행과 증권 회사를 말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신탁의 원조인 영국과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고, 로펌 등도 신탁의 수탁자로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향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