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서울에서도 이 행사를 만날 수 있었다. 와인 수입·유통업체 ‘셀라프리베(Cellar Priv e)’가 ‘제1회 라 폴레 서울’을 개최한 것이다. 프랑스인으로 셀라프리베를 이끄는 마튜 마르샬 대표는 부르고뉴 특유의 ‘나눔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라 폴레 서울을 개최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좋은 와인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르고뉴 특유의 와인 문화도 알리고 싶었죠. ‘줄라이(July)’, ‘토트(Tote)’, ‘롱보트(Longboat)’, ‘코라뱅(Coravin)’과 같은 레스토랑에서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점차 많은 업체가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와인 애호가에게 셀라프리베는 낯선 이름이 아닐 터. 가성비 좋은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찾아주는 이른바 소싱(sourcing, 대외 구매)업체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까닭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부르고뉴의 전설’이라 불리는 양조업자 앙리 자이에의 ‘도멘 앙리 자이에 에셰조’ 와인을 매입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앙리 자이에는 2006년 타계했다. 때문에 주류업계에선 ‘앙리 자이에가 만든 와인은 사실상 시중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마르샬 대표가 와인 소싱에 발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그의 특별한 이력 덕분. 프랑스 쥐라 출신으로 부르고뉴에서 요리(Art de la Table and Service)를 전공한 그는 이후 런던·두바이·홍콩 등 다양한 지역에서 와인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와인은 예술 작품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언제 와이너리에서 출고되어 어디를 거쳐 시장에 나왔는지 등 이력이 매우 중요하죠. 같은 와인이라고 해서 이력이 불확실한 제품을 구매하면 안 됩니다. 와인은 보관 방법이 중요한 만큼 이력이 없으면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거든요. 드물지만 가짜 상품도 있고요. 셀라프리베의 경우 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로 와이너리와 직거래하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있는 와인만 취급하죠.”
그가 소싱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이른바 ‘파인 와인(fine wine)’이다. 파인 와인은 에이징할수록 가치가 높아지거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와인 메이커의 와인으로, 재테크와 미래 가치를 보고 개인 혹은 기업에서 구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와인은 금보다 안정적 투자처로 여겨집니다. 리스크가 적거든요. 일단 좋은 빈티지로 인정받으면 절대 가격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마르샬은 특히 클래식 와인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샤토 무통 로칠드나 로마네콩티 같은 클래식 파인 와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양이 계속 줄고 있거든요. 고객이 제게 와인 소싱을 부탁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셀라프리베의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와인 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와 함께하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것. 그는 “아직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행사가 될 거라는 점이에요”라고 말한다. 셀라프리베는 한국 와인업계 최초로 로버트 파커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마지막으로 마튜 마르샬 대표에게 비전을 물었다. “한국은 전 세계 와인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 중 한 곳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조사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을 정도죠. 특히 지난 10년간 한국이 보여준 와인 시장 성장률은 그동안 전례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안목이나 수준도 높죠. 그래서 파인 와인을 포함한 고급 와인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시장에서 셀라프리베가 대표 주자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고객으로부터 ‘셀라프리베에 소싱을 맡기면 믿을 만하다’, ‘셀라프리베가 수입하는 와인은 믿고 마실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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