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9월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채권형 펀드에는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1조8316억 원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투자 잔액은 131조4434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가운데 직전 3개월 평균 투자금액이 2조3305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월에는 평소보다 투자 속도가 가속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국채금리 정점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캐리 매력이 확보된 가운데 자본차익도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못지않게 주식 투자자금도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는 9월 1일부터 18일까지 1조1712억 원이 증가했고, 투자 잔액은 101조4538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3개월 평균 유입금액 8694억 원을 고려하면 9월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평년 수준의 투자금액을 상회한 것이다.

다만 주식형 펀드의 경우 자금 유입과 유출의 변동이 커 추세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채권형 펀드와 성격이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도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9월 1일부터 4조7444억 원이 증가해 투자 잔액 183조841억 원을 나타냈다. 직전 3개월 평균 증가액이 1조875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월에는 MMF 유입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다만 MMF의 경우 여타 자산과 비교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세수 부족에 따른 외국환평형기금 활용으로 MMF 환매가 대규모 발생했다가도 국고 여유자금 유입으로 증가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래 3개월 중에는 순증과 순감소를 반복했는데, 국고 자금 유출입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머니 무브] 채권 시장 자금 유입 가속화…분할매수 적기
외국인 원화 채권 투자금액 감소 이유는

외국인은 9월 현재 원화채 시장에 총 234조588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8월 말 잔액 대비 투자금액이 2조4934억 원이나 감소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투자금액이 줄어들었고, 감소 폭이 늘어났다.

잔존 만기별로 구분해보면, 과거 투자 잔액이 줄어들 때에는 주로 잔존 만기 1년 이하 구간에서 잔액 감소가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1년 초과 10년 이하 구간에서 투자금액이 감소했다. ‘

만기 도래물에 대한 재투자 미이행’과 달리, 잔존 만기물을 직접 매도하고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구간 국채금리가 3.9% 전후, 외환(FX)스와프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정차익 수익 2%대 초반을 감안하면 상당한 투자 메리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이 유출되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기대해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자금들이 일부 반환됐거나, 중국발 경기 둔화와 관련해 한국의 매크로 리스크를 우려한 몇몇 기관들이 수출 신흥국 포지션을 청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계절적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 시계에서 원화채 투자 잔액을 늘려 왔으나 9월을 전후해 4분기에는 투자금액이 줄어드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는 미국의 회계연도와 재정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판단되는데, 미국은 한국과 달리 10월부터 새해 회계연도(1분기)가 시작된다. 새 회계연도가 매해 정상적으로 시작하지는 않고, 대체로 9월을 전후해 양당 간 예산안 관련 갈등으로 10월 초 중순까지 정부 셧다운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재정지출이 축소돼 미 국채금리 낙폭이 확대되기 때문에, 국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돼 온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각국으로 자금이 분배된다.

금리 하락 변곡점 시기는

글로벌 국채금리가 당분간은 밴드 상단에서 등락을 지속하겠지만, 11월을 기점으로 명확한 하락 변곡점을 형성, 금리의 추세적 하락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올해 경기가 소프트랜딩을 지나고 있어, 예상보다 견조한 경기 여건에 대한 채권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다만 3월부터 이어진 미국 중소은행 파산을 통해 금융기관이 감내할 수 있는 금리의 상단 수준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판단하며, 이후 금리가 오르기는 했지만 시장금리 추가 상승 저항선이 견고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단의 마지노선을 파악한 것으로 본다.

3월 이후의 금리 영역대에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중소은행들은 금리 상승 구간에서 순이자마진(NIM) 역마진에 노출된 은행 개수가 늘어난다. 은행들은 시장 전반의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예금금리를 높이고(중소은행의 비용 증가) 동시에 하이일드 대출을 일으켜(중소은행의 주요 수익원) 은행 순이자마진을 확보해야 하는데,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금리 대출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예금금리가 낮았으나, 뱅크런 리스크를 대비해 점차 예금금리는 높이고 신규 대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종국에 금융기관 간 유동성 부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금리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능력이 저하돼 가는 와중에, 금융기관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 기업들은 가격 전가 능력을 점차 잃어 가는 중이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임금은 아주 느린 속도로 하락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 고정비는 유지되는 가운데 총판매액은 빠른 속도로 줄었다. 이는 완전고용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가 채용을 취소하거나, 기존의 인력을 해고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급진적인 해고 증가보다는 실업률이 현재보다 1%포인트 오르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실업률은 4.6%가 예상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파산 건수가 평년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할 시 발생 가능한 실업 건수로 파악된다. 이러한 점들이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 수 있다.능한 실업 건수로 파악된다. 이러한 점들이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 수 있다.
[머니 무브] 채권 시장 자금 유입 가속화…분할매수 적기
현 시점부터 분할매수 필요

특히 11월 이후로 하락 시점을 전망하는 이유는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공포심이 형성돼 있어, 해당 시점 정도는 돼야 불안을 해소하고 채권 매수로의 진입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과거에도 국채금리는, 최종금리를 확인한 후에야 매수심리가 반영되며 금리의 추세적 하락 곡선이 이어지곤 했다.

또한 실질적인 최종금리가 7월(5.5%·25bp 인상)로 지목되고 있지만 최근 다시 상승하는 국제 원유 가격과 아직 잔존한 미국의 통화량을 평가해봤을 때, Fed가 11월까지 ‘데이터 기반’ 기조를 강조해 추가 인상 긴장감을 계속해서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9월부터 최종금리임을 확인시켜준다면 시장금리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할 수 있고, 이는 Fed가 지금까지 우려하고 있는 ‘긴축의 파급 효과 지연’ 측면에서 통화 긴축 정책의 효용을 의도치 않게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11월까지 긴장감 유지, 이후부터는 시장금리 하락을 전망한다. 우려되는 점은 시장의 컨센서스가 ‘11월 시장금리 하락 변곡점’으로 형성될 경우, 이를 대비한 선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우호적 경기 여건을 감안해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 있는 폭도 제한돼 있다고 판단한다.

시장이 언급하고 있는 중립금리 레벨까지는 국채금리가 수월하게 하락할 수 있으나, 해당 레벨을 하향 돌파해 낙폭을 크게 키우기는 어렵다. 여전히 물가에 상방 압력이 잔존하고,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실업률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의 하락 변곡점 형성 시기를 다시금 유기적으로 평가해보면, 금리가 변곡점을 형성할 때 매수 진입 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제한적인 자본차익 확보 시기를 놓치는 것과 같게 된다. 따라서 현시점부터는 분할매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하며, 11월을 전후해서는 금리 변곡점 형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