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 MONEY& REAL ESTATE

집값 바닥론과 상승론이 팽배하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주춤하면서 바닥을 완전히 지나지 않았다는 불안심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지수 변동률 추이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급락한 집값은 2022년 12월~2023년 1월 바닥을 찍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23년 6월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된 후에도 상승세를 키워 나가다가 9월 이후 한풀 꺾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 변동률 추이, 출처: 한국부동산원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 변동률 추이, 출처: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통계일 뿐, 다양한 아파트 시장의 가격 흐름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는 만큼 이번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자. 거래가 수반되지 않은 가격 변동은 큰 의미가 없는 만큼 하락을 하든 상승을 하든 거래량이 중요하다.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 변동률 추이, 출처: 한국부동산원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 변동률 추이, 출처: 한국부동산원

지난해 9월에서 12월까지 거래량은 600~800건 정도다. 180만 호가 넘는 서울 아파트 한 달 거래가 1000건 아래라는 것은 사실상 올 스톱이다.
올해 1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거래량은 4월 3000건을 넘은 후 6월까지 늘어났지만 4000건을 넘기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다가 9월 거래는 3000건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10월 거래량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세 상승이라면 거래량과 가격이 치고 올라가주어야 하는데 급매물이 소진된 후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이 상반기 급매물 가격이면 해볼 만하지만 반등 이후 가격을 따라가기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매물도 늘어나고 있는데 매물이 증가한다는 것은 집주인들조차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집값이 더 높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를 한다면 다수의 매도자는 호가를 껑충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한다.

뜨겁다던 청약 시장도 주춤
주춤하는 매매 시장에 비해 그래도 분위기가 뜨겁다던 청약 시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고 분양가에도 불패신화를 이어 가던 서울에서 최근 25대1의 청약 경쟁률이 나왔음에도 실제 절반 정도만 계약을 하면서 무순위가 발생했다.
입지나 분양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집값이 무조건 올라간다는 분위기였다면 고분양가 무시하고 계약을 했을 것이다. 미계약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조건이 아닌 보다 경쟁률이 높은 단지 위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122대1이었던 6월 서울시 청약 경쟁률은 9월 77대1로 내려왔고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분양전망지수 역시 8월보다 9월이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바닥을 찍고 반등하던 집값 흐름이 추석 이후 한풀 꺾였다고 볼 수 있다. 착공, 인허가 물량 감소로 향후 입주 물량이 부족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향후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지금 분양 가격이 저렴하다는 상승 원동력보다 2020~2021년 집값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의 반등한 집값이 부담스럽고 생각보다 대출금리가 다시 올라가는 상황에서 중동전쟁으로 고금리 상황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커져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가계 부채 증가와 집값 추가 상승이 부담스러운 정부가 50년 만기 대출을 조기 마감하고 특례보금자리를 종료하면서 구매 능력이 줄인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타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 어디로 흘러 갈까. 아파트 전세는 안정을 찾고 있지만 미국의 나 홀로 호황과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안한 유가를 감안하면 금리는 생각보다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내년에 금리가 한 번 인하된다 하더라도 다시 예전과 같은 저금리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인하보다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내년 부동산 시장을 그리 낙관적으로 대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다시 급락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 하락 조짐을 보이고 미분양이 다시 늘어나면 금융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회피할 수 있는 대출 상품 등을 통해 다시 부양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당분간 집값 흐름은 살짝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는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부동산 시장 분석해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2009년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가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폭락한 집값은 2009년 상반기 다시 반등에 성공했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2012년 한 번 더 하락하는 더블 딥이 있었다.
그때도 2003~2007년 큰 폭의 상승기가 있었고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일시적 하락 후 반등했지만 2~3년 보합 흐름 후 2차 하락인 더블 딥을 지난 후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으로 전환됐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고 당연한 흐름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동안 2배 이상 상승한 아파트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6개월 동안 고점 대비 30% 정도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집값을 시장에서 대세 상승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무리다.
우리는 지금 당장 '오른다 내린다, 집을 산다 안 산다'의 답을 강요하고 있다. 나무가 아닌 큰 숲을 보자. 오랫동안 열심히 달렸으면 쉬어 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그것이 건전한 시장이다.
필요하고 자금이 되는 실수요자들은 고점 대비 10~20% 하락한 매물이라면 내 집 마련을 해도 된다. 어차피 100% 타이밍을 잡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다만 2020~2021년처럼 나 혼자 벼락 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서두르지 말고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