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활용은
[한경 머니 기고=EY한영 세무부문 이나래 파트너·이수경 이사] 산업용 장비 제조 기업을 각각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70세 동갑내기 A씨와 B씨가 있다. 칠순을 맞이한 두 사람은 더 늦기 전에 한평생 노력으로 키운 가업을 생전에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의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세제 혜택을 모르고 회사 지분을 물려받은 A씨의 자녀는 이를 알고 회사 지분을 물려받은 B씨의 자녀에 비해 세금을 2배가량 더 부담하게 된다. 가업승계를 고민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 세제 혜택 제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 창업 세대의 고령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2016년 18.7%에서 2021년 31.6%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은퇴 시점이 다가온 국내 기업의 창업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유지 및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창업 세대가 가업을 다음 세대에 순조롭게 승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가업승계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기업의 폐업으로 인해 경영 노하우나 독자 기술 등이 소멸되거나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가업의 적시 승계를 지원하고자 1997년부터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가업과 관련된 지분의 사전증여에 대해 저세율 및 공제 적용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2022년부터는 그 적용 대상과 한도, 요건 등을 대폭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업승계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활용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대상 확대
지난 2022년에는 해당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확대했다. 매출액 요건은 직전 3개년간 평균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에서 5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으로 확대했으며,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 역시 50%(상장 30%)에서 40%(상장 20%)로 완화했다. 공제가액은 기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적용한도 또한 기존 100억 원에서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따라 기존에는 매출액 규모 또는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혜택을 적용받지 못했던 기업도 증여 특례 적용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말 발표된 2023년 세법개정안은 증여세 10% 저율과세 구간을 기존 6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300억 원 이하는 10%, 300억 원 초과는 20%의 특례 증여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외에도 기존에는 가업상속공제에만 적용되던 20년의 연부연납 기간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에도 적용해,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증여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기업가들에게 희소식인 개정안이다.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은 올해 말 국회 통과 여부와 내년 초에 이루어질 시행령 개정 등의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정부가 가업승계 지원 제도를 지속해서 확대함에 따라 사전증여를 통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적용받을 경우 사전증여 없이 일반 상속하는 경우에 비해 세 부담이 상당히 감소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제조 기업 경영자 A씨와 B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면, 30년 이상 중소기업을 경영한 아버지가 기업 가치 12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을 자녀에게 사전증여 없이 사망 후 일반 상속했을 때의 부담세액은 600억 원으로 유효세율이 50%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600억 원일 때 해당 기업 주식(향후 상속 시점의 기업 가치는 1200억 원으로 상승한다고 가정, 사업용 자산 100%)을 사전증여 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았을 때의 전체 상속·증여 부담세액은 300억 원으로 유효세율이 25%에 불과하다. 사전증여 없는 일반 상속의 경우 사전증여를 통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했을 때보다 약 2배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향후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전증여를 통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적용받게 되면 추후 상속세 정산 시 상속세 과세가액이 사전증여 시점의 가액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큰 상속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증여한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 이자 등으로 상속·증여세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 자녀의 증여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자녀의 사전 지배력을 확보하고 경영 기간을 안정화해 가업을 원활히 승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용 요건 및 사후관리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특히 여러 업종을 운영하거나, 과거에 분할·합병 등 복잡한 기업 구조 변경이 있었던 경우, 승계자가 여러 명인 경우 등 각 상황에 맞춰 적용 요건 충족 여부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 이후에도 5년간 수증자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가업에 종사하며 지분을 유지해야 하는 것과 같이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할 요인이 없는지에 대한 검토도 중요하다.

추가로,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더라도 증여세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증여재산가액은 증여한 주식가액 전체가 아닌, 가업 법인의 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사업용 자산의 비율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따라서 사업무관자산 비율에 해당하는 주식가액은 일반적인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전에 관련 세법상 사업무관자산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과 사업무관자산을 사전에 관리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주가 흐름에 따른 증여 시기 효과 검토, 가업상속공제까지 고려한 증여 특례 검토 등이 선행돼야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EY한영 세무부문 이나래 파트너·이수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