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도 감정과 생각의 반응이 강하면 불편하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무뚝뚝한 것도 답답할 수 있다. 중간 정도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주변을 돌아봐도 중간이 잘 없다.
당신은 예민한가요
매우 섬세한 사람
자녀가 ‘상담’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데 타인의 고통을 너무 깊이 받아들이는 편이라 걱정이란 고민을 들었다. 실제로 공감은 상담의 핵심 요소지만, 과도하면 상담 피로도 크고 상담 받는 사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과정도 어렵게 한다. 공감 능력에 장단점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생이 “ADHD,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당연히 마음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퍼포먼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필요할 경우 치료하면 되는 것이고, 스스로를 진단명에 묶어 한계를 두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미래 확장 가능성을 가둘 수 있다”고 답했다.
산만하고 싫증을 잘 내는 특징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멀티 태스킹이 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울이란 감정도 불편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마음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다.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 퍼포먼스 측면에서 예를 든다면 자기 성찰이 앞서지 않는 훌륭한 창조적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학적 증상은 당연히 현대 의학이란 무기를 활용해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내 심리적 특징이 동시에 갖는 장단점 또는 이중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개인마다 타고난 특별함이 있는 것은 ‘신경적 다양성(neuro-diversity)’이 우리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5명 중 1명 정도로 추정되는 ‘매우 섬세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HSP)’이다.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예민도가 특별하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은 놓치는 상대방 얼굴에서 잠깐 비치는 감정 표현을 놓치지 않는다거나 업무적으로 공감 소통 및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 상사에게 높이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섬세하다는 것은 쉬지 않고 주변 정보를 수용하고 해결하려는 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특히 결정이 쉽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선 과몰입으로 탈진이 오고 감정적 불안정성을 보일 수 있다. 일 잘하던 직원이 갑자기 격한 소통으로 관계 갈등을 만들고 휴직, 퇴직 등을 이야기할 때 HSP 타입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민한 것이 아니고 섬세한 것
예민한 자신이 한심하다고 고민하는 이를 많이 본다. 예민한 것이 아니고 섬세한 것이다. 섬세한 것은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측면에선 더 진보한 특화 시스템으로 결함이 아닌 장점이다. 고성능이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을 뿐이다. 고성능이니 더 잘 쉬는 것이 중요하고, 지친 상황에선 너무 복잡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좀 미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민하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섬세함’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스스로를 부정적 틀에 가두어 감정적 불편을 주면, 주관적 만족감이나 실제 퍼포먼스에 약영향을 줄 수 있다.
요즘 들어 “MBTI가 어떻게 되세요”가 만남의 첫 대화인 경우가 꽤 있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하겠지만 서먹한 분위기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 이런 테스트가 유행인 이유라 생각한다. 한번은 “테스트에선 ‘E(extrovert)’로 나오지만 본성은 ‘I(introvert)’가 강하지 않냐”는 가벼운 심리 스타일 유머를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에게 툭 던진 적이 있다. 그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아셨어요. 저 원래 내성적인데 외향적으로 행동하려고 꾸준히 노력한 거예요”라 답했다.
순간 숨겨진 비밀을 맞추는 족집게 마음 전문가로 비추어졌지만 사실 외향성과 내향성은 무 자르듯 구별이 되는 특징은 아니다. 정도 차이만 있지 우리 마음에 섞여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외향적 특징이 도움은 된다. 우선 네트워킹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분위기도 기분 좋게 이끈다. 대중 연설을 할 때도 두려움이 적다. 주변의 평가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내향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특징이 자녀에게 보일 때 걱정하는 경우까지 있다. 예를 들어 “제가 내향적이라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는데 자식도 그런 성향을 닮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외향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같은 고민을 접한다.
태어나긴 ‘I’인데 학습형 ‘E’를 강화해 외향형으로 보이고 직업도 외향적 성향이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향적 성향이 큰 경우도 네트워킹이나 대중 스피치 같은 외향적 활동을 하면 기분과 에너지가 고양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향적 성향의 자녀에게 음악 밴드 활동 등 외향적 활동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성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내향적인 이가 외향적인 활동을 과도하게 하면 에너지 소진이 증가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럴 때 더 강력한 외향적 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더 지칠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피로감이 적고 즐거움이 큰 외향적 활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I’가 좋아하는 자신만의 브레이크 타임을 적극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
‘I’가 본성인 ‘학습형 E’인 이들이 ‘진짜 E’를 만나면 초강력 에너지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모임이 즐거우면서도 내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럴 때 내 원래 ‘I’와 만날 수 있는 브레이크 시간을 이어 가지면 또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각각 장점을 가지고 있고 내 안에서도 섞여 있다. 나만의 특성을 멋지게 여기고 즐기며 사는 것이 삶의 한 재미라 생각한다.



글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