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안정적인 상속 플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족법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적잖이 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목적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절세만을 목적으로 가족법인을 설립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가족법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가족법인, 낭패 없이 활용하려면
개인사업자로 침구 사업을 해 오던 A(51)씨는 최근 가족법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매출이 커지다 보니 가족들에게 수익원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또 하나뿐인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최근 들어 가족법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씨처럼 가업승계를 위해 가족기업을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가족법인 설립을 고민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절세를 위해 법인을 활용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족법인은 법률상 용어는 아니다. 한 가족 또는 가문이 소유와 동시에 경영하는 법인을 의미한다. 유대계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Rothchild)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가족기업으로 출발해 대를 이어 성장한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가 경영하는 대기업부터 수많은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는 여러 형태의 가족법인이 있다.

다만 여기서 언급하는 가족법인은 대기업 형태가 아닌, 주주가 소수의 가족구성원만으로 이뤄지고 실질적으로 개인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법인을 뜻한다.

가족법인, 절세 측면에서 개인보다 유리
가족법인은 세법상 ‘법인’에 속한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6.6~49.5%)보다 법인에 적용되는 세율(9.9~26.4%)이 낮다.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까지 고려한다면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물론 법인 단계에서 법인세 이외에도 주주가 법인으로부터 급여, 배당 또는 퇴직소득 등을 받을 때 추가로 내야 하는 소득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배당받지 않고 유보해 법인의 추가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과세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대표이사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을 인정받거나 결손금을 처리하는 측면에서도 개인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가족법인은 가족구성원 간에 부(富)를 이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지분이나 자본금을 납입할 수 있는 자금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가족구성원을 가족법인의 주주로 만들 수 있다. 또 가족법인의 사업 운영이나 투자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지분에 따라 각 가족구성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 세법상 증여세 대상 거래가 되지 않는 한도를 활용한다면 가족법인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가족기업의 투자자금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족법인, 명확한 목적과 검토 필요
세법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과거에 통했던 절세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명확한 목적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절세가 가능하단 믿음으로 가족법인을 설립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먼저 법인 관리 측면에서 다음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법인은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주체로서 개인과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그 경계를 분명히 두지 않고 관리한다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법인에는 상법과 세법 등 다양한 법률이나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법을 잘못 해석해 세무조사 때 예상치 못한 세금이나 가산세를 부담하거나, 법률을 위반해 과태료 또는 제재 처분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무엇보다 절세에만 초점을 맞추고 가족법인을 운영한다면 과세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현행 법령상 인정되는 방식으로 거래를 구성해 절세의 묘안을 찾아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과세한다. 이는 둘 이상의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인 경우 이러한 거래들이 조세회피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될 때 그 거래들을 모두 제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한다는 원칙을 포함한다. 최근 다수의 조세심판원 심판결정례나 법원 판례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소규모 가족법인은 본래의 설립 취지에 충실하다면 여러 순기능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절세만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가족법인, 일명 ‘무늬만 법인’은 이미 과세당국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정부는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간 차이 등에 따른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개인사업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위해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개인유사법인(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 배당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는 소득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주주에게 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실현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등의 이유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하지만 미배당 유보 소득에 대해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방안이 향후 다시 도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가족법인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때는 전문가를 통해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법인 설립 및 운영 방안 전반을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각종 세무 이슈에 대해 사전 검토하고 최근 심판례나 과세 동향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업의 본래 취지에 맞게 가족법인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글 박주희 삼일PwC 고액자산가 세무자문그룹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