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대형 기술주와 함께 담을 투자 상품은?
2023년 글로벌 주식 시장을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인공지능(AI) 열풍’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AI 열풍은 엔비디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르는 기업들을 ‘Magnificent 7(M7)’으로 명명했고 미국의 위대한 7대 기업들은 2023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의 약 65%를 책임졌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이러한 현상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는 상대적으로 이익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 성장주로의 쏠림이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것에 더 많은 가치를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기업들이 경영 압박을 받고 이익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막대한 자본을 AI에 투입한 M7 기업들의 성장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2024년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성장은 여전히 희소한 상품이다. 경기 침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흐름은 올해도 역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소위 빅테크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은 일종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1년 전보다 경기 침체가 미칠 영향에 더 취약해진 상황이다. 여전히 견조하게 나타나는 미국의 경제지표들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과 그 시기를 더 예측하기 힘들어졌고, 무엇보다 대형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시작할 때는 매력적인 가격 수준을 바탕으로 주식 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하지만 올해의 시작점에서는 이미 높아진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시장이 조그마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투자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싸진 대형 기술주에 대한 포지션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다각화' 변동성 방어를 위한 선결 과제

AI 기술이 실질적으로 대형 기술주들의 성장을 지지하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주가 수준이 위험할 정도로 높다고 판단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당연히 포트폴리오를 우선적으로 돌아보고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대형 기술주들의 비중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기술주와 다른 스타일을 가진 업종의 주식으로 다각화하거나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 및 테마로 투자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우선, 주식 비중의 일부를 기술주 외의 업종으로 다각화할 경우 미국 배당주는 매력적인 고려 대상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채권 이자보다 배당이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는 배당을 중시하는 주주친화적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배당을 증액한 기간에 따라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25년 이상), 배당왕(dividend king·50년 이상) 등과 같은 구분이 생겨날 정도로 배당 투자가 보편적이다. 특히 배당왕 기업들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 국면에서 S&P500 지수보다 높은 방어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한다면 매크로(거시경제)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로 기술주와는 별도로 AI 내재화를 통해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들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헬스케어 업종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I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영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최근 AI 신약 개발 솔루션 업체인 앱사이(Absci)와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데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AI는 임상시험 기간을 앞당겨 제품 기획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제약사들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헬스케어 업종은 2024년 미국 주식 가운데 가장 강한 이익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기술주 비중의 일부를 여기에 분산할 것을 추천한다.

소비재 업종에도 이러한 기업들이 충분히 존재한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한 AI 활용 수준을 뛰어넘어 마크비전(MarqVision)의 AI 솔루션을 럭셔리 브랜드의 가품(위조품) 판매자 색출 및 제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는 인간 대신 24시간 쉼 없이 일하면서 효율도 월등히 높기 때문에 약 2000조 원으로 추정되는 가품 시장을 제한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매출 및 브랜드 가치를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대형 기술주 비중의 일부를 AI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배분할 것을 추천한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변화에 따른 신규 수요는 반도체 빅사이클을 견인해 왔다.

AI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AI 훈련 및 데이터 처리 과정의 연산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반도체와 차별화된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H100 등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AMD에서 MI300을 출시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등 반도체 업종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새로운 기술 출현의 가속화로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 기업 중 상대적 매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반도체 기업만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혀 일본, 대만 등의 반도체 선두 기업들로 투자를 다각화한다면 특정 국가에 투자가 편중되는 데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WM Report] 대형 기술주와 함께 담을 투자 상품은?
올해 액티브 펀드의 약진 두드러질까

하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유망 업종과 기업들을 선별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매력적인 업종과 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놓은 간접투자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이 투자의 유용성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특히 변동성이 상존하는 2024년의 투자 환경을 생각해볼 때 우수한 하방 방어력을 갖춘 액티브 펀드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구축을 고려해볼 만하다.

비록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하방 방어력을 가진 펀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뛰어난 투자 성과를 나타낸다. 무수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듯, 다양한 형태의 펀드들도 수많은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각각 어떻게 운용돼 왔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하방 방어력이 우수한 펀드들은 특정 스타일과 업종으로의 쏠림이 적고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모멘텀에 편승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갖춘 선별된 기업들에 집중하기 때문에 변동성 장세에서 하락 폭을 줄임으로써 초과 성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액티브 펀드를 활용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을 되돌아보면 세상을 새롭게 바꿀 것 같은 아이디어와 스타 기업들이 속출하고 시장도 덩달아 지나친 흥분에 빠졌지만 파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1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카콜라처럼 수많은 기업들의 명멸 속에서도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고 흔들림 없이 영속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결국 역사가 주는 교훈은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사라지고, 오직 계속 혁신하고 지배력을 구축하는 기업들만 생존할 것이라는 점이다.

AI 기술은 이제 겨우 발걸음을 떼었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기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기술적 변화와 새로운 혁신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급속한 변화와 발전의 한복판에서 투자자는 예기치 않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을 갖고 다각화된 투자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를 권한다. 액티브 전략 역시 투자 성과에 유용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위험 관리가 시장에 계속 머물기 위한 제1의 원칙임을 되새기고 2024년의 투자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

글 조석민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