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로 만든, 혹은 견과류의 맛을 품은 술들.
(왼쪽부터) 디사론노, 문삼이공잣, 올레 스모키 피넛 버터, 베린저 브로스 버번 배럴 카베르네 소비뇽
(왼쪽부터) 디사론노, 문삼이공잣, 올레 스모키 피넛 버터, 베린저 브로스 버번 배럴 카베르네 소비뇽
1 디사론노
‘디사론노’의 탄생은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된다. 때는 바야흐로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였던 화가 베르나르도 루이니는 이탈리아 미콜라이 성당의 성모 마리아 벽화를 의뢰받았다. 그는 벽화의 뮤즈로 한 여성을 선택했고, 그 여인은 자신을 그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아몬드로 담근 술을 선물했다. 이 술이 바로 디사론노의 모태다. 탄생 비화에서 알 수 있듯 입에 넣자마자 아몬드 향이 풍겨 오는데, 스트레이트나 온더록스로 마셔도 맛있지만 갓파더 등 칵테일로 만들면 그야말로 훌훌 넘어간다.

2 문삼이공잣
잣 막걸리라는 이름을 단 많은 술이 사실은 인공감미료로 맛을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하지만 ‘문삼이공잣’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오직 쌀과 누룩, 물 그리고 강원도 홍천 지방의 황잣만으로 만들기 때문. 알코올 함유량이 12%로 여느 막걸리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금방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반주로 홀짝홀짝 마시기에 그만이다. 특히 막걸리를 섞기 전 윗부분의 맑은 술을 따라 마시면 방금 잣을 짰나 싶을 정도로 고소한 맛이 일품. 단, 잣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시원한 온도에서 음용하길 추천한다.

3 올레 스모키 피넛 버터
‘올레 스모키 피넛 버터’는 최근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술 중 하나. 쉽게 말하자면 미국 테네시주에서 옥수수로 만든 버번위스키에 피넛 버터를 블렌딩한 플레이버드 위스키다. 입에 넣으면 피넛 버터 과자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데, 이윽고 전해지는 버터리한 목넘김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보디감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을 듯. 그냥 마셔도 맛있지만, 탄산수나 콜라와 섞어 칵테일로 마시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알코올 함유량은 30%.

4 베린저 브로스 버번 배럴 카베르네 소비뇽
베린저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 가운데 1세대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미국 와인 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스피릿을 숙성시키던 배럴을 재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와인을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탄생한 술이 바로 아메리칸 오크 버번 배럴에서 60일 동안 숙성시킨 ‘베린저 브로스 버번 배럴 카베르네 소비뇽’. 잘 숙성된 타닌과 산미의 밸런스가 무척 뛰어난데, 특히 피니시에서는 버번 배럴에서 비롯한 구운 헤이즐넛과 토피 등의 너티한 향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