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유망 섹터 2. 반도체
[big story]"AI 날개 단 반도체, 시장 파이 커질 것"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의 쌀’ 반도체 관련 호재 뉴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 반도체가 주식 시장의 중축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연 그 추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올해 주식 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형적인 국내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연초에 좀 상승하다가 쭉 박스권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관련주가 중심이 될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반도체를 언급합니다. 대세 상승 초입일까요.
“사실 지난해 적자 대비 현 증시를 보면 일부 선반영된 부분도 적잖이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봐요. 올해는 AI를 중심으로 반도체의 신흥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가령,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에서 아직까지 AI 관련 서비스나 프로젝트 단위의 뭔가를 내놓지 않았거든요. 이 때문에 추후 그런 것들이 나오면 반도체 수요가 한 번 더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더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선 TSMC에, 메모리는 최근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향후 시장 전망은.
“저는 AI라는 커다란 새 파도가 옴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파이 전체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가령, 파운더리 비즈니스는 영업력이 사업을 크게 좌우해요. 그런데 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커지면 TSMC의 기존 고객을 뺏지 않아도, 신규 고객들을 추가로 발굴하고, 거래할 만한 판이 마련된다는 거죠. AI 섹터가 커질수록 TSMC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파도는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삼성전자와 TSMC가 서로 뺏고 뺏기는 구조보다는 둘 다 동반 성장할 만큼 시장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폰이 등장했습니다. AI의 실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AI 기술이 고도로 축약된 서비스나 상품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 위력을 바로 느끼실 겁니다. 일단, 유튜브 동영상을 운영하는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장애물이 발생할 때가 있어요. 제 경우 한국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대략 5000만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했죠. 그런데 AI를 바탕으로 유엔에서 인정한 5개 외국어로 동시에 라이브가 가능해지고, 번역 송출도 가능해졌어요. 심지어 제 입모양까지도 아랍어나 일본어, 중국어로도 바뀔 수 있더라고요. 이 밖에 섬네일 이미지 작업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도 있고, 저작권 리스크까지 관리해주는 툴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원하는 방식이나 내용들을 입력하면 거기에 맞춰서 파인튜닝을 해줘요. 이걸 저처럼 개인의 스몰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대기업에 연계되면 굉장한 파급효과가 생기죠. 그래서 이번에 삼성이 온디맨드(on-demand) 형태로 제시한 AI폰도 기업 간 거래(B2B)로서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서 범국민적인 생활밀착형으로 AI를 접할 수 있게 해줬죠.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를 알고, 활용할수록 제품 교체 주기도 빨라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하거나 하드웨어적 투자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향후 반도체 가격이 오를 거란 전망이 많은데요.
“저는 반도체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반도체 가격에 대해서는 꼭 낙관하지만은 않아요. 솔직히 저는 메모리 반도체는 ‘21세기의 나사못’ 같은 거라고 봐요.
이제 안 들어간 제품이 없을 정도가 돼 버릴 거거든요. 따라서 추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저가의 형태로 안정화되는 추세로 진화 및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반대로 시스템 반도체라고 불리는 파운더리 분야 반도체의 경우는 좀 다르죠.

파운더리는 계약에 따라 맞춤형으로 납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지금 전 세계적으로 안정감 있게 공급할 수 있는 주체가 자동차 반도체를 빼고는 삼성과 TSMC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따라서 양 기업들이 장기 계약으로 납품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캐파(CAPA·설비투자)를 유지하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도체 외 주목하는 분야는요.
“방위산업 쪽에 주목하고 있어요. 점점 전 세계적으로 전쟁의 징후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요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중동 지역의 경우 최근 관련 리스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도 직접적으로 핵을 보유하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고 빈 살만 왕세자 역시도 ‘이란이 핵을 갖는다면 사우디가 안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라는 논조로 발언을 해 오고 있죠.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핵 억제를 위한 여러 가지 협정들이 사실상 서서히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흐름 속에 제3세계 국가들도 핵을 기반으로 한 추가적인 고사양 무기 갖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국가가 핵을 바로 갖기를 희망할 수는 없거든요. 결국 잠재적인 적성 국가라든가 라이벌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기저가 있었을 때 다른 국가들이 할 수 있는 다른 방위의 수단은 우리 재래식 무기를 비롯한 여타 방산과 관련돼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게 대표적인 방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저는 큰손들이 많은 중동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 이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또 안보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들어갈 거로 보이고, 아울러 동남아 국가들도 양안 문제가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군수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따라서 저는 이런 세 군데에서 방위산업의 파이를 더 키울 것이라고 봅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