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립초, 열혈 교육의 세계 페이스북(현 메타)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를 1학년만 다니다가 중퇴하고 창업을 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가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전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저커버그의 창의성은 '학교'에서 출발
하버드대 2학년 때 중퇴했기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립할 수 있었던 창의성과 열정의 원천은 하버드대 전(前)에, 즉 유년기에 받았던 교육일 것이다. 저커버그는 미국의 유명한 사립학교인 필립스 엑시터(Phillips Exeter)를 졸업했다.
필립스 엑시터는 미국 정재계의 유명인사들을 배출한 명문사립학교로 저커버그는 중학교 시절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활용해 사용자의 음악감상 습관을 학습하는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Synapse Media Player)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열린 토론으로 창의성 키워야
필자도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일하면서 경험했던 바에 의하면 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야말로 치열한 열린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 바로 집단적 지성을 발휘해 공동체적 지식(collective knowledge)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어렸을 적부터 많은 책을 접하고 다양한 토론 기회를 통해서 타인과 의견을 교류하고 가장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는 법을 끊임없이 습득한 교육 환경 때문이라고 본다.
필자의 모교인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는 토론에 더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에세이’를 끊임없이 쓰게 만듦으로써 의견과 주장이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주는 훈련을 교육의 기초로 여긴다.
이러한 훈련에는 그 분야에서 아무리 유명한 권위자라도 그 의견을 의심해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교수와의 치열한 1대1 토론을 통해 길러주는 것을 포함한다.
결국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최강대국의 힘은 노벨상을 받은 한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와 만나도 수동적으로 몸을 낮추고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도전하는 자세로 끝까지 파고들어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교육을 통해 길러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부른 과정으로 비즈니스 영역은 물론 사회, 문화의 각 영역에서 선순환을 이루며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국내의 사립초 왜 인기일까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떠한가.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사립 초등학교 선호 현상을 위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해봤다.
사립 초등학교를 교육법에서 규정한 협의의 개념에서뿐만 아니라 인가 및 비인가 대안학교를 광의의 범위로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공교육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심하기 시작한 많은 학부모가 위기 상황에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립(대안)학교를 찾기 시작했고, 이는 전문직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정권의 노선에 따라 이념 논리, 진영 논리로 교육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등 교육의 정치화(자사고 외고의 폐지와 그 번복 사태와 같은)가 심화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은 대안적인 학교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고, 이와 같은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특별히 출산율이 낮아지고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대안적인 학교에 대한 교육 수요의 쏠림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들의 사립초에 기대하는 것은
그럼 과연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립(대안)학교에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기존의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된 교육 영역이다.
첫 번째는 예술과 체육 교육이다. 하버드대의 심리학자이자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개념을 만든 하워드 가드너는 아동 발달 시기에 따른 교육적 초점을 논의하면서 초등학교 시기를 포함하는 10세 이전의 시기야말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이야기한다.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인 비고츠키도 '아동의 상상력과 창조'에서 아이들이 글자로 표현하기 전 다양한 그림과 이미지를 통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이 바로 창조력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시절이야말로 다양한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의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이른 시기부터 아이들이 입시에 매몰돼 중요한 발달 과정을 놓치고 만다.
체육 교육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미국과 영국에서 온 엘리트들과 같이 교류하면서 이들의 지능보다는 ‘체력’에 놀란 적이 많다. 중요한 프로젝트나 시험을 앞두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양한 체육 활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 둔 것이 커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더하여 다양한 팀 스포츠 활동을 통해 협동하는 법을 배워둔 것도 엄청난 자산이 된다.
두 번째는 글로벌 소양 교육이다. 여기에는 영어와 중국어 같은 언어를 단순히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타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언어를 습득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이 언급한 ‘인문학적 상상력(narrative imagination)'을 위해서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나와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다른 사람, 예컨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자란 12세 아이와 만나도 그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겠다.
이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교육의 가장 ‘멋진 부작용(side effect)’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언어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모국어처럼 언어를 할 수 있는 황금 시기는 10세 이전으로 어린 시절부터 외국어를 노출할수록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아이들일수록 단순히 언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를 통해 이 문화권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 지능(relationship quotient)이 놀랍게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마지막으로 창의성 교육이다. 창의성 교육의 최고봉이야말로 독서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독서 교육이란 단순히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읊어내는 수준이 아닌, 책을 읽고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와 숨겨진 의미를 분석해 보고 비판하면서 책의 내용을 내 주장을 만드는 데 더하고 이용해보는 넓은 의미의 ‘문해 교육(literacy education)'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독서 교육을 위해서는 하나의 책을 오랜 시간 붙잡고 음미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보고 토론할 기회가 교육과정 내에 보장돼야 한다. 과연 정부에서 정해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이러한 독서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 혹은 교사가 얼마나 될까. 과연 우리 학교는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있을까. 사립(대안)학교를 선택함에 있어 이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영어의 틴커링(Tinkering)이라는 표현은 ‘어설프게 손보다’라는 뜻으로, 많은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창의력은 다양한 활동을 조금씩 어설프게나마 경험해보는 틴커링을 통해 생긴다고 한다. 사립(대안)학교의 장점이야말로 바로 이런 틴커링의 기회를 열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에서는 말이다.
사립(대안)학교를 생각하는 학부모도 단순히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다양한 활동과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글 김선 교육학 박사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