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를 이끄는 엔비디아가 미국 상장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덩치가 커지고, 전 세계 기업들은 앞다퉈 AI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현재 AI 광풍은 새 시대의 서막일까, 버블의 또 다른 이름일까.
[big story]新 게임체인저 AI, 무한질주 어디까지
인류의 역사마다 새로운 도구는 늘 새 시장을 개척, 판을 바꿨다. 최초의 인간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맹수의 추격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 ‘뾰족한 돌멩이’를 사용했고, 아프리카의 지배자가 됐다. 이후 ‘호모 에렉투스(직립인간)’는 불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지혜롭고 지혜로운 인간)’는 토기를 사용해 동물을 사육하고, 농사를 지었다.

식량과 거주가 안정되면서 인구는 급증했고, ‘사회’가 만들어졌다. 사회가 만들어진 인간은 ‘생각’이라는 무형의 도구를 더 사용하게 됐고, 이는 더 나아가 문자와 문명을 만들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도구의 출현은 역사를 바꾸고, 패권의 향방을 좌우한다. 그 속에서 기회는 늘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기회는 단연 AI다.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는 올해 AI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IEEE가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브라질의 기술 리더 35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이후 기술의 영향: IEEE 글로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예측 및 생성형 AI,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를 포함한 AI가 주요 기술 변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 경영진들도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운영 효율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해 AI와 데이터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국내 경영진 10명 중 9명은 ‘AI를 도입하고 있거나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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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대표 박용근)은 최근 ‘2024 EY한영 신년 경제 전망 세미나’에 참여한 국내 기업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미래 경영 전략 대응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서 국내 기업 임원들은 AI (79%)와 데이터(64%)를 향후 2년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투자할 분야로 지목했다. 이는 AI와 데이터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이 AI와 데이터 관련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수연 EY컨설팅 파트너 겸 AI 리더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수준 높은 AI로 이어진다는 시장 인식이 확인됐다”며 “단순 AI 도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도입 후에도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과 보완을 통해 비즈니스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준까지 AI를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9년 134억9000만 달러에서 2025년 767억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28.2%의 성장률이다.
가트너는 2023년 AI PC와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총 2900만 대에서 올해 약 2억9500만 대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PC 출하량은 올해 연말까지 5450만 대로 전체 PC 출하량의 22%를 차지하고, 내년에는 전체 PC 시장의 43%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연말까지 2억4000만 대로 일반·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의 22%를 차지하고, 내년에는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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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전 세계 통신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규모가 8년 뒤 10배 가까이 늘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2032년 전 세계 통신 업계의 AI 활용 규모가 171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2월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통신 업계 AI 활용 규모가 18억2000만 달러였던 것 대비 약 9.45배 늘어난 수치다. 국내 통신사들도 5세대(5G) 이동통신을 이을 새 먹거리로 AI 활용에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처럼 AI 산업은 단지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고 있다. 반도체, 로보틱스 같은 첨단 산업뿐 아니라 농업, 제조업 등 기존 산업에도 도입되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열린 ‘CES 2024’에서 AI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닌, 대다수 기업의 미래 전략의 핵심 키워드였다.

가령, 잔디깎이 회사 ‘그린웍스’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제품 ‘AI코닉(AiConic)’을 내놓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BMW는 전시관에 ‘LLM 기반 자종차 전문가 챗봇(LLM-based car expert)’을 소개하는 배너를 세웠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음성으로 자신의 BMW 차량에 관해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화장품 업계 최초로 CES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레알도 ‘뷰티 지니어스’라는 개인 뷰티 어드바이저를 선보이는 등 AI가 가진 ‘연결성’, ‘확장성’에 전 산업군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지금의 AI 열풍은 ‘지적 혁명’과도 같다”며 “업무 생산성, 비용 효율성, 시간 절약 등 현재의 생성형 AI의 장점으로 언급하는 것들 대부분이 그간 인간이 해 왔던 지적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그러면서 “인간의 지적능력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듯, AI 기술이 이제는 단지 기술로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생성형 AI로 인해 전 인류의 일하는 방식, 사는 방식까지 바꿀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과거 영국이나 미국이 그러했듯 향후 AI 기술을 주도하는 국가가 결국 세계 질서를 주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I 전략 전문가 하민회 이미지21 대표는 ‘왜 지금 AI일까’란 질문에 “AI 연구는 1940년대 후반에 시작돼 몇 번의 호황과 불황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렀다”며 “AI 기술 발달의 몇 가지 필수요건이 필요한데 최근에서야 AI 기술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하 대표가 말하는 AI 기술 발달의 필요조건으로는 △충분한 컴퓨팅 파워(데이터 연산과 추론에는 속도와 성능이 받쳐주는 컴퓨터) △디지털 학습 데이터(인터넷과 PC·SNS 등으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 △개방성과 정보 공유의 문화(인터넷으로 인한 지식의 민주화, 개방적인 정보 공유의 문화가 오픈소스를 통한 빠른 AI 기술 발전을 이룸) △투자와 자금의 증가(인류사에 가장 부유한 자본주의 전성기, 투자 기회의 증가) 등이다.

그는 그러면서 “AI가 전 산업 전 분야에 적용되듯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조, 농업, 서비스 전반에 작업 효율성을 개선하고 생산성 증가는 물론이고, 의료, 교육, 금융 등의 새로운 시장과 상품·서비스 개발 가속화, 경제 성장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고용 구조 변화, 글로벌 경제의 재편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투자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
AI 열풍은 투자 시장에서도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부자들이 올해 AI 열풍을 타고 재산을 더 증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호 500명 가운데 30명이 ‘블룸버그 글로벌 AI 지수’ 추적 대상 기업들에 재산 일부를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이런 투자로 불린 순자산 가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124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올해 늘어난 전체 부(富)의 96%를 차지하며, 이런 부호 중 대표적인 인물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48%나 급증해, 시가총액 순위에서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을 제치고 미 상장 기업 3위로 뛰어올랐다. 이들 외에도 AI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로 주가가 크게 오른 메타 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와 MS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전 CEO 스티브 발머 등의 자산 가치가 올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의 지분 90%를 보유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도 올해 들어 ARM의 주가 급등으로 자산 가치가 37억 달러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마츠나미 슌야 일본 니세이자산운용 수석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에 “올해는 AI의 보급이 시작되는 해로 과거 주요 기술들처럼 5년 안에 보급률이 3배로 늘어난다면 AI 관련주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투자 전문가는 “2023년엔 이제 시작하는 AI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AI와 관련성이 있는 업종들이 상당수 수혜를 받았지만 올해는 AI 관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AI 산업 성장으로 실제 매출과 이익이 높아질 업종인 반도체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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