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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INSTITUTE

은퇴를 앞둔 직장인과 노후 준비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건강보험료에 대한 걱정이 빠지지 않는다. 직장인은 건강보험료를 먼저 떼고 월급을 받기 때문에 보험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은퇴자는 다르다. 퇴직 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면, 가진 돈에서 일부를 떼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건강보험료에 대해 궁금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역가입자는 소득만 아니라 재산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고 하는데, 보험료는 어떻게 부과하고, 얼마나 내야 할까. 둘째, 건강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자가 건강보험료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건강보험료 내지 않아도 된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면 퇴직전 직장에서 내던 것만큼만 보험료를 낼 수 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낼 수 있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해서 직장가입자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네 가지 방법의 특징과 장단점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은퇴 앞둔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대처법"
자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려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 공무원, 교직원, 그리고 피부양자로 구성된다. 그리고 직장가입자를 제외하고 남은 이들이 지역가입자가 된다. 건강보험 대상자 중 피보험자는 보험료는 내지 않으면서, 건강보험이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은퇴를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도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다.
피부양자로 인정받으려면 소득·재산·부양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먼저 소득 요건부터 알아보자. 피부양자가 되려면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을 합산한 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때 연금소득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소득을 말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소득은 피부양자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업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가 되기가 더욱 어렵다. 먼저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 필요경비를 제외한 사업소득이 1원이라도 있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다만 장애인 등록자, 국가유공상이자, 보훈보상상이자는 연간 사업소득이 500만 원 이하이면 사업자 등록을 했더라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연간 사업소득이 500만 원 이하여야 피부양자가 될 자격을 갖는다. 주택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 유무와 관계없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피부양자가 기혼자인 경우에는 부부가 모두 이 같은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부가 동반해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앞서 피부양자 자격을 판단할 때 공적연금소득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적연금소득이 많아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18개월 동안 공적연금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해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28만1630명이나 된다고 한다. 2022년 9월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면서 피부양자 소득 요건을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강화한 때다.
해당 기간 동안 피부양자가 자격을 상실한 사람 중에는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72.4%(20만3762명)로 가장 많았고, 국민연금 수급자도 12.0%(3만3823명)로 적지 않았다. 이 밖에 사학연금 수급자는 8.0%(2만2671명), 군인연금 수급자는 7.1%(2만61명), 별정우체국연금 수급자는 0.5%(1313명) 순으로 나타났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 중에는 배우자의 공적연금 소득이 많아서 동반 탈락한 사람도 40%나 됐다.
이번에는 재산 요건을 살펴보자. 피부양자 자격을 여부를 판단할 때 포함되는 재산은 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항공기다. 이들 재산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해서 5억4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한 금액이 5억4000만 원을 초과하고 9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연소득이 1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형제, 자매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려는 경우에는 재산세 과세표준이 1억8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양 요건을 알아보자. 피부양자가 되려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조속 포함),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 포함)과 그 배우자여야 한다. 그리고 소득과 재산 요건을 충족하는 형제 자매 중 미혼으로 65세 이상, 30세 미만인 자, 장애인, 국가유공상이자 보훈보상상이자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신청, 최대 3년 직장 수준 건보료 납부
피부양자 자격을 갖추기 어렵다면,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은퇴 이후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경우 직장에 다닐 때보다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이때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면 최대 3년까지 직장에서 부담하던 수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그리고 임의계속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를 등재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려면 퇴직 전 18개월간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한 기간이 통산 1년 이상이어야 한다. 직장을 옮기고 얼마되지 않아 퇴직한 경우에도 최종 사용 관계가 끝난 날을 기준으로 이전 18개월 동안 통산 1년 이상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재가입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은 퇴직 후 최초로 고지받은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에 건강보험공단에 하면 된다. 임의계속가입 자격은 퇴직한 다음 날부터 최장 36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임의계속가입자가 최초 고지받은 보험료를 납부기한으로부터 2개월이 지날 때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임의계속가입 자격이 상실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소득이나 재산이 줄어들어 임의계속가입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임의계속 탈퇴 신청서를 작성해 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임의계속 탈퇴 신청서가 접수되면 다음 날 자격이 상실된다.
임의계속가입 기간 동안 납부할 보험료는 퇴직한 달을 포함해 보수월액보험료가 산정된 최근 12개월간의 보수월액을 평균한 금액에 연도별 직장가입자 보험료율(2024년 7.09%)을 곱해서 산정한다. 임의계속가입자는 이렇게 산정한 보험료의 50%를 납부하면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퇴직 전 직장에서 내던 것과 보험료 수준이 비슷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소득이 많으면 보수월액보험료 이외에 소득월액보험료가 추가로 부가될 수 있다. 보수월액은 월급이라면, 소득월액은 월급 외 수입을 말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은퇴 앞둔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대처법"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 납부
피부양자 자격을 갖추기도 힘들고, 임의계속가입자가 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서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만 아니라 재산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종전에는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했지만, 올해 2월부터는 폐지됐다. 그렇다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부과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소득보험료부터 살펴보자. 건강보험료가 소득에는 이자·배당·근로·사업·연금·기타소득이 있다. 이 중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은 50%만 소득으로 평가하고 다른 소득은 100% 소득으로 인정한다.
은퇴자들 중에는 이자와 배당을 받아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자칫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경우 해당 금융소득 전체에 지역건강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요량이라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
연금소득은 공적연금소득과 사적연금소득으로 나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해서 정기예금과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정기예금 이자와 해외 ETF에서 발생한 매매차익과 분배금을 합쳐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 해당 금융소득 전체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번에는 퇴직자가 퇴직급여를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이체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해보자. 퇴직연금 수령액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연금저축과 IRP에 납입한 금액과 운용수익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여기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는 적립금을 해외 ETF에 투자할 수 있다. IRP 가입자는 정기예금과 해외 ETF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면, 지역가입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없는 연금저축과 IRP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
다시 소득보험료로 돌아가보자. 지역가입자는 소득보험료를 얼마나 낼까. 지역가입자의 연 소득이 336만 원보다 적으면 최소보험료로 1만9780원을 납부한다. 연 소득이 336만 원이 넘는 지역가입자는 소득금액의 7.09%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씨가 한 해 동안 국민연금공단에 받은 노령연금으로 1200만 원을 수령했고, 사업을 해 600만 원을 벌었다고 해보자. 연금소득은 50%, 사업소득은 100% 소득으로 인정하므로, A씨의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1200만 원이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100만 원이고, 여기에 보험료율(7.09%)을 곱하면, A씨는 소득보험료로 월 7만9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는 재산에 부과되는 보험료를 살펴보자. 재산보험료는 주택, 건물, 토지, 선박, 비행기, 전월세 보증금이다. 부동산은 재산세 과세표준을 재산금액으로 인정하고, 전월세 보증금은 30%만 재산가액으로 본다. 소득보험료는 정률로 부과하지만, 재산보험료는 등급을 나눠 부과한다. 지역가입자를 재산평가액에 따라 60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마다 일정한 점수를 부과한다. 그리고 1점당 208.4원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앞서 예로 든 A씨가 보유한 재산의 과세표준이 5억 원이라면 재산점수는 757점이고, 재산보험료로 15만7750원이 부과된다. 재산세 과표가 10억 원이면 20만8600원, 20억 원이면 27만9460원, 30억 원이면 32만7390원을 재산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소득보험료와 재산보험료를 더한 금액의 12.9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은퇴 앞둔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대처법"
재취업하거나 개인사업 시작으로 건보료 절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고 재취업을 하거나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재취업을 하면 다시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 따라서 직역가입자 중에서 재산보험료 부담이 큰 사람은 재취업을 하면 건강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 중에서 소득보험료가 많은 사람은 재취업을 하더라도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에서 받은 보수 이외의 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경우에는 초과 소득에 소득월액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종업원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개인사업자는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보험료를 납부한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일하기로 한 시간)이 월 60시간 이상인 근로자를 1명 이상 채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된다. 개인사업자장의 사용자는 따로 보수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보험료는 어떻게 책정될까. 수입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일단 사용자가 신고한 금액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이듬해 5월(성실신고 사용자 6월) 개인사업장에 대한 보수총액 신고가 끝난 다음 정산한다.
그렇다고 개인사업자가 마음대로 소득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사업장의 사용자는 해당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종업원보다 많은 금액을 버는 것으로 신고해야 한다. 사업장에 결손이 나서 사용자가 가져갈 수입이 없을 때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의 보수월액을 평균으로 한 금액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려고 개인사업을 시작하려는 은퇴자라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