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45) 씨는 평소에 ‘발’, ‘말’같이 비슷한 발음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회의 시간에 집중해 들어도 팀원의 말을 놓치기 일쑤였다. 직장인 건강검진에 포함된 청력 검사를 했더니 난청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냥 놔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안 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전 이비인후과 정밀 검사에서 ‘중도(中度)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고 보청기를 처방 받았다.
난청은 중도 이상이 되면 거의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가벼운(輕度) 난청일 때 발견해 원인을 찾고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작게 말하는 소리를 못 듣는 정도의 경도 난청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또 난청이 시작되면 고주파 영역의 소리(고음)부터 잘 듣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아 경도 난청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청력 왜 떨어지나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달팽이관(소리의 진동을 감지해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기관)의 청각 세포가 손상되면서 청력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90데시벨(㏈) 정도의 소음(트럭소리)에 하루 8시간 이상, 100㏈ 소음(기계톱 소리)에 하루 2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 손상이 반드시 일어난다. 나이가 들면 청각 세포 손상과 함께 청신경도 노화해 청력이 떨어진다. 청각세포는 달팽이관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것부터 손상되는데, 이 부분의 청각세포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인지한다. 그래서 고음부터 안 들린다.
귓속 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난청이 올 수 있다. 고막에 구멍이 생겼거나, 소리의 진동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하는 이소골이 딱딱해졌을 때다. 이때는 고막의 구멍을 막거나 딱딱해진 이소골을 풀어주는 치료를 하면 난청이 회복된다. 중이염으로 귓속에 물이 차도 난청이 생기는데, 물을 빼는 치료를 하면 난청이 회복된다.
경도 난청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
가벼운 난청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 청력이 더 떨어지면 원만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경도 난청 단계에서 발견해 청력 손실을 막아야 한다.
경도 난청(최대로 감지할 수 있는 소리의 크기가 25~40dB·작게 말하는 소리), 중도 난청(41~55dB·보통 말소리), 중고도 난청(56~70dB·버스 소음), 고도 난청(71~90dB·기차 소리), 심도 난청(91dB 이상·비행기 엔진 소음)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대화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음이 있는 곳에서 잘 못 알아듣는다면 경도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회의를 많이 하거나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경도 난청에도 불편함을 느낀다. 경도 난청이 있으면 귀가 안 들린다기보다 귀가 먹먹하다는 느낌을 호소한다. 또 고주파 영역의 발음인 ‘스’, ‘즈’, ‘츠’, ‘트’, ‘크’ 등을 잘 듣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남자 목소리보다 고음인 여자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발’, ‘달’처럼 비슷한 발음을 구별하는 분별력도 떨어진다.
위와 같은 문제가 있으면서 △부모, 형제자매 중 난청이 있거나 △소음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거나 △매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당뇨병, 고혈압 있으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떨어진 청력 회복 안 돼…일상 불편 시 보청기 착용해야
중도 난청 정도 됐으면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력을 보존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보청기는 청력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뇌가 끊임없이 소리를 인식하면 청각 관련 대뇌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난청 정도와 상관없이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면 보청기를 낄 수 있다. 보청기는 본인의 청력 상태,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 다만 구입 전에 반드시 정밀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대리점에서 간단한 청력 검사만 받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사람마다 잘 못 듣는 주파수의 소리를 찾아내고, 해당 주파수를 잘 증폭시키는 보청기를 골라야 한다.
또한 보청기는 안경처럼 한 번 맞춰 끼기만 하면 즉시 효과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 보통 한두 달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보청기를 짧은 시간 동안 착용, 그 뒤 매일 시간을 늘려야 한다. 조용한 곳에 있다가 시끄러운 곳으로도 가보고, 처음엔 발음이 정확해 잘 들리는 뉴스를 듣다가 드라마를 보는 식으로 적응해야 한다. 적어도 1~2주 동안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귀에 맞게 소리를 조절해야 한다.
난청 심하면 인공와우 수술 진행도 필요
난청이 심한 사람이나 발음을 분별하는 어음 청력이 너무 낮으면 보청기를 끼어도 효과가 없다. 이 경우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청기를 끼면 외이도염, 중이염 등이 잘 생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공와우 수술=달팽이관이 완전히 망가져 난청이 매우 심한 사람이라면 달팽이관에 실처럼 가느다란 전극을 심는 ‘인공와우 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공와우를 삽입한 뒤, 보청기 같은 외부 장치를 귀에 착용하면 이 장치가 외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꾼 뒤 달팽이관에 심은 전극에 전달한다. 전극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 신호를 대뇌의 청각피질로 보내 소리가 들리도록 한다.
▶이식형 보청기=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고, 인공와우 수술까지 할 필요가 없는 난청 환자에게 맞는 방법 중 하나다. 보청기를 귓속의 이소골(소리의 진동을 달팽이관에 전달하는 기관)에 부착해 듣게 한다. 이식형 보청기는 이소골에서 진동이 잘 유발되도록 해 소리가 일반 보청기보다 더 깨끗하게 들리도록 해준다.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보청기와 인공와우를 합친 것이다. 고주파 영역대의 청력만 떨어져 있고, 저주파 영역대의 청력은 남아 있는 부분 난청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고주파 음역은 인공와우로 저주파 음역은 보청기로 듣게 한다. 깨끗하게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난청 진행 막으려면
난청을 막으려면 귀를 쉬게 해야 한다. 노래방 등 시끄러운 곳에 있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15~30분마다 한 번씩 조용한 곳을 찾거나 이어폰을 빼 귀를 쉬게 한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볼륨을 최대치(보통 100㏈)의 60% 이내로 조절해야 한다. 술, 담배, 스트레스도 피해야 한다. 달팽이관 등 귓속 기관에는 아주 작은 혈관이 빽빽하게 있다. 이곳에 혈류장애가 생기면 난청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미세혈관 장애를 일으키는 음주, 흡연은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혈관 수축을 유발하고 청각세포와 청신경 기능을 떨어뜨린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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