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스틸러] 홍콩ELS 자율 배상안, 떠넘기기 선례 남겼다
금융회사들이 홍콩 ELS의 자율배상 절차에 잇따라 돌입하고 있다. 홍콩 ELS 판매 잔액이 많지 않은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이 신속하게 자율배상 규모를 확정하는 가운데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홍콩ELS 자율배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잇따른 자율배상 움직임에 KB국민은행의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판매된 ELS 전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배상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국민은행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은 최다로 판매한 국민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자율배상안의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자율배상안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피해 고객과 금융 회사에 모든 결정을 맡기고 떠넘기는 방식은 결국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결합펀드(DLF) 사태와 비교할 때 오히려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 있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나 법원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기 전에 금융 회사들이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 회사들이 판단에 주저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각 은행 이사회가 자율배상안을 조기에 승인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ELS 피해 고객들은 물론 금융 회사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제기된다. 일부에선 투자 상품에 대한 배상 선례가 안 좋은 투자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금융당국의 자기 회피 방식의 자율배상안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고 금융 회사들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한국경제DB·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