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의 암흑기를 뒤로 하고, 최근 리츠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높아진 가격 부담과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성장주 투자 대신에 좀 더 안정적인 배당주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연 7% 수준의 배당 수익률에 자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리츠가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마켓] 투자 인사이트
미리 준비하는 리츠 투자…금리 하락 사이클에 주목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월배당형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순자산 총액은 약 7.4조 원을 넘어서며 2022년 6월 출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테마 주도의 성장주 랠리에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가운데, 투자 자산의 현금흐름에 초점을 둔 투자 문화가 확산된 영향으로 보인다. 높아진 가격 부담과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성장주 투자 대신에 좀 더 안정적인 배당주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연 7% 수준의 배당 수익률에 자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리츠(REIT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선행하는 리츠 투자의 매력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을 의미한다. 리츠의 투자 대상은 오피스, 쇼핑몰, 호텔, 물류센터 등의 부동산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자본 이득과 임대소득을 주 수익원으로 한다.

지난 2년간 리츠는 전례 없는 암흑기를 맞았다. 리츠가 연동된 부동산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 가치의 하락을 방어하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역할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3~4%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미국 리츠는 주식보다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40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실시된 고강도의 긴축은 리츠 자산에도 역풍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의 심리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배당금 감소 및 부동산 가치 하락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이로 인해 미국 리츠 지수는 설정 이래 최장기,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미리 준비하는 리츠 투자…금리 하락 사이클에 주목
리츠 중에서도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공모 리츠의 가격 하락 폭은 더 컸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실물 부동산은 가격 변화가 후행적으로 지수에 반영된다. 그러나 상장 리츠는 주식의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유동성 및 투자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거시경제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주식과 같이 부동산 경기를 앞서 가격에 반영되기도 한다.

현시점에서 리츠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러한 선행성에 있다. 실제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사이클 내내 억눌려 왔던 리츠 자산의 가격은 금리 인상 중단 선언을 기점으로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및 업종별 차별화된 접근 필요

그렇다면 리츠 가운데 가장 투자 매력이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리츠 역시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자산인 만큼,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보다는 한국의 리츠가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연초 이후 미국 리츠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과(FTSE Nareit All Reits 지수 -9.1%)를 기록 중인 반면 한국 리츠(KRX 리츠 톱10 지수)는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2.66% 상승하면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두 국가의 성과 차별화 원인은 리츠 자산의 이익 원천과 직결되는 공실률에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사무실의 공실률은 1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업무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20.2%), 뉴욕(13.5%), LA(13.0%)의 공실률이 높게 나타나 미국 중심가 오피스의 낮은 수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이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의 사무실 평균 공실률은 8.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오피스 밀집 지역인 서울의 공실률은 3.6%를 기록했다. 미국과 달리 사무실 복귀가 빠르게 이뤄진 점이 공실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섹터 관점에서도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는 업종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리츠는 인프라, 물류, 리테일, 헬스케어, 데이터 센터 등 12개의 세부 업종으로 나뉜다. 현시점에서 긍정적 수요가 가시화되는 섹터는 데이터 센터다.

지난해 초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기 위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이 앞다퉈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2024년 미국 데이터 센터 공실률은 역사상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기존 클라우드 업체들이 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AI 관련 기업들이 신규로 진입한 점도 주효했다. 한정적인 공급과 증가하는 수요가 교차하는 가운데 임대료 또한 빠르게 상승하면서 데이터 센터 리츠 기업들의 수익성에 기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리츠 투자…금리 하락 사이클에 주목
리츠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지난 2년간 리츠를 짓눌러 온 고금리가 연내에는 꺾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금리의 추가 상승을 유발할 만한 요인들이 점차 잦아들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금리 인상이 리츠의 약세를 촉발했던 만큼,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은 주가 반등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리츠 편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리츠는 주식, 채권의 전통적 자산 배분에 ‘배당’이라는 장치를 보강하는 수단이다. 배당은 포트폴리오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며, 이는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포트폴리오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현재 리츠의 주가가 긴 부진을 지나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리츠 투자를 통해 수익성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글 김수빈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