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코인은 가상자산 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투자 접근성과 높은 변동성을 무기로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밈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짚어본다.

[가상자산 따라잡기]
지난 2021년 5월 도지코인 가격이 표시된 서울 강남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5월 도지코인 가격이 표시된 서울 강남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도지코인으로 대표되는 밈코인은 가상자산 업계 내에서 하나의 현상이자 자산군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밈코인은 역사가 짧고 가치평가가 힘든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도 유독 이해가 어렵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나뉘는 자산군이다.

한편으론 곧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많으나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지난 2021년 최고 가격 기준 700억 달러를 육박했고, 현재도 200억 달러가 넘는 수준에서 시가총액이 형성돼 있다. 이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포스코, 네이버, KB금융지주 등 약 상위 10위권 수준의 규모에 해당한다.

지난 1년간 새로운 밈코인들이 등장하면서 또 수백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밈코인은 가상자산 산업의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밈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다뤄보고자 한다.

밈코인을 보는 두 가지 시각

밈코인에서 ‘밈(meme)’은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 빠르게 복제되고 퍼지는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 등 주로 유머러스한 콘텐츠를 의미하며, 밈코인은 이러한 밈을 테마로 한 다양한 가상자산을 지칭한다. 밈코인은 어떤 사용성이나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로고로 삼는 코인을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사고 파는 것 이상의 목적을 두지 않는 식이다. 금융 인프라를 혁신한다든가 인터넷 네트워크의 새로운 지평을 개발하겠다는 식의 목표를 내걸고 있는 여타 가상자산 프로젝트와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이 역설적으로 거창한 목표에 비해 실제 성과가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다른 가상자산과 대비되는 투명성으로 비치기도 한다.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페페(PEPE) 등이 대표적인 밈코인이며, 강아지나 캐릭터 일러스트를 로고로 만들어 코인을 발행하고 보유자가 점차 늘면서 어느 순간 코인 가격이 상승하며 더 많은 구매자들을 끌어들이는 패턴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밈코인을 설명하는 가장 대중적인 시각은 새로운 형태의 놀이거리이자 투기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재미있는지 없는지, 귀여운지 아닌지 등 말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밈에 기인한 코인에 가격을 붙이고 사고 팔 수 있는 수단이 생기면서 인터넷 세대에게 변동성 높은 새로운 카지노판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밈이 유행처럼 더 넓게 퍼지고 인기를 끌 것인지 여부를 두고 투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 역시 사람들이 밈코인을 사고 파는 이유를 가격 상승 기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코인이라는 인식, 놀이거리 수단 등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한편 밈코인이 더 민주적이라는 인식은 여타 가상자산같이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의 초기 투자 같은 배타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도지코인 일러스트. 사진=한국경제 DB
도지코인 일러스트. 사진=한국경제 DB
밈코인 등장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매크로 경제적 관점을 들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양적완화 정책은 자산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계층 간, 세대 간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2020년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금융정책은 이런 경향을 더 가속시켰다.

이키가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트래비스 클링은 ‘금융 니힐리즘’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재 경제 현실과 투자 행동에 대한 심리적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중산층 진입과 자산 형성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참여하기 쉽고 극단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밈코인에 대한 관심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로또복권 구매 같은 행위인 것이다. 밈코인은 이러한 투기적 행위와 커뮤니티 주도의 내러티브를 통해 전통적인 투자 지혜를 거부하고 신속한 부의 축적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상징한다.

기관투자가 유입되며 저변 확대
밈코인이 언제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자본을 끌어들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인터넷 세대의 투기와 유희의 대상 혹은 매크로 경제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라면 그 탄생 환경이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상황을 보면 밈코인의 저변은 더 확대돼 가고 있다. 저명한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투자사를 포함해 크고 작은 투자기관들이 밈코인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역설적으로 밈코인 역시 투자·투기 시장의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밈코인의 수익성이 이목을 끄는 한,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거나 비공개 정보에 더 가까운 내부자가 수익을 내기 더 쉬운 게임의 법칙은 기존 금융질서에 대한 반발과 젊은 세대 인터넷 커뮤니티의 기치를 내건 밈코인이라고 해도 벗어나기 힘든 굴레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겨나고 있는 많은 밈코인의 경우 기관투자가나 전문가들이 시작 단계부터 기획과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밈코인의 등장은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현상으로, 간단한 인터넷 문화의 산물에서 시작해 급격한 시장 변동성과 함께 중요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의 개념을 뒤흔들며, 민주적인 투자 접근성과 높은 변동성을 무기로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를 새로운 형태의 놀이문화로 보는 시각도, 부의 불평등과 그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밈코인 현상은 어쩌면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금융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밈코인의 높은 투기성은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한다.


허성필 트리니토 투자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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