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동북권 최대 재개발 지역인 이문휘경뉴타운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⑨이문휘경뉴타운
이문휘경 뉴타운 전경. 사진=이예주·이문규 한국경제 PD
이문휘경 뉴타운 전경. 사진=이예주·이문규 한국경제 PD
최근 부동산 시장에 이런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마용성’이 아니라 마‘동’성, 그러니까 마포와 동대문, 성동이요. 용산은 이제 강남급이라서 빠지고 그 자리에 동대문이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동의하시나요? 실제로 동대문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인데, 선봉에 선 양대 동네가 청량리와 이문휘경입니다. 과거 집창촌이었던 청량리는 강북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가 들어오는 등 상전벽해 했고, 이문휘경도 천지개벽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사실 입지는 아쉽습니다. 동대문구에서도 동북쪽이고, 1호선 지상철이 관통합니다. 강남이나 여의도, 중심부 업무지구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또 도로가 좁고 교통체증이 심한 데다 철길 때문에 불편한 점도 많아요. 하지만 단점을 상쇄할 만큼 물량공세가 엄청나요. 1만5000가구 규모거든요. 뉴타운으로 지정된 게 2007년이었고,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최근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문휘경뉴타운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곳이 이문2구역으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신이문역 역세권인데, 노후도가 97%에 달할 만큼 낙후하고 노후한 주택 및 다세대 밀집지입니다. 도로도 좁고 어지럽습니다만, 이제 드라마틱하게 변하겠죠. 최근 서울시가 이문동 168의1 일대 ‘장기전세주택 건립을 위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습니다. 최대 40층, 1265가구가 공급되는데 이 중 251가구가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입니다.

특히 2종 일반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이 되면서 종이 세 단계나 상향되고, 용적률을 최고 499% 받았는데 드문 사례입니다. 사실 이곳이 과거 이문2구역이었다가 2014년 주민들의 반대로 뉴타운에서 해제됐거든요. 이후 2020년 역세권 재개발로 바뀌면서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셈입니다. 역세권 시프트가 지하철역에서 최대 500m까지 고밀 개발을 하는 거죠. 2020년엔 31층 990가구로 계획했다가 이번에 동의서를 더 받으면서 층수와 가구수를 확대했습니다. 토지 소유주의 1인당 대지면적이 69.4㎡로 나올 만큼 사업성도 높습니다. 올해 내 조합을 설립하고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해서 2027년 준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문휘경 철길 건널목.
이문휘경 철길 건널목.
외대앞역.
외대앞역.
8부 능선 4구역…학군 부족

이문2구역 밑에 있는 이문4구역을 주목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제 8부 능선을 지나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4구역이 이문휘경뉴타운에서 규모가 2등인 데다 마지막 사업지입니다.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죠. 최근 관리처분인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올해 말 이주하고 2년 뒤 착공해서 2029년 하반기 준공 목표입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이고, 지역주택조합이 시행합니다. 최고 40층, 3628가구 대단지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일반분양은 1133가구 예상해요. 외대앞역 및 신이문역이 가까운 데다 동부간선도로 타기도 괜찮습니다. 중랑천이 근처라 하천뷰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4구역엔 초등학교가 신설됩니다. 지금은 이문초에 가려면 철길을 건너야 해서 통학 여건이 좋진 않지만, 재개발 후엔 초품아 대단지로 재탄생하는 거죠.

이문휘경뉴타운은 장점만큼 아쉬운 점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학군입니다. 노후한 다세대와 주택이 많다 보니 학교들이 전반적으로 약합니다. 학군을 평가하는 잣대가 중학교 성적인데, 석관중이나 휘경중, 청량중 등의 학업 성취도가 70%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원가 형성도 미진해서 장안동으로 가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앞으로 신축 대단지가 들어서면 입주민들이 대거 바뀔 테고, 전반적인 교육열과 학업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요.

뉴타운의 장점이 인프라죠. 기존에 잘 갖춰진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편의성도 높아집니다. 상급병원은 경희대병원과 삼육병원, 고대병원이 가깝습니다. 근처 청량리엔 롯데백화점이 있고, 전반적으로 평지입니다. 학군은 좀 아쉽지만 대학교는 참 많습니다. 외국어대를 비롯해 고려대와 경희대, 시립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포진해 있고, 사립초등학교도 다수 있습니다.

예정된 호재도 많은 편입니다. 특히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상습 정체되는 13㎞ 구간을 지하화 및 이원화하고 그 자리에 생태공원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의도공원의 10배 크기이고, 유럽 선진국처럼 멋지게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청량리가 가까운데, 청량리가 누리게 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와 GTX-C, 면목선, 동북선 같은 철도교통 호재에 대한 간접적인 수혜를 보게 됩니다. 동대문구엔 재개발 지역이 정말 많습니다. 전농뉴타운과 답십리뉴타운을 비롯해 제기동과 용두동 등 근처 동네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신이문역 전경.
신이문역 전경.
천지개벽 앞둔 동북권 대표주자
청약 흥행…인프라·호재 풍성

이문휘경뉴타운은 청약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문1구역인 래미안라그란데가 3069가구, 3구역인 이문아이파크자이가 4321가구, 휘경3구역인 휘경자이디센시아가 1806가구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이 총 3000가구나 됐거든요. 또 공급할 때마다 분양가가 뛰었습니다. 가장 먼저 분양했던 휘경3구역이 3.3㎡당 2930만 원, 이문3구역이 3285만 원, 그리고 이문1구역이 3546만 원이었어요. 특히 이문3구역은 전용 84㎡ 분양가가 13억 원이 넘었는데도 청약 경쟁률은 79대1을 기록했습니다.

이문1구역인 래미안라그란데는 내년 1월 입주 예정입니다. 외대앞역에서 살짝 거리가 있습니다. 이문3구역은 전국 최초의 결합개발지예요. 3-1구역은 역세권이고, 3-2구역은 산지였거든요. 그래서 3-2구역 용적률은 내리고, 3-1구역은 높여줬습니다. 떨어져 있는 지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는 거죠. 이문아이파크자이는 내년 11월 입주 예정이고, 래미안라그란데와 마주보고 있습니다. 휘경3구역인 휘경자이디센시아는 내년 6월 입주 예정입니다. 한쪽엔 1호선, 다른쪽은 중앙선이 지나가는데 다 지상철이고 초등학교가 조금 멉니다. 휘경1구역은 휘경해모로프레스티지로 변신해 2021년 입주했습니다.

휘경2구역을 재개발한 신축 휘경SK뷰에 왔습니다. 이문휘경뉴타운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단지예요. 2019년 입주했고, 900가구 규모입니다. 외대앞역에서 가깝고 철도 소음이 좀 있습니다. 전용 84㎡가 상승장 때는 14억 원을 넘겼다가 최근 시세는 10억 대 중후반입니다. 초등학교는 휘봉초 배정되는데, 20분 이상 걸어야 해요. 그래서 자체 통학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근방에서 거의 유일한 신축이기 때문에 가치가 돋보이는 단지입니다.
휘경Sk뷰.
휘경Sk뷰.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예주·이문규 한국경제 PD
임장생활기록부 영상은 유튜브 '집코노미'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