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지연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투자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불안한 투심 속에서 투자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는 ETF와 채권에 주목했다.

[마켓 리더의 시각]
하반기를 준비하라…4가지 투자 포인트
글로벌 주식 시장이 횡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불확실성이 주가의 방향성 부재로 표출되고 있는데, 실물경기 둔화와 긴축정책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잔존, 실적 차별화 심화 등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시점에 달려 있다. 시장에선 연내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바, 예상 경로의 부합 여부에 따라 하반기 금융 시장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금리 인하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삼성증권은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발표한 내용인 금리 인상의 허들이 인하보다 훨씬 높다는 점과 현재의 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9월에 첫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예상대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경우 시장은 새로운 환경에서 주가 랠리의 기반이 구축된 것으로 인식할 것이다.
투자자는 현시점에서 하반기 환경 변화를 고려해서 포트폴리오의 점진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일례로 주식과 채권의 자산 배분 비중, 주식에선 성장주의 세대교체와 배당주에 대한 가치평가 제고, 채권에선 단기채에서 장기채로의 교체 매매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비대면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최근 1~2년 사이에 유의적인 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변화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겠다.

첫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확대됐다. ETF 시장은 진화를 거듭하며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1세대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유형의 ETF다. 대표적인 상품이 코스피200 ETF다. 2세대 ETF는 레버리지와 인버스로 대표되는 변동성 확대를 수반하는 ETF 유형이다. 단기 방향성 베팅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3세대 ETF는 월배당 ETF 유형이다. 안정적인 배당을 겨냥한 상품인데, 최근 월배당 ETF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연간 분배율이 10%에 육박하는 커버드콜 ETF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주로 해외 지수를 편입한 상품이다.

최근 들어 월배당 ETF를 필두로 투자자의 개별 니즈에 따라 ‘인덱스 ETF·채권형 ETF·파킹형 ETF·테마형 ETF·리츠 ETF’를 조합해서 투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ETF의 대세 몰이는 개별 주식 대비 안정적이고, 절세 계좌의 투자 이점을 누릴 수 있으며, 다양한 상품 라인업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1~2년 사이에 채권 직접투자가 급증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먼저 고금리 투자 매력이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채권 투자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이유다.
하반기를 준비하라…4가지 투자 포인트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비대면 투자자의 경우 아직까지 채권에 대한 직접투자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채권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장기채보다 단기채에 투자하는 이유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시장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 진입한다면, 중장기채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처럼 채권도 트레이딩을 통해 만기 이전에 수익을 확보하는 시도가 커질 것이다.

채권 직접투자가 증가한 또 하나의 이유는 증권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앱에 들어가 두세 번 정도의 클릭만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100만 원 이하의 소액 투자도 가능해졌다. 미국 국채를 포함한 해외 채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편 채권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례도 있는데, 국채·회사채, 고쿠폰·저쿠폰, 신종자본증권, 단기채·장기채 등을 개별 니즈에 맞춰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주식 투자의 경우 새로운 주도주 찾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1~2년간 시장 주도주 흐름을 보면, 성장주 내 바통 터치로 대변된다. 먼저 테슬라가 시작했고 지금은 엔비디아가 글로벌 주도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 급등 국면에서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시세 분출이 진행됐다. 이후 엔비디아가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했고 최근까지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대표 종목이 상승을 주도했다. 다만 지금은 대다수 주가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어 신규 매수에 부담을 느끼는 가격대다. 이 말은 주가가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장기 소외주 등 주도주 삼파전

바로 이 점이 새로운 주도 후보군으로 관심이 이전되는 배경인데, 최근 흐름은 장기 소외주와 정책 수혜주에서 밀당하는 양상이다. 장기 소외주에선 게임·미디어·엔터·바이오주가 대표적이다. 밸류업으로 대변되는 정책 수혜주에선 저평가 가치주로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그 중심에 자동차와 금융이 포진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은 기존 주도주인 AI·반도체,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하며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장기 소외주, 밸류업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저평가 가치주가 삼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넷째, 연금과 절세가 투자 결정의 핵심 변수로 올라왔다. 연금을 통한 미래 준비와 절세 및 과세이연을 통한 재투자가 투자자의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 됐다. 절세 3인방 계좌인 개인연금·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투자자의 필수 항목으로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은퇴 후 고정적인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은퇴 후에도 월급처럼 매달 정기적으로 또박또박 들어오는 소득에 관심이 커졌다. 과거와 달리 연금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절세 수요가 증가했다. 금투세 시행 여부가 아직까지 불확실하지만, 금융 자산 축적으로 미래에 납부해야 할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절세 계좌의 경우 ‘세액공제, 과세이연, 저율과세, 비과세, 분리과세, 손익 통산’ 등 계좌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거나, 건강보험료 산정 소득에서 제외될 수 있어 절세 계좌의 중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ISA 계좌에서 월배당 ETF와 고금리 회사채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를 적절하게 조합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3년간의 의무 가입 기간이 지날 경우, 200만 원 수익에 대해선 비과세, 이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선 9.9% 분리과세, 그것도 손익 통산을 통해 과세 대상 소득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대면 투자자의 특징과 변화 흐름을 살펴봤다. 1) 투자 니즈별로 ETF 투자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 채권 직접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인컴 자산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3) 하반기 주식 시장을 겨냥해서 새로운 주도주 찾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4) 연금과 절세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절세 3인방 계좌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시사점에 투자자의 개별 위험 성향을 고려해서 포트폴리오를 리빌딩하고 시의적절한 리밸런싱을 통해 올해 남은 기간에 안정적인 수익 달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