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의 임대차 계약 방식은 정률제와 정액제로 나뉜다. 국내에는 상가의 매출이 늘든 줄든 임대료 수익이 일정한 정액제 계약 방식이 많다. 이런 임대료 산정 방식은 광범위한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가 침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정석]
분양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 상가. 사진=한국경제DB
분양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 상가. 사진=한국경제DB
현재 상가 시장을 보면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다 ‘어렵다’는 하소연뿐이다. 임차인인 영업주는 장사가 안 되거나 임대료가 높아서, 임대인인 건물주는 공실에 임대료가 밀려서라고 한다.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는 나날이 높아지니 어느 쪽이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가의 임대료 산정 방식은 정률제와 정액제로 나눌 수 있다. 상가 대부분은 ‘정액제’로 운영된다. ‘보증금 1억 원에 월 300만 원’의 방식이 정액제다. 상가의 매출이 늘든 줄든 임대료 수익은 일정하다. 이 얘기를 건물주 입장에서 해석하면 ‘상가의 매출이 어떻든 임대인은 큰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한 달 단위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에만 관심이 있다. 현재 임차인의 영업 상황이 어떤지, 장사가 잘되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다. 보증금도 많이 받아놓은 상황이라 임차인의 영업이 어려워 월세가 밀려도 큰 걱정이 없다.

정률제 임대료가 필요한 이유

이런 상가에서 하는 영업은 한계가 많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 상황에 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은 영업이 잘되도록 하려는 노력 또한 없다는 말이다. ‘영업은 임차인의 소관이고 나는 월세만 잘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쇼핑몰이라는 대규모 구분소유 업종 지정 상가가 망하는 가장 큰 이유도 정액제 방식의 상가 임대 관행에 따른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정률제는 매출의 15%와 같이 점포의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매장 제공료의 형태로 받아 가는 임대차 방식이다. 이런 임대차 계약의 경우 임대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임차인의 매출이다. 임차인의 매출이 바로 임대인의 월세가 되니 임차인의 영업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게 된다.

매장에 문제가 생길 때 정액제와 정률제는 차이가 크다. 단수, 단전 등 건물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를 보겠다. 정액제 매장의 임대인은 이런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반면 정률제 매장의 경우 임대인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본인의 월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률제의 상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힘을 합쳐 영업하는 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이런 정률제 매장이 많지는 않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일부 대형 법인 매장들만이 정률제를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이런 계약 방식이 과거보다는 더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매장은 정액제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박따박 받는 정액제 상가 월세...건물주에게 꼭 유리할까
영업주와 자본수익 공유하기도

얼핏 생각하면 정률제 상가가 임차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임대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왜냐하면 영업이 잘되면 상가의 가치가 올라가 운영수익과 함께 상가를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자본수익(capital gain)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전세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자본수익이 크지 않다. 특히 수익률을 평가할 때는 아예 자본수익을 고려하지 않는 수익환원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토지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므로 자본수익, 즉 시세차익이 날 가능성이 크다. 꼬마빌딩과 같은 상품의 경우에는 운영수익(월세)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대부분이 자본수익으로 투자수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서울처럼 상권이 이미 자리 잡힌 경우는 정률제가 거의 없다. 지방이나 이제 상권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정률제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울산 북구의 유일한 중심상업지역인 ‘와우시티’를 운영하는 서호홀딩스가 정률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토지가 팔릴 경우 임차인(영업주)이 영업하기 시작한 이후 시세차익의 50%를 영업주에게 지급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쉽게 말해 영업주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상업용 부동산(토지 등)의 가치 상승분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주 또한 운영수익과 함께 시세차익인 자본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런 노력은 상업용 부동산의 경기 부진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오피스를 제외하고 상가를 포함한 매장용 부동산은 현재 공실과 고금리에 따른 어려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자꾸 생겨난다면 후진적인 우리나라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차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은 영업주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매출을 올려놓느냐가 그 부동산의 가치를 좌우한다. 그렇기에 ‘슈퍼을’이라는 말도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에 각종 브랜드를 성공시키면서 백종원 거리를 형성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핵심은 영업주도 건물주처럼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정률제 계약 방식을 통해 건물주도 영업주의 매출에 관심을 가지는 상생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업주에게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공유한다면 영업주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시세차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사실은 늘어난 가치를 공유한다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운영수익 또한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 방식이 될 수 있다. 어렵다고만 할 때가 아니다. 영업주도 건물주도 서로 살 수 있는 새로운 계약 방식도 시도해야 할 때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미 IA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