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관심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우주 산업 시장이 2025년 기준 2040년까지 약 2.5배 늘 것으로 전망한다. 우주에 돈이 몰리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ETF 심층해부]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에 있는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세 번째 시험발사를 기다리는 화성탐사용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연합UPI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에 있는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세 번째 시험발사를 기다리는 화성탐사용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연합UPI
1971년생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져 있지만, 테슬라보다도 먼저 2002년 페이팔을 매각한 자금으로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 기업은 창업 21년 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한다(매출 15억 달러·수익 5500만 달러). 더 주목할 부분은 비상장인 이 기업의 가치가 2022년 기준으로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기업 가치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이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1964년생 제프 베이조스는 현재 아마존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는 아마존 매각을 선언한 2017년, 자신이 2000년에 설립한 우주 기업인 블루오리진이 만든 로켓으로 고도 100km 상공에 올라 3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무사히 돌아와 우주 관광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또한 매년 10억 달러의 아마존 주식을 매각해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를 추격하기 위해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합작해 만든 로켓 발사체 제작사인 ULA 인수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우주 도전이 유의미했던 세 가지 이유
우주 테크에 돈 몰리는 진짜 이유
첫째, 정부의 정책 스탠스 변화(정부 주도 → 민간 기업 참여·협력)
정부 주도였던 우주 산업이 어떻게 민간 기업의 참여로 확대됐는지 알기 위해 그간 산업의 흐름을 살펴보자. 1950년대 이후 우주 산업은 크게 3단계로 구분돼 진행됐다. 1단계는 미국과 구소련의 이념 및 패권 경쟁의 수단으로 시작됐다. 1957년 구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발사, 195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설립 후 1969년 닐 암스트롱 달 착륙 등이 추진되며 우주 산업의 서막은 시작됐다.

2단계는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우주에서의 만남이다. 1975년 7시간의 시차를 두고 발사된 미·소 양국의 유인 우주선이 궤도상에서 도킹을 경험했다. 이후 여러 이유로 양 강대국의 관심에서 우주 공간은 잠시 멀어졌다.

3단계는 우주 산업의 민간 기업 확장이다. 미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우주 산업에 민간 기업을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참고로 스페이스X는 2002년 설립된 이후 2008년에 들어서야 로켓 발사를 성공하게 됐다. 앞선 세 번의 로켓 발사 실패에도 현재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 국방부와 나사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 ‘나사가 주도’하는 달 탐사 계획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2017년 ‘민관·국제 협력’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민간 기업의 장이 열리게 됐다.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정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 실현을 통해 기술패권 선점과 유효한 경제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둘째, 기술 진보에 따른 비용 절감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중 유일하게 로켓만 일회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2017년 3월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팔콘9으로 불리는 로켓을 재사용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발사체(로켓) kg당 비용은 2016년 1.4만 달러(아틀라스5호)에서 팰컨9과 팰컨헤비 기준 각각 약 5분의 1, 9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비용 절감은 과거 대비 더 많은 인공위성들을 우주 공간에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인공위성의 수는 약 7700개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2030년에는 약 7.7배 증가된 약 6만 개가 배치될 전망이다.

또한 로켓에 탄소복합재를 층층이 쌓아 제작하는 방식의 3차원(3D) 프린팅 제작 방식이 도입되면서, 기존 주물 방식 대비 공정이 단순해져 제작 기간이 대폭 단축되는 한편, 디지털에 기반한 수리·보수와 재설계가 용이하게 됐다. 우주 산업에 활용되는 3D 산업은 2029년까지 연평균 16.07%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로켓 엔진에 이 기술을 접목해 단 3개의 부품을 조립해서 만든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블랙록 등은 2021년 약 6억5000만 달러를 이 회사 미래에 투자한 바 있다.

셋째, 새로운 수요의 창출
정부와 민간 기업은(who) 낮아진 비용 등을 바탕으로(how) 위성을(what) 우주 공간에 보내고 있다. 이 삼박자가 우주 산업의 상업화를 예견하고 있는데, 그다음 이어지는 ‘왜(why)’라는 질문에 대해 ‘인공위성 수요’로 답할 수 있다.

현재의 광케이블 유선 통신망은 해저로 설치되는 탓에 설치와 유지·관리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고 있어 보완적 개념으로 위성통신을 찾게 된다. 또한 항공기, 선박, 오지, 개발도상국 등 음영 지역(데이터가 닿지 못하는 지대)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데이터 수집·활용이 필수적인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무인 물류 서비스 등의 신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통신망(5G)보다 연결성과 안정성 등이 뛰어난 위성통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우주 산업 시장이 2025년 4300억 달러(약 560조 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400조 원)로, 약 2.5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 속에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우주 개발 예산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03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참고로 미국의 예산 규모가 가장 크며(60.1%·620억 달러),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이 약 83%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체 예산 규모 중 민간 부분이 약 550달러로 전체의 54% 비중을 차지하며, 정부 국방 부분 예산 규모인 46%를 뛰어넘는 것이 인상적이다.

세계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우주 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한국형 발사체)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됐고, 5월 27일 우주항공 산업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갈 전담기구인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등의 변화는 향후 국내 우주 산업에 희망을 갖게 한다.

또한 정부는 2022년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통해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2045년까지 달과 화성 착륙, 2027년까지 2021년 예산 대비 2배 확대, 2045년까지 우리 민간 우주 산업 규모를 매출액 기준 세계 시장의 10% 수준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역시 한국 우주 산업과 이를 주도할 기업들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산업은 인공위성으로 대표되는 ‘위성 산업’과 그 외의 ‘비위성 산업’으로 구분된다. 위성 산업은 위성체 제조·발사, 지상장비, 위성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인공위성은 관측 범위가 지구의 30%에 달할 정도로 넓지만, 무겁고 궤도도 높아 발사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보니 저비용으로 초고속·고해상도·저지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저궤도 소형 위성’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확대되고 있다. 위성이 증가하는 동시에 지상에서 위성 송신이 필요해 지상장비(안테나 등 수신기)도 동반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위성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산업도 기대되는데 초정밀 위치 정보, 농산물 작황 및 원유 재고 수준 영상 및 데이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비위성 산업은 우주여행, 희귀광물 채굴 등을 말한다. 우주여행의 경우, 2021년 아마존, 버진갤럭틱, 스페이스X가 우주여행 상품을 판매했고 실제로 운행에도 성공했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상품은 30만 달러(약 3.9억 원 수준)였지만 예약자가 700명에 달했다. 희귀광물 채굴의 경우, 희소성이 높은 광물자원(철·니켈· 백금 등)이 매장된 소행성(행성명 16사이키·2011-UW158)이 발견되면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우주 광물 수집·탐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위성 산업에 비해 중단기적 투자 매력도는 낮은 면이 존재한다.
지난 5월 우주항공청 개청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경남 도청 건물. 연합뉴스
지난 5월 우주항공청 개청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경남 도청 건물. 연합뉴스
매력적인 우주 투자, 장기 관점 필요

올해 하반기 이후 해외에서는 미국의 유인 달 궤도 탐사, 아마존 위성 인터넷 베타 서비스, 스페이스X 상장 가능성 등이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우주 관련 로드맵 발표,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등도 예정돼 있어 우주 산업의 중장기적 투자 매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주 테크에 돈 몰리는 진짜 이유
장기 성장 투자 매력과 더불어 투자 고려 시 다음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산업군 특성상 순수 우주 산업만이 아닌 방위 산업의 매출이 함께 발생하는 기업도 있다는 점,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금리 추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일부 종목의 경우에는 실제로 매출이 발생되지 않고 장기적인 미래의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움직여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과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운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또한 유의해야 한다.

‘아이셰어즈 U.S. 에어로스페이스 & 디펜스 ETF(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는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방 및 우주항공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순수 우주항공이라고 하기보다는 방산 기업의 성격도 강해, 제시된 미국 상장 ETF 2종에 비해 금리 영향을 덜 받는다. ‘프러큐어 스페이스 ETF(Procure Space ETF)’는 아이셰어즈 U.S. 에어로스페이스 & 디펜스 ETF와 유사한 성격인 듯하지만, 구성 종목들을 보면 ‘국방’의 성격이 덜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위성통신 서비스와 관련된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아크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 이노베이션 ETF(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는 UAM에서부터 3D 프린트까지, 우주 산업의 상상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종목들이 눈에 띈다. 성장주 비중이 높다 보니 시장의 금리 추이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우주 테크에 돈 몰리는 진짜 이유
‘아리랑 우주항공&UAM 아이셀렉트 ETF(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 ETF)’는 국내 ETF 중 상대적으로 운용 규모가 크다. 누리호와 위성 산업 관련 종목에 투자 중이며, 종목 유니버스 선정 시 UMA 관련 산업 노출도를 고려하는 점이 특징이다. ‘타이거 스페이스테크아이셀렉트 ETF(TIGER 스페이스테크iSelect ETF)’는 아리랑 우주항공&UAM 아이셀렉트 ETF와 비교해 상위 구성 종목은 유사하나 하위 구성 종목 일부가 로봇 관련주들이 포함된 것이 차이다.
‘타임폴리오(TIMEFOLIO)글로벌우주테크&방산 ETF’는 앞서 나열된 국내 ETF 2종과 달리 글로벌 주식에 보다 집중 투자한다. 이에 미국 상장 ETF 3종과 국내 상장 ETF 2종의 구성 종목을 비교해보는 것도 투자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다만 상장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승민 KB증권 WM투자전략부 연구위원
사진 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