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금에 열광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 매수에 나섰다. 부자들 역시 유망 투자처 상단에 금을 꼽았다.

[커버스토리] 부자들이 점찍은 유망 투자처-금
‘이름값’ 하는 금의 고공행진…부자들의 1등 장기 투자 파트너
금값이 그야말로 ‘닉값(이름값)’을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금값은 올해 들어 15%나 치솟았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금리 인하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과 금융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치가 상승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부자들도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지난 4월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2023년 부자 열 명 중 네 명은 금과 예술품 등에 투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부자들은 금 투자 시, 금을 현물 형태로 보유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었고(84%), 10%대가 금 통장,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투자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 투자자 절반 이상이 향후 1년 이내에 추가 거래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부자들의 금 투자 선호도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연말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도 부자들은 향후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에 이어 ‘금·보석’(31.8%)이 매우 유망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금·보석’은 ‘100억 원 이상’(32.8%)이 ‘50억 원 미만’(27.3%)에 비해 더 유망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자산이 많을수록 기타 자산인 ‘금·보석’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름값’ 하는 금의 고공행진…부자들의 1등 장기 투자 파트너
‘이름값’ 하는 금의 고공행진…부자들의 1등 장기 투자 파트너
고공행진 금값, 추가 상승할까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자산가들의 경우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 국면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분산 투자처로 금을 선호한다”며 “최근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산가 고객들 사이 금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단기간 급등한다고 해서 한번에 사거나 팔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금값이 하락할 때마다 분할매수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도 “올해 2월 말 이후 금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투자형 고중량 금 구매의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30% 정도 증가했다”며 “금은 부동산과 달리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고, 주식처럼 폭락의 가능성이 적어 장기 보유 시 안정적인 투자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랠리를 이어 가자 전문가들은 국제 금값이 곧 온스당 2400달러에 도달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나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16일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Fed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 등 귀금속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 갔다.

금 가격은 지난 5월 15일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어 16일 오후 소폭 조정돼 온스당 2382달러에 거래됐다. 무엇보다 백금은 15일 2.4% 오른 데 이어 16일에도 0.7% 상승해 온스당 1077달러를 기록, 사실상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덴마크 투자은행(IB) 삭소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곧 온스당 2400달러 수준을 넘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삭소방크는 ‘올해는 금속의 해’라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이 테마가 계속해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ROTH 캐피털 파트너스의 JC 오하라 기술전략팀장도 금과 은 가격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섭 센터장은 “단기에 급상승해서 가격 부담이 있지만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과 안전자산 선호로 장기적으로는 금값 상승을 예상한다”며 “특히 중국, 인도 등의 신흥시장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수는 금값 상승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민철 이사는 “현재 금값은 이미 변동 요인(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전망, 중국 금 매입 등)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임에도 계속 상승 중”이라며 “단기적인 가격 전망 관점에서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 중장기적 전망에서 접근한다면,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안전자산 선호, 금의 고갈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 우상향은 조심스럽게 전망한다”며 “5~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라면 그 어떤 투자보다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 투자, 이것 유념해야

그렇다면 금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자들이 골드바를 선택하는 이유는 절세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골드바를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와 매입량에 따라 5% 내외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단, 매매차익에는 비과세가 적용되고, 금 통장, 금 펀드, 금 ETF 등은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별도 등록 절차가 필요 없어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는 데도 유리하다.

서 이사는 “실물 금을 사고팔 때 가격 차가 15% 내외로 존재한다”며 “방금 사서 바로 팔아도 15%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통상 투자 기간이 최소 1~2년은 소요된다. 최소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묵혀 놓을 수 있는 자금만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실물 금 제작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저중량의 제품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고중량의 제품을 하나 사는 것이 단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아울러 금광업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금 펀드는 변동성이 클 수 있고 수익률이 금 현물 가격과 다를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을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다면 투명한 가격으로 매각차익 비과세로 투자 가능하며 부가세 등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김수정 기자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