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자산가들이 유력하게 꼽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특히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택 시장 투자 전략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들여다본다.

[커버스토리] 부자들이 점찍은 유망 투자처-부동산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돌아온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시대’다. 인플레이션 현상과 금리 인상이 자산 시장에 가져다준 충격 여파가 남아서일까. 최근까지도 중동전쟁,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 등 외부적인 경제 변수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회복과 조정을 반복하는 등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움츠러든 대중 투자심리와 달리 자산가들은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투자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도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리스크와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핵심 지역 아파트는 대체 불가능

인플레이션은 돈(화폐)의 가치 하락에 따라 물건 등 실물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손실을 실물 가치상승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또한 임대료 등 양(+)의 현금흐름이 발생해 늘어난 금융 비용을 충당하거나, 장기 보유를 통해 경기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 아파트, 빌딩, 상가 등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아파트, 상가 등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 상품이 빌딩이 아니라 ‘아파트’라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낸 ‘2023년 서울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부자들의 경우 부동산 투자에서 아파트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꺾이지 않은 부동산 사랑…빌딩보다 아파트 선호
부자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꼬마빌딩의 경우 투자 의향이 5~9%로 낮게 나타났다. 빌딩 구입 시 통상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변동에 취약하고, 공실 등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임차료 손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아파트는 매매 또는 임대차를 통해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필수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수요가 탄탄하고, 전세보증금 레버리지를 활용해 금융 비용 리스크 헤지가 일부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투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 내 위치한 재건축·신축 아파트는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다. 최근 들어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 아파트 신고가 경신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입지와 미래 상품성이 뛰어나 잠재 수요가 많은 반면 대체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 희소성이 높다. 다시 말해 한정된 공급과 풍부한 대기 수요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안정적 투자처이기 때문에 많은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시대는 저물었지만

하반기 주택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고물가 현상이 여전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정책·금리·대출 요인마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고 시대’다. 예상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며,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설령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금리 시대에 대한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부담은 서서히 낮아지겠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로 구입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비사업,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정책 역시 불확실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이연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개정이나 다주택자 중과세 원천 철폐 등은 여야가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 변화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아파트를 사기만 하면 돈을 벌었던 ‘부동산 불패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한동안 부동산 시장은 금융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변동성 장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방향을 예측하고 선점하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장기 보유를 통해 부동산 경기 변동 리스크를 회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스트레스 DSR 대출한도 축소 등 시장 리스크로부터 영향을 덜 받아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하고, 전셋값 상승, 신생아 특례저리대출 등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입지와 상품이 무엇인지 우선 고민해보아야 한다. 급매, 분양, 경매 등 가격 만족도가 높은 선택지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단기 매매 거래보다 긴 호흡으로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한두 건의 거래 또는 단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가치와 상관없이 형성된 시세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한순간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신축 아파트라고 해서 실수요층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섣불리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 신축 아파트보다 전고점 대비 가격 회복이 더디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우수하거나 가시화된 교통 호재로 인해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지는 구축 아파트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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