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리딩 금융’으로 우뚝 설 수 있던 배경에는 주요 계열사의 경쟁력이 뒷받침됐다. 그룹의 모태인 KB국민은행을 필두로,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등 은행과 비은행 간 혁신적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사 대해부]KB금융
은행·비은행의 혁신 동행···KB금융 이끄는 계열사 CEO들
그룹의 맏형 KB국민은행의 올해 경영 방향은 ‘고객, 현장, 비대면 중심으로의 대전환’이다. 고객이 KB 안에 머무는 매 순간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품격 있는 영업과 전문 상담을 통해 최상의 고객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실행 중심의 소통 경영을 중시해 온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압도적인 초격차’ 내건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은행 영업점 운영시간을 기존 4시에서 저녁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9To6 뱅크’를 늘려 가고 있다. 한국경제
KB국민은행은 은행 영업점 운영시간을 기존 4시에서 저녁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9To6 뱅크’를 늘려 가고 있다. 한국경제
지난 2022년 1월 임기를 시작한 이 행장은 영업, 재무, 전략 등 주요 핵심 직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고객과 시장, 영업 현장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별 정교한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 우선 과제로 ‘금융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당시 은행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마다 채널이 따로 구축돼 있어, 소비자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해당 앱을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이 행장은 이처럼 흩어져 있던 앱을 흡수·통합해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인 ‘KB스타뱅킹’를 구축, 핀테크 역량을 총결집시켰다. 그 결과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은행권 최대인 1500만에 달했고, 지난해 6월에는 신개념 영업 채널인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 고도화 프로젝트도 완료했다.

또한 은행 영업점 운영시간을 기존 4시에서 저녁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KB국민은행의 ‘9To6 뱅크’도 이 행장의 중점 사업이다. KB국민은행이 시행 1주년을 맞아 9To6 뱅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 비율이 9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9TO6 뱅크 운영은 보수적인 금융권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KB국민은행의 올해 첫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 KB국민은행의 2024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95억 원으로 나타났다. 홍콩 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8620억 원 관련 영향으로 영업외 손실이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9315억 원) 대비 58.2% 급감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ELS 손실 보상을 포함한 순이익은 1조2515억 원으로 1분기에만 1조 원을 넘는다.

KB금융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도 6000억 원 수준의 충당금을 썼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1조5929억 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해외 신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하고 있다”며 “진출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을 포함해 기존 소매금융만 가능했던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인프라를 기업금융 등 법인고객 대상으로 확대해 영업 범위를 점차 넓혀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상업은행 ‘KB캄보디아은행’의 합병을 통한 통합 상업은행 출범 인허가를 취득하고 같은 해 8월, 캄보디아 상무부로부터 통합 최종 승인을 받아 ‘KB프라삭은행’을 출범시켰다.

두 수장이 이끄는 혁신의 KB증권

KB증권은 올해부터 김성현·이홍구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먼저, 올해로 취임 5주년을 맞은 김성현 대표는 IB와 홀세일, 리서치센터, 글로벌 부문 사업에서 잔뼈가 굵다. 2016년 12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KB증권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IB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김 대표는 IB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2019년부터 대표직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연임을 확정 지으며 KB증권 최초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매김했다.

KB증권 IB 부문은 김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성장했다. 2019년 IB 영업수익은 4700억 원대에서 2022년 1조 원대까지 증가했다. 2022년에는 채권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IPO(인수금융), 인수·합병(M&A)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첫 인사 개편에서 KB증권의 공동수장으로 뽑힌 이홍구 대표는 자산관리(WM) 부문의 베테랑이다. 지난해 라임 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전 대표의 후임으로 발탁된 이 대표는 2019년 KB증권 강남지역본부장, 2020년 KB증권 WM 총괄본부장 전무, 2022년 KB증권 WM 영업총괄본부 부사장을 지냈다.

실제 KB증권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WM 자산 규모가 2017년 초 12조6000억 원 대비 3.6배 오른 45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WM 분야 우수한 경영 성과와 디지털 분야의 전략적 확장을 통한 금융 투자 플랫폼에서 선도적 지위를 구축한 점 등을 인정받아 대표직을 맡게 됐다.

KB증권은 두 대표 각각의 전문성과 협업이 시너지를 내면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989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전분기 대비로는 784% 상승한 수치다. 특히 위탁매매 수익 확대와 리테일 채권 등 금융 상품 판매가 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KB증권 관계자는 “고객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적시적인 WM 상품 라인업 등으로 WM 영업 성장세를 이어 갔다”며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 등 WM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른 성장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DCM, ECM 등 전통적 IB 영역에서도 KB증권은 빛을 발했다. 10년 이상 업계 선두를 달리는 DCM 부문에 관해 KB증권 측은 “ESG채권 대표주관,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관 확대, 공기업 대상 글로벌 채권 발행 및 지속가능연계채권(SLB) 최초 주선 등 업계 선도 상품 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블룸버그 기준 1위의 지위를 지켰다”고 전했다.

ECM은 기업공개(IPO)와 대규모 유상증자 등에 힘입어 높은 경쟁력을 유지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IPO 빅이슈어(발행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IPO 대표주관을 수행하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유상증자에서도 업계 톱 지위를 유지 중”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우량 시공사 중심의 영업 활동 강화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활용 등 불안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안정적인 대형 우량 딜 중심의 성과를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비은행의 혁신 동행···KB금융 이끄는 계열사 CEO들
그룹의 다크호스 KB손해보험

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부분 1등 효자는 단연 KB손해보험이다. 지난 5월 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순익은 2922억 원으로 전년(2538억원) 대비 15.1%(384억 원)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는 3조4229억 원으로 전년(3조1911억 원) 대비 7.3%(2318억 원), 보험영업이익은 3666억 원으로 전년(2489억 원) 대비 47.3%(1177억 원) 급증했다. 여기에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1분기 8조1900억 원에서 올해 8조9030억 원으로 8.7%(7130억 원) 늘었다.

KB손해보험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요인으로는 핵심 상품인 장기·일반보험의 손해율 개선이 꼽힌다.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전체 손해율은 80.8%로 전년 동기 81.7%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반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은 각각 6%포인트, 1.8%포인트 줄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한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나며 CSM 규모가 증가, 성장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순익 기여도를 끌어올렸다. 순익 15% 증가로 비은행 계열사 중 유일하게 25% 이상의 순익 비중을 기록하면서 비은행 순익 기여도를 66.6%까지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

구본욱 신임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양종희 회장이 과거 KB손해보험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구 대표는 당시 임원으로서 양 회장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이후 그는 경영전략본부장 상무보(2017년), 경영전략본부장 상무(2018년), 경영관리부문장 전무(2020년) 등 KB손해보험의 주요 직무를 거쳐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
구 대표를 중심으로 KB손보는 올 한 해를 본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 우위 확보를 통해 손해율, 유지율 등의 ‘경영 효율 지표’, 신계약 CSM 등의 ‘미래 가치 지표’, 보유 고객, 우량 고객 등의 ‘고객 가치 지표’ 등으로 대표되는 회사 가치 성장률 1위에 도전하는 원년의 해로 삼고 수익성 강화 정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구 대표는 지난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KB손해보험만의 색깔을 입힌 명작을 완성하기 위해 ‘회사 가치 성장률 1위 달성’과 ‘조직문화 변화 관리의 완벽한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KB손해보험의 상품과 서비스가 대한민국 손해보험의 새로운 스탠더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 이용액 1조 원 돌파,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는 ‘국민의 행복생활파트너’라는 슬로건 아래 소비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와 편리한 결제 서비스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에게 더욱 가치 있고 기분 좋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고객만족 최고의 ‘생활 가치 플랫폼(Life Value Platform)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KB국민카드는 금융과 일상을 연결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인 ‘KB페이(Pay)’의 기능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뿐만 아니라 계좌, 포인트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실물 없이 KB페이 앱 하나로 온·오프라인 전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도 추가했다. 모바일학생증 서비스, 오픈뱅킹 서비스, KB페이 머니, KB증권 등과 연계한 투자 서비스, 국민비서 알림 서비스 등에 이어 최근에는 대출 이동제 서비스, 국립수목원 예약 서비스 등을 담았다. KB페이는 가입 고객 1100만 명, 월 이용 금액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이용자가 머물며 즐기는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의 약진에 대해 이창권 대표의 리더십이 주효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총괄 전무, 글로벌부문장·부사장,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 등을 지내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 꼽혔던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1월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KB페이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월 인공지능 마케팅 시스템(AI Marketing System·이하 AIMs)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후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AIMs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마케팅 전 영역에서 자동화를 구현한 업권 최초의 아웃바운드 마케팅 시스템이다. AIMs를 이용하면 AI 모델 결과에 기반한 마케팅이 가능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최적 고객 타기팅, 맞춤 오퍼 제공, 접촉 시점 개인화가 가능하다. 또한 마케팅 담당자의 반복 수행 업무를 자동화·간편화할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국민카드는 회원, 플랫폼 마케팅 등 AIMs를 활용했을 때 성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마케팅 영역을 발굴해 AI 개인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시스템 개선을 지속해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 케어에 진심, KB라이프생명

지난해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해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KB금융그룹에 빼놓을 수 없는 차세대 먹거리다. KB라이프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034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16%(207억 원) 감소한 수치지만, 전분기 228억 원 손실 대비 순익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 흑자를 기록했다.

KB라이프생명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대를 위해 시니어 케어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환주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시니어 시장의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KB골든라이프케어와 함께 시니어 풀 케어 서비스(full care service)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면서 요양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KB라이프생명의 초대 사령관인 그는 2022년 KB생명 대표이사(CEO)로 취임해 약 2년여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을 이끌었다. 지난해 통합 KB라이프생명을 출범시키면서 안정된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이다.

특히 KB라이프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KB골든라이프케어’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서초와 위례에서 요양원 2곳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프리미엄 복지주택인 ‘평창카운티’를 설립했다. 첫 번째로 선보이는 실버타운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생활·가사·건강·문화 및 여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규모는 지하 2층에서 지상 5층까지 총 7층이며, 총 164세대로 조성했다. 내년에는 은평빌리지·광교빌리지·강동빌리지(가칭)를 차례로 개소할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