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가 새롭게 태어나는 재창간호를 발행하며 ‘머니 토크’ 좌담회를 시작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의 진행으로, 앞으로 매달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경제·금융 트렌드와 투자 전략을 논한다. 대담은 지면뿐 아니라 한국경제매거진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그 첫 회로 국내 최고 경제 및 시장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계 및 한국 경제 전망, 그리고 재테크 진단’을 했다.

[머니 토크]
(왼쪽부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이승재 기자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 변화를 조망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 5월 13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빌딩에서 진행된 ‘머니 토크’에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유신 서강대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경영학부 교수,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가나다 순)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좌담회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근황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좌담회 주제와 흐름을 소개했고, 크게 세 파트에 걸쳐 올 초 이후 거시경제 분석, 하반기 경기 및 시장 전망, 재테크 점검까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약 1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좌담회는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경제 및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면서도 빼곡히 메모하며 경청했고,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을 넘나들며 굵직한 조언을 쏟아냈다.

세 전문가는 각 시장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미국에 앞서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청룡의 해인 갑자년이 시작된 지도 5개월가량 지났다. 세계 및 한국 경제에 격변이 많았는데, 간단히 정리해 달라.
“한국,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 나서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하 김 교수)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장 중요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에 의해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와 환율, 그리고 경기와 주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제학자들과 월가의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월가는 경제학계와 달리 인플레이션이 조기에 낮아지고 금리도 곧 인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맞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크게 ‘비용상승형’과 ‘수요견인형’으로 나뉜다. 경기가 좋을 때 발생하는, 수요가 늘어나서 물가가 오른다는 수요견인형은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줄여 물가를 낮출 수 있다. 반면 원유 가격이나 환율이 높아져 물가가 오르는 비용상승형의 경우 생산원가를 높인 원유 가격이나 환율이 내리지 않는 이상 금리 인상만으로 물가를 잡기는 어렵다. 한국은 전형적인 비용상승형에 해당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원유 및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두 개의 형태가 혼재돼 있다. 미국은 경기가 호황이어서 금리 인상이 맞는 조치인 데 비해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인데도 금리를 큰 폭으로 너무 높였다. 그 부작용으로 지금 금융 부실이 늘어나고 있으며 내수경기도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의 부작용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인플레이션은 비용상승형이어서 쉽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 학계에서도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앞으로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에 동조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이런 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비록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급격한 경기 호황은 어렵다는 것이 미국 학계의 전망이다.”
“한국,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 나서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정 교수)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5.2%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5.3%로 기대치인 4.8%를 뛰어넘는 등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반면, 내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2~3년간 지속된 부동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투자와 관련해선, 제조업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 인프라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수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3%에서 1.5%로 개선됐다. 투자와 수출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정책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중국 경제에서 변수는 인구구조 변화다. 중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젊은 층이 줄어들고 있다. 주택 실수요층 감소로, 부동산 구조가 공급 대비 수요 부족으로 바뀌는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 부동산 경기는 소비에 직격탄이다. 또 지방 정부의 재정 투자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방 정부 투자 제한으로 이어진다. 중앙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성장 목표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민간이 위축되면서 고용도 어려워졌다. 청년 실업률이 25%에 달하는데, 이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올해 초 중국 증시는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낮아 디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성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민간 소비와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 나서야”
미국에선 가장 민감한 금리 인하 이슈에 대해 전문가 시각이 엇갈리고, 중국은 성장률이 상승했지만 질적으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면 지난 5개월 동안 글로벌 증시는 어떻게 움직였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전 회장(이하 최 전 회장) “올해 글로벌 주식 시장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와 AI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관련 종목군이 상승을 주도했다. 관련 종목군이 강한 상승을 보인 대만과 나스닥 등의 상승 폭이 컸고, 올해 가장 화두인 금리 인하 이슈를 반영하며 빠른 시일에 금리 인하 기대가 높은 유럽 증시의 상승도 뚜렷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만 증시가 가장 많이 올랐다. AI 산업에 대한 기대심리로 TSMC가 상승을 주도하며, 5월 10일 기준 연초 대비 15.18% 상승했다. 더불어 경기 둔화가 진행됐음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확대되며, 유로스톡스50이 12.43% 올랐다. 독일 닥스 지수도 11.97%, 영국 FTSE 증시가 9.06%, 프랑스 카크(CAC) 지수는 8.96% 상승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약세를 보였던 중화권 증시의 강세도 뚜렷했다. 그동안 공격적인 경기와 금융 시장 부양정책과 함께 국부펀드를 이용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적으로 매입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항셍 지수가 11.24%, 상하이종합이 6.04% 상승했다. 미 증시도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9.49%, 나스닥이 8.86%, 다우 지수가 4.84% 상승했다. 그동안 강한 상승을 견인해 왔던 인도 센섹스 지수는 0.59% 상승에 그쳤다. 반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반도체 관련주, 그리고 기업 가치 재고라는 이슈를 반영하며 금융주 등의 강세가 뚜렷했지만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며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 속 2.73% 상승에 그쳤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으며, 금리 인하가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 인하 연기로 인해 시장에서는 실망감이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조정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 배경에는 환율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 나서야”
올해도 하반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 경기는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

김 교수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가 문제다. 수출은 비교적 잘 돼 성장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물가도 불안정하다. 농산물 가격 등 생활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크다.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져,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임금 상승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산세가 올랐고 전기와 가스요금 상승으로 아파트 관리비도 상승하는 등 노동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증시에선 자금이 미국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성장 시기에는 높은 법인세와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아 국내 투자가 활발했다. 그러나 저성장 시기에는 조세와 정부 규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과도하면 외국으로 투자 자금이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와 투자 시장의 공동화가 초래될 수 있다. 정책당국과,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는 저성장이라는 경제 환경을 고려해서 조세와 정부 규제 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하반기 우리 경제는 고금리 지속에 대비해 내수 침체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며, 무엇보다도 금리 인하 시기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야 우리도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경기 호황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지만, 우리는 내수 침체가 심각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면 금융 부실과 기업 도산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환율이 안정된다면 미국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기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더 좋다는 의견이다.”

정 교수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다양하고, 정책적인 부담도 큰 상황이다. 가계 부채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다. 그런데 금리를 너무 낮추면 환율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모든 경제 요소가 연결된 구조로, 단순히 금리 인하로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실물경제에 주목해 이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수출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중간재와 부품 수출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 연결이 약해졌다. 정부가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춘 실질적이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질적인 성장과 혁신이 중요하다. 한쪽에선 반도체 경기가 좋아졌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AI 분야에서 우리는 한발 늦었다.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한국이 리더가 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하고, 수출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최 전 회장 “글로벌 증시 측면에서 하반기 이슈는 Fed의 금리 인하 시기, 미국의 경기 위축, 미국 대선, 중국 증시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51.2% 확률로 추정한다. 첫 금리 인하가 9월에 단행될 경우 주식 시장은 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견고한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경기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4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지수는 17.5만 건 증가에 그쳤고 임금 상승률도 전월 대비 둔화되는 등 고용 위축이 진행 중이다. 실업률도 3.9%를 기록했다. 여기에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둔화됐다. 일부 투자 회사들은 2분기 말에서 3분기에 들어서며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며 본격적인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며 주식 시장의 부진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 대선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중요하다. 중국 증시와 관련해선,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정부 자산이 약 50%에 육박한다. 이를 유동화하고자 한다. 아직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진 않지만, 하반기에는 그동안 정부의 부양책이 경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동향 및 정치적 요인들이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변화 요인을 감안하면 9월 Fed의 금리 인하 시기까지는 하락은 제한되겠지만, 경기 위축을 감안하면 상승도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 속 개별 종목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3분기 후반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반영해 지수 하락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익이 견고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이후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도 전망해 달라.

정 교수 “자연 법칙과 인간 사회 법칙을 관통하는 유일한 법칙은 한계 체감(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계속될 수 없으며, 변화가 필연적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신산업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AI의 출현으로 디지털로 모두 연결되는데, 빠른 성장을 위해 민간의 노력뿐 아니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신산업의 성장 사이클을 보면 붐, 버블, 붕괴, 그리고 진정한 신산업의 탄생 과정을 겪는다. 벤처 산업과 기술의 성장, 주가 모두 같은 사이클을 따른다. 기술의 돌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으로 자본시장에 돈이 몰리고, 버블을 거친 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다. 비트코인은 신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에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는 시스템은 대부분 버티컬(수직적) 구조였다. 그런데 이제는 버티컬 시스템이 안 통하는 시대가 됐다. 불공정 이슈가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가 감독을 시작하고, 결국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 보니, 수직적 시스템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수직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호라이즌탈(수평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을 표방하고 나온 게 블록체인이다.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 위조 방지 기술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한다. 그러나 숙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결국 돌파해낼 것으로 본다. AI나 양자컴퓨팅 등의 기술이 처리 용량과 속도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금융 시스템도 수평적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버티컬과 호라이즌탈 시스템을 겸업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기술 융합이 이뤄질 것이다. 지난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고 본다. 홍콩도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비트코인은 갑자기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매도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예상했던 기관 자금의 유입이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하반기에 이르러야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금이 네 번째 반감기인데, 이전의 반감기들과 다르게 가격이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학습 효과로 인해 반감기 이후 수요 대비 공급 증가 속도가 줄어들었다. 비트코인이 금과 종종 비교되는데, 금은 연평균 공급이 2%씩 증가한다고 한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은 공급 증가율이 연 0.8%로 떨어질 전망이어서 매력적이다. 홍콩과 영국에선 비트코인 선물 지수와 증권 지수를 검토 중이다. 비트코인은 제도 금융에 문제가 있을 때 등장한 만큼, 불확실성 시기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비트코인의 매력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는 가격의 변동성이 커서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는 힘들지만 불법적인 거래에 결제 수요가 있고 또한 물량이 고정돼 있어 투자 자산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통화 시장은 금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정책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먼저 금리와의 관계를 보면 금리가 인하되면 돈이 풀리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비트코인과 같은 고정된 공급량을 가진 가상화폐 가격은 오르게 된다. 금리는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물가는 또 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유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11월까지는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달러는 강세, 원화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대미 원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환율은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호지표다. 현재 우리나라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 정책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일본 엔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약세(엔저)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책당국은 엔저로 인한 인플레이션보다 수출 경쟁력 강화 등 경기 부양의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과 경쟁적인 평가절하로 환율전쟁을 해 왔다. 과거 같으면 일본 엔저에 따라 중국 위안화 역시 큰 폭으로 평가절하돼야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전략적인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율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달러당 7.2위안 수준에서 안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도 도입했다. 가상통화는 개방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자본자유화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익명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블록체인이라는 공개원장을 사용하는 가상통화를 통해 국제 간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는 규제를 하지 않는 반면, 자본이 빠져나가는 나라는 규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같이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국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의 거래와 보유를 허용하는 순간 자본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의 자본가 그룹이 비트코인의 익명거래를 통해 돈을 해외로 빼돌리면 중국 경제는 공동화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알고, 중국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를 중지시켰으며 대신 실명 거래인 CBDC를 도입해 디지털 경제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큰 정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비트코인을 통한 불법적인 자본의 유출이 우려되는 나라다. 가상통화가 확산될 때 당시 정부는 가상통화를 규제하려 했지만, 이익집단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규제가 완화됐다. 그러면 미국은 언제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게 될까. 아마도 중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다 빠져나갔을 때 미국 정부의 독점적 화폐 발행 권한에 도전하고 조세징수를 방해하는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테크 측면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하반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최 전 회장 “중장기적인 기회는 있지만, 인내가 필요하다.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 특히 증권 시장이 좋은 적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증권 시장이 활황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시장을 떠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곤 한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상품이 있어서,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을 잘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주가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개별 종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앞장서 인덱스를 끌어올릴 순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개별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익이 견고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9월 이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므로 채권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

또 하나의 관심은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될 것인가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지, 그에 따라서 미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함께 말씀해 달라.

정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재가 이미 노출됐다고 평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남아 있다. 고령(高齡) 이슈, 그리고 고용지표 악화,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대선 가까이 갈수록 체감될 것이다. 그러면 트럼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어떠한 정책을 쓸까.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고관세, 여기에 달러 평가 절하까지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주장을 펴는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가 차기 Fed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온쇼어링 정책으로 제조업을 유치하면서 수출 기반을 마련 중이다. 그러면 달러 평가 절하가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상황이 복잡해진다.”

김 교수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보수당인 공화당의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기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기대와 반대로 보호무역과 외환 시장 개입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보호무역은 현재보다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중국,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 경쟁력 제고로 과거와 같은 대중국 무역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는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여서 한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한국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는 이미 일본 엔화의 약세를 문제 삼고 있어 1985년 프라자 합의와 같은 엔화의 평가 절상(엔고)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원화 환율도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 전 회장 “지난해 11월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고, 특히 격전지인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바이든에서 트럼프로의 지지율 역전이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최근 5월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넘어서는 결과도 나오고, 지지율 간격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누가 당선이 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상원과 하원 선거 결과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 그동안 공화당이 장악할 것으로 전망해 왔던 하원이 4월 중순 이후 민주당 승리로 전환된 가운데, 상원은 51대49 또는 50대 50으로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상원이 50대50으로 결정되고 하원이 민주당 승리, 대통령 선거도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이 의회와 행정부 모두 장악할 수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증권 시장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시장이 빠진 만큼 기회는 열릴 것으로 본다.”

인도를 비롯해 신흥국 경제는 어떻게 보시나.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인도가 부상할 수 있을까.

정 교수 “대체 시장으로서의 의미는 있다. 중국과 인도는 아직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인도가 저평가된 상태다. 인도의 경제적 잠재력은 매우 크다. 미국은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에 대해 인도를 지원하면서 견제하고자 한다.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 정책)’ 전략이 살아 있는 한 인도에 상당한 성장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을지는 별개의 이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력과 관련 있다.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제도가 중요하다. 현재 중국의 대학 등록률은 약 72%로 높은 반면, 인도는 약 32%에 불과하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상위 10위권 내에 중국 대학이 5개 포함돼 있는 반면, 인도 대학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다. 인도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부 뛰어난 인재를 배출했지만 중국을 뛰어넘으려면 평균적인 힘,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 카스트 제도 문화가 남아 있으며, 사회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31개 성이 마치 주식회사와 같이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라면, 인도는 지방분권화로 중앙집권적 정책 실행력이 약하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을 뛰어넘는 건 수십 년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 전 회장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지 19년째다. 많은 글로벌 톱티어들이 철수했지만, 우리는 남아 있다. 2018년에는 증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후배 경영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10년 안에는 인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증권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가 아직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주의적 요소를 벗어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상품으로, 니프티(Nifty)5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소개하고 싶다. 인도 경제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인도 소비재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ETF도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기업인들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오늘 대담 마치겠다.

김 교수 “성공적인 기업 경영이나 투자에는 두 가지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즉,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회사 내부 상황을 개혁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학적 측면이다. 이를 위해서 경영자는 내부 경영을 혁신하고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투자자도 내부 혁신으로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즉 가치 있는 회사인지를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 회사를 둘러싼 외부 기업 경영 환경을 잘 전망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부 경영을 잘 해도 경기가 심하게 침체되거나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현재는 두 번째 요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이 상당히 복잡하고 블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자나 투자자들은 거시적 경제 환경을 잘 들여다보고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최 전 회장 “경기가 위축될 때에도 기회는 찾을 수 있다. 특히 대형 기술주, AI 관련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 ‘승자 독식’이라는 용어처럼,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투자 관점에서도 유망하다. 투자를 할 때에는 시기, 규모,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 교수 “주가를 볼 때, 실적(분자)과 금융 환경(분모)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벤처나 성장주는 먼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주가에 선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금리가 상승하면 할인율도 올라가므로, 먼 미래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신산업의 성장 곡선의 궤적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다. 지금 전 산업에 통용될 수 있는 인프라 기술의 대표주자는 AI다. AI는 1단계 혁명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단계 혁명은 기업 간 거래(B2B) 혁명이다. 지금 AI 투자가 대단히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몇 개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는 아직 활발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투자가 초기 단계, 시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로 대기업들이 외부 벤처기업에 투자해 끌어가는 형태다. 이는 진정한 확산이 아니다. 앞으로 2단계 혁명이 올 것이라고 본다. 마치 25년 전과 유사한 모습이다. 당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다. 핵심은 인터넷 혁명이 아니라, ‘마이 컴퓨터(personal computer)’ 혁명이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수익 모델이 등장하고, 큰 인프라 기술과 결합해 여러 산업군을 형성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온디바이스 AI 혁명’인데, 개인적으론 ‘My LLM’이라고 명명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개인화되는 것이다.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PC와 스마트폰에 장착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확산될 것이다. 한국이 여기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 정치인, 기업인들을 포함해 ‘생즉사, 사즉생’의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왼쪽부터) 한상춘 논설위원, 김정식 명예교수, 최현만 전 회장, 정유신 교수. 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한상춘 논설위원, 김정식 명예교수, 최현만 전 회장, 정유신 교수. 이승재 기자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