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취미를 가졌을까. 또 매일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일반 대중과의 결정적 차이를 알아본다.

[커버스토리]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모습. 사진=한국경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모습. 사진=한국경제
#. 자산가 A씨는 매일 아침 7시 전에 기상해 종이신문을 보는 것으로 아침 루틴을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주로 착즙한 주스나 그릭 요거트를 섭취한다. 한 해 동안 1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인문사회 분야 서적을 가장 즐겨 읽는다. 배우자와의 가사 분담은 절반씩 하고 있다. A씨는 ‘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의 떠올리지 않는다. 돈은 가족과의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자유를 주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선 사례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를 바탕으로 압축해본 우리나라 부자(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들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부자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은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개인이라면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봤을 법한 주제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삶을 어떻게 꾸리고 있으며, 자신의 일상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자 746명, 대중 부유층(금융 자산 1억~10억 원), 일반인(금융 자산 1억 원 미만)을 대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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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만족도 일반인의 2배

부자들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부자는 일반인에 비해 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을 띠었다. 돈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비율은 부자가 92.7%, 일반인은 88.8%다. 부자와 일반인 모두 돈의 가장 큰 의미를 ‘편안함’이라고 여긴 것은 동일했지만, 부자는 38.5%, 일반인은 21.6%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돈을 ‘자유’의 의미로 여기는 답변의 비율 또한 부자는 12.9%, 일반인은 8.8%로 달랐다. 부자와 일반인이 각각 돈에 부여한 긍정적 의미 사이에 어느 정도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일반인에 비해 부자가 더 높았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대해 부자의 69.8%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일반인(34.9%)보다 2배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 규모와 삶의 만족도는 정비례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총자산이 10억 원 미만에서 50억 원 미만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삶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자산 10억 원 미만 42.4%, 20억 원 미만 56.9%, 30억 원 미만 65.8%, 40억 원 미만 66.9% 순으로 재산이 커질수록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다 50억 원 미만(70.7%)인 구간을 기점으로 이 비율이 다시 하락해, 60억 원 미만은 66.7%, 70억 원 미만은 68%로 정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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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확보되면 소득이 더 늘어나도 행복도가 꼭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체 구간을 벗어나면 또 다른 양상이 확인된다. 총자산 100억 원대 부자에 근접하는 단계부터는 삶에 만족감을 느끼는 비율이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100억 원 미만 자산가의 82.7%, 100억 원 이상 자산가의 78.6%가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수백억 원 규모의 초고액자산가로 가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짐작해볼 만한 대목이다.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부자들은 가족 관계(72.7%)에서 만족을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이어 소비생활(62.3%), 여가생활(60.8%), 자산 규모(60.7%), 사회생활(57.5%), 업무(54.2%) 순으로 나타났는데,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부의 영향력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외모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은 50.5%로,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가장 낮았다. 다만 이 항목 또한 일반인(29.9%)과 비교하면 20.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수면 시간 짧고 경제 뉴스에 높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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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산을 100억 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는 스스로를 ‘목표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데 가장 많은 표(59.6%)를 줬다. 전체 부자와 일반인은 ‘성실한’이라는 표현이 스스로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생각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목표지향적’이라고 생각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일수록 ‘착한’이나 ‘감성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30분가량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은 평균 7.8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데 반해, 부자는 7.3시간을 잔다. 평균적으로 매일 12시 전에 잠들어 아침 6시 44분에 기상한다. 또 부자의 60%가 아침식사를 꼭 챙기는 습관이 있었다.

부자들이 아침식사 다음으로 챙기는 오전 루틴은 신문을 읽는 것이다. 부자의 33%는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경제(50%)다. 일반인의 관심 뉴스 분야도 마찬가지로 경제지만, 그 비율이 26%로 부자의 절반 수준이다. 또 부자들은 경제 외의 모든 뉴스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낮은 관심도를 보였다. 특히 연예·스포츠 뉴스에서의 관심도 격차가 컸는데, 부자는 7%, 일반인은 17%가 관심 있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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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 비해 적은 시간 일하고 가족과 충분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부자의 특징이다. 부자들의 하루 업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이 안 됐다. 부자 5명 중 1명은 기업의 경영자나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만큼, 비교적 업무의 자유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서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조사한 결과, 41%가 거의 매일 함께 식사한다고 답했다. 주 3~4회 이상 식사한다(26.6%)는 답변까지 더하면 부자 10명 중 7명이 최소 주 3회 이상 가족과 식사하는 셈이다. 가족과 식사하는 횟수가 거의 없다고 답변한 부자는 9.4%에 그쳐, 일반인(17.6%)과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또 부자들은 가사일을 본인과 배우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책·골프·헬스 등 활동적 취미에 관심

일반인이 1년에 6권가량의 책을 읽는 동안 부자들은 1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부자에게 독서는 일상이자 휴식이다. 특히 금융 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는 그보다 많은 20여 권의 책을 읽는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지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인문사회(20.5%)다. 소설(19.4%)과 자기계발(15.5%), 경제경영(14.8%) 분야도 즐겨 읽는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의 영향으로 퍼진 ‘부자는 독서를 즐긴다’는 명제를 우리나라 부자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셈이다.

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취미는 산책과 걷기(65.4%)다. 그다음으로 골프(41.9%)가 2위, 헬스(35.9%)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골프를 즐기는 부자 2명 중 1명은 골프를 치는 목적으로 동료, 친구, 가족들과의 친목 도모를 꼽았다. 순수한 취미생활이라는 응답은 35.4%였다. 골프는 비즈니스와 연결된다는 통상적인 이미지와 달리 부자들 중 사업성 목적으로 골프를 치는 비율은 8.4%에 불과하다. 다만 10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비즈니스 목적이 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자들의 월 평균 골프 횟수는 3.4회이며, 1회 평균 소비액은 30만 원부터 50만 원까지다.

산책, 골프, 헬스 등 활동적인 취미를 제외하면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관람(30.6%)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부자들은 미술 전시회, 클래식 공연,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긴다. 요리(20.7%)를 취미로 둔다는 응답도 5순위 안에 들었는데, 자산 규모가 많은 부자일수록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파인다이닝을 즐긴다고 답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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