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가 AI 중심의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은 시장에 머무르며 ‘미국 기술주’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찾고 싶은 투자자라면 ‘유럽 주식’ 비중 확보를 고려해볼 수 있다.

[마켓] 투자 인사이트
파리 증권거래소의 주식 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파리 증권거래소의 주식 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24년 들어 25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지난 6월 5일 기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열풍에 금리 인하 기대가 더해진 영향이다. 증시가 연고점 흐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조정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랠리는 풍부한 현금흐름과 이익 성장이 뒷받침된 빅테크가 주도하는 근거 있는 상승세라는 점에서 큰 폭의 조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앞둔 가운데, 높아진 정책 금리가 미래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추가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AI 중심 랠리, 다른 업종·지역으로 확산

또한 역사적으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해의 평균 지수 상승률(12.7%)이 일반적인 해의 상승률(12.4%)보다 소폭 높았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주식 시장을 떠나는 것은 더 큰 기회비용을 치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시장에 머무르며 ‘미국 기술주’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의 연간 성과는 20.1%였다. 이 가운데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기록한 업종은 정보기술(IT·49.8%), 커뮤니케이션(36.2%), 경기소비재(27.7%)뿐이었다. 올해도 IT와 커뮤니케이션 업종의 상대적 강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금융·산업재·유틸리티 업종의 성과도 눈에 띈다. 세 업종은 시장과 유사하거나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지역 관점에서도 지난해에는 승자(미국 및 일본 주식)와 패자(중국 주식)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주요 지역이 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부담 커진 빅테크…유럽 배당주로 균형 찾기
고금리 속에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에는 AI 테마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대형 기술주가 유일한 대안이었으나, 최근에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경기 연착륙 성공에 대한 자신감 등이 다른 지역과 업종, 스타일로 상승 흐름을 확산하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선제적 통화 완화...투자 매력 커진 유럽 주식

미국 주식의 높아진 가격 부담을 일부 덜어내고, 편중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유럽 주식’ 비중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지난 6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상대로 25bp(1bp는 0.01%)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ECB의 선제적인 통화정책 전환은 유로화의 상대적 약세를 연장시키며 유럽의 기업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종 부양책이 쏟아지고 있는 중국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유럽의 제조업 경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의 향후 6개월 뒤 경기를 전망하는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경기기대지수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경기 개선과 금리 인하, 낮은 밸류에이션의 조합은 과거에도 글로벌 증시 대비 유럽 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스타일 관점에서는 2023년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였던 배당주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환경에서는 채권 대비 배당주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배당주 지수 내에는 금융, 에너지, 유틸리티 등 성숙기에 있는 산업의 비중이 높은 반면 IT, 커뮤니케이션 등 고성장 업종의 비중은 낮아 AI 주도의 랠리에서 소외된 탓에 부진한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금리가 안정화되는 환경은 배당주의 성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높이는 배당주 투자

그중에서도 유럽의 배당 수익률은 2023년 기준 3.13%로 미국(1.46%) 및 아시아(2.73%)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배당주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주가 상승을 기다리는 동안 배당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전판을 마련해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높은 배당 수익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자본 손실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배당주 지수의 연간 변동성은 일반 주식 변동성의 약 70%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위험 조정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워런 버핏과 함께 벅셔해셔웨이를 이끌었던 찰리 멍거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세 번 생각하는 습관'을 꼽았다. 그는 대학시절 ROTC로 활동하면서 “포탄을 쏠 때에는 길게 한 번 쏘고, 짧게 한 번 쏘고, 그다음에 제대로 쏜다는 것을 배웠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길게 한 번 보고, 짧게 한 번 보고, 그다음에 제대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투자에 있어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이 함께 고려돼야 함을 의미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AI가 주도하는 기술주들의 경우 상승 랠리가 연장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는 만큼 포트폴리오 내에 의미 있는 비중으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높아진 가격 부담과 이익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은 언제든지 순환매와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단기 부침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유럽 배당주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