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붐의 진원지로 꼽히는 오픈AI에 투자할 수 없을까. 비상장 기업이라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픈AI 투자가 불가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우회로를 통해 직간접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그에 따른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

[커버스토리]
마이크로소프트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AFP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전 세계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생성형 AI 붐으로 대형 빅테크들의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 가고 그에 힘입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테마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결과다. 그야말로 ‘AI발 골드 러시’다. 대표적인 AI 수혜주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른 지금, 생성형 AI 붐에 불을 댕긴 주역인 오픈AI(챗GPT 개발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860억 달러(약 119조 원).’ 올해 초 알려진 오픈AI의 기업 가치다.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닌 비상장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 매겨졌던 290억 달러에 비해 몸값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아직 AI 붐의 초입에 불과한 만큼 오픈AI의 성장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매출 목표를 34억 달러로 잡았다.

DXYZ의 화려한 등장...리스크에 '폭락'

문제는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말 그대로 ‘비상장 기업’이라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이 회사 주식을 증권 시장에서 직접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대신 최근 몇 가지 우회로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데스티니 테크 100(DXYZ)’ 펀드가 있다. 데스티니 테크100을 만든 인물은 미국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포지(forge)의 공동 창립자였던 소하일 프라사드다. 지난 2019년 포지를 떠난 그는 2021년 94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여러 비상장 스타트업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비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한 창업 멤버, 직원, 벤처캐피털과의 선도계약(forward contracts)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매입한 비상장 기업의 지분은 데스티니 테크100의 기초자산이 됐다.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에는 오픈AI(3.6%) 외에도 스페이스X(36.6%), 액시엄 스페이스(9.2%) 등 아직 상장하지 않은 첨단 기술 기업의 지분이 다수 담겼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가가 아닌 이상 좀처럼 접촉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 시장을 열어준다는 취지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게 소하일 프라사드가 이 펀드를 만든 목적이다.
‘우회로 없을까?’…비상장 오픈AI에 투자하는 법
3월 26일 펀드 상장 직후 한동안 반응은 뜨거웠다. 상장 당일 9달러로 마감한 주가는 4월 8일 99.79달러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펀드 포트폴리오의 신뢰성을 둘러싼 잡음이 미국 현지에서 잇따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펀드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몇몇 기업들이 “선도계약 방식으로 취득한 주식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온라인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는 데스티니 테크100이 진행한 선도계약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강조하며 “그들에게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펀드를 만든 소하일 프라사드는 “우리의 주식은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초기의 모멘텀을 이어 가겠다는 그의 방침을 뒤로한 채, 데스티니 테크100의 가격은 4월 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6월 18일 현재 주가는 13.07달러다. 한때 100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던 펀드가 사실상 폭락해 버린 셈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오픈AI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토마스 루기 데스티니 패밀리오피스 대표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투자보다 더 복잡한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동성과 투명성의 부족이다”라며 “상장 기업은 투자 보고서를 공유할 의무가 있지만, 비상장 기업은 그런 의무가 없다. 데스티니 테크100은 펀드의 기초자산 가치가 분기별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상장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정확성을 갖고 계산하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회로 없을까?’…비상장 오픈AI에 투자하는 법
오픈AI에 투자할 수 있는 또 다른 펀드도 존재한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아크 벤처 펀드(ARKVX)다. 최근 이 펀드는 펀드 포트폴리오에 오픈AI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크 벤처 펀드는 오픈AI에 투자하고 있다”며 “오픈AI의 AI 능력이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선두에 있다”고 했다.

오픈AI는 6월 1일 기준으로 아크 벤처 펀드 전체 포트폴리오의 4.13%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AI 기업으로는 오픈AI 창업자 그룹 일원이었던 다니엘라·다리오 아모데이 남매가 설립한 앤트로픽(4.81%),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피규어 AI(4.5%), AI 기반 항공우주 기업인 쉴드 AI(3.76%) 등이 담겨 있다. 스페이스X(13.15%), 에픽 게임즈(7.19%), 프리놈(5.73%) 등도 주요 기초자산으로 포함돼 있다. 소피이(SoFi) 혹은 타이탄(Tita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최소 투자금은 500달러이며, 펀드 운용 수수료는 연 2.75%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내부 리포트에서 ICEF(Interval Closed-End Fund)인 아크 벤처 펀드와 ETCEF(Exchange-Traded Closed-End Fund)인 데스티니 테크100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ETCEF는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지만, 주식 거래량과 순자산가치(NAV)에 따라 가격 변동이 극심하다는 설명이다.
‘우회로 없을까?’…비상장 오픈AI에 투자하는 법
관련주 투자로 우회...오픈AI 영리화 가능성은

오픈AI와 관계된 수혜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오픈AI의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13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데다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오픈AI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기로 했다. 오픈AI의 사업 전망이 밝아질수록 관련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주가 속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간접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향후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디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최근 일부 주주들에게 오픈AI의 지배구조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AI는 2015년 창립 시기부터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돼 왔다. AI가 인류에게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그러다 4년 후인 2019년부터 비영리법인과 영리 자회사(OpenAI LP)의 구조로 나뉘었다. 영리 자회사의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 금액의 100배 이상의 수익을 벌어가지 못하도록 수익상한(capped profit)을 걸었다. 챗GPT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은 곳이 바로 이 영리 자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자본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픈AI에서 창출되는 수익의 75%를, 그 이후에는 49%를 가져가게 된다. 미리 약속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나머지 이익은 비영리 조직으로 넘어간다. 오픈AI에 투자했다고 해도 여러 제약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오픈AI의 방향성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비영리법인 이사회가 모두 갖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투자자들에게는 의사결정 참여 권한이 없다.

샘 올트먼 CEO는 최근까지만 해도 IPO 계획이 없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왔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AI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수혈 없이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판단을 오픈AI 내부적으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 xAI처럼 영리 기업과 비영리 조직 특성을 모두 가진 영리 공익 법인(profit benefit corporation) 형태가 주요하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를 지향해 왔던 오픈AI가 향후 영리법인으로 방향성을 바꿔 IPO까지 가게 된다면, 오픈AI를 둘러싼 투자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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