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찾아온 극심한 침체기를 극복하고 오피스 상권에서 ‘힙플’로 거듭난 여의도 상권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상권 분석]
사진=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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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1년이 지난 뒤 핫플레이스로 떠오는 21일 여의도 파크원타워 모습. 사진=한국경제
준공 1년이 지난 뒤 핫플레이스로 떠오는 21일 여의도 파크원타워 모습. 사진=한국경제
‘금융 1번지’ 서울 여의도 상권은 과거 ‘고스트 타운’으로 불렸다. 수많은 금융인들이 밤이나 주말이면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심한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2월 ‘더현대서울’이 문을 열면서 여의도 상권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유명한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을 뿐 젊은 층의 소비를 자극할 만한 마땅한 핫플레이스가 전무했던 여의도는 어느덧 MZ(밀레니얼+Z) 세대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쇼핑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여의도 상권을 여의도역, 여의나루역, 샛강역 일대의 동여의도 상권으로 한정한다. 여의도 상권은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 근접 상권, 더현대서울· IFC몰이 위치한 대형 쇼핑몰 상권, 9호선·신림선 샛강역과 KBS별관 근처에 형성된 먹자골목 상권 등 크게 세 가지 세부 상권이 형성돼 있다.

여의도 상권을 이끄는 건 넥타이 부대라 불리는 직장인들이다. 서울 3대 업무지구답게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고 광역환승센터가 있어 유동인구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상주인구는 적다 보니 주중·주말, 낮밤 사이의 집객 편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5년간(2019~2023년) 여의도 상권의 연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여의도 상권의 매출 규모는 2019년 약 1조818억 원 수준에서 2023년 2조1428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커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매출 타격이 컸던 2020년 매출이 하락했지만 2021년 더현대서울의 개장과 함께 회복세를 넘어 매출이 급증세를 나타냈고, 이후 3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 오고 있다.

여의도 큰손, 40대 남성에서 30대 여성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여의도 상권의 성별·연령대별 결제 비중을 살펴보면 30대 남성(17.9%)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30대 여성(16.2%)과 40대 남성(12.9%), 20대 여성(11.5%), 40대 여성(10.5%)이 뒤를 이었다. 2030세대 비율은 51%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51.4%)이 여성(48.6%)보다 약간 더 앞섰다.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그런데 지난 5년간 매출 비중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5년 전인 2019년만 해도 3040세대 남성들이 여의도 상권의 핵심 소비층이었고,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더현대서울이 자리 잡고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인 2022년에는 20대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40대 남성보다도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는 20대 여성의 매출 비중이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여성 소비자들의 약진이 비단 20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40대 남성의 결제 비중은 5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50대와 20대 남성의 결제 비중도 줄어든 반면, 여성 소비자의 결제 비중은 전 연령대에서 증가해 대조를 이룬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신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2030세대 여성의 결제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나며 여의도 상권이 MZ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됐다. 여의도 상권의 여성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의도 상권의 최근 1년간(2023년 6월~2024년 5월) 업종별 월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여의도 상권은 외식업과 소매업이 양분하고 있다. 연말에는 직장인들의 연말 회식 시즌이 집중돼 있어 매출이 가장 높게 발생하고,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을 보내려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숙박 매출 비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올해 1~5월 여의도 상권의 업종별 매출 증감 데이터를 살펴보면 여의도 상권의 총매출은 약 8546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1~5월(8979억 원)과 비교해 약 4.8%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외식업(44.6%)은 전년 동기 대비 9.5% 매출이 줄어든 반면, 매출 비중이 그다음으로 높은 소매(39.3%) 업종은 매출이 1.1% 소폭 증가하면서 대조됐다.

다른 업종을 살펴보면 의료(10.3%)와 오락(13.4%) 업종이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서비스(-21.6%)와 숙박(-18.7%) 업종은 큰 폭으로 감소해 희비가 엇갈렸다.

지금까지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여의도 상권을 면밀히 분석해봤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여의도 상권을 오피스 타운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젊은 층의 발걸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핫플레이스로서의 면모를 가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여의도 재건축 사업이 최근 들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여의도 상권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여의도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변화한 상권의 트렌드를 파악한 후 창업하고자 하는 업종에 따른 소비층에 대한 심층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여심 잡은 여의도 상권…고스트 타운에서 MZ 쇼핑 메카로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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