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노후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개인들에게 안정적 노후소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보험사가 위험관리와 장기 자산운용 역량 등을 기반으로 웰스와 헬스를 결합한 간병·요양 서비스 등 시니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스페셜] 인구 대변혁 시대 유망 섹터 - 금융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학업, 취업과 결혼, 은퇴 등의 생애과정별 변화를 고려해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인 소비를 원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청년기는 노동 소득이 소비보다 적은 적자기이지만 소비 성향이 높고, 중장년기에서는 소득이 지출보다 높은 흑자기로 소비 성향이 낮아진다. 반면 노년기가 되면 은퇴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기존 저축·투자액 등으로 소비를 하게 돼 소비 성향이 높아진다.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각 개인은 약 27세에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에 진입해 43세에 최대 흑자를 달성하고,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특히 적자 재진입 연령은 2010년의 56세에서 2015년 58세, 2021년 61세로 점차 늦춰지고 있다. 이는 개인들이 은퇴 시기를 늦추거나 저축 등을 늘리며 은퇴 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등 장수 리스크에 대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만 바라보는 노후 준비
은퇴 후 노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개인들에게 안정적 노후소득 확보가 주요한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2023년)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는 83%로 은퇴 예상 연령은 68.1세이며,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324만 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 준비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가구가 3층 연금제도(1층 국민연금·2층 퇴직연금·3층 개인연금) 중 1층에 속하는 국민연금을 주요 노후 준비 수단으로 인식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998년 도입 당시 70%에서 2024년 42%로 지속 하락했고, 2028년 40%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 외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의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 자산 비중은 35.6%로 미국(71.5%), 일본(63%), 영국(53.8%) 대비 낮은 수준으로 향후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 자산 투자 등의 필요성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제도인 ‘401(k)’를 통해 장기간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해 공적·사적 연금을 합쳐 소득대체율이 81%에 이른다. 제도적 성숙기에 있는 미국 DC형 시장에서 2013년 이후 운용 자산 규모 1위를 기록한 퇴직연금사업자 뱅가드는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수익 확보를 추구하는 패시브 투자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빠르게 강화했다. 뱅가드는 업계 최초로 2015년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RA) 기반 하이브리드형 연금 자문 서비스 ‘퍼스널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20년에는 젊은 층 고객을 타깃으로 연금 컨설팅과 은퇴 설계 기능을 강화한 완전 비대면 RA 플랫폼 ‘디지털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저비용의 자동화된 투자 자문·일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비용 전략으로 실질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한편, 고객 성향 기반 맞춤형 포트폴리오 투자와 리밸런싱으로 MZ(밀레니얼+Z) 세대 등 고객 기반을 확대하며 2022년 시장 점유율 37%로 시장 내 1위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양한 신탁 서비스 쏟아지는 일본
신탁은 위탁자가 신탁 계약 또는 유언에 의해 자기 재산을 신탁업자(수탁자)에게 이전시키고, 수탁자는 그 재산을 신탁 계약에서 정한 방법에 의해 관리·처분하며 운용상 발생한 수익을 수익자에게 귀속시키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종합재산 관리 수단 및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신탁업법' 개정을 통해 수탁 가능한 재산의 범위를 금전, 유가증권 등으로 한정한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변경하고, 신탁업을 주식회사 외 회사와 법인 등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위탁자·수익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어 2006년 또 한 번 '신탁법'을 개정해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사업신탁 등 다양한 신탁 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신탁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높였다.
이에 일본 신탁업은 전통적인 유언신탁 시장 외 유언대용신탁, 특정증여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등 다양한 신탁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탁 수탁고 규모가 183%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MUFG,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금융그룹이 신탁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MUFG의 신탁재산은 2022 회계연도 272조 엔에 육박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MUFG의 선도적인 시장 입지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유언신탁의 잠재고객인 고령층과 그 가족(후손)을 대상으로 ‘웰다잉’ 니즈를 다루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하며 장기적 고객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플랫폼은 종합적인 생활 관련 16가지 유형의 정보를 기록하고, 각 항목별로 특정 가족구성원을 지정해 원하는 시점에 전달할 수 있는 한편, 가족구성원을 연결해 3대에 걸쳐 친밀감을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요양시설에 디지털 기술 적극 도입
더불어 자사 직원과 상속 관련 전화 상담, 웹 유언장 작성 서비스 등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그룹사의 자산관리(WM) 디지털 플랫폼을 공유해 수익성·확장성이 높은 고액자산가를 공략하고 있다.
한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간병 서비스 중심의 헬스케어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에 최근 보험사가 위험관리와 장기 자산 운용 역량 등을 기반으로 웰스(wealth)와 헬스를 결합한 간병·요양 서비스 등 시니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일본 3대 보험그룹 중 하나인 솜포홀딩스는 손해보험, 생명보험, 해외사업, 간호·간병 등 네 가지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며, 2015년 자회사로 솜포케어를 설립해 요양 사업을 시작해 2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개인별 자금 사정과 간호·간병 서비스의 확장성을 고려해 고급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 재택 요양 등 다양한 니즈에 맞는 시설 요양 서비스 및 재택 간병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했다. 2021년 기준 솜포케어가 운영 중인 고령자 주택은 452개, 요양시설은 2만 7000여 실에 달한다.
또한 솜포홀딩스는 요양시설에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의 생산성, 안전성, 품질, 직원 부담을 개선하고 있다. 거주인의 외출 여부를 인지하는 로봇 ‘유니보(Unibo)’, 요양시설 입주자의 매트리스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수면 패턴, 호흡, 심장박동 등을 모니터링하는 파라마운트 베드(Paramount Bed)의 ‘네무리 스캔(Nemuri Scan)’ 기술 등을 통해 간병 데이터를 수집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 치매 등 질병 방지를 위한 분석에 활용 중이다. 솜포홀딩스는 요양 서비스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니어 비즈니스 등 관련 사업 확장을 모색 중으로, 2018년에는 라인 파이낸셜과 제휴해 시니어 대상 자산관리 및 보험 통합 서비스를 론칭했다.
진형석 삼정KPMG 시니어센터 파트너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