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에도 영향을 끼친다. 가전 기업들은 부족해지는 가사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제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
[스페셜] 인구 대변혁 시대 유망 섹터 - 테크 다수의 국내외 테크 기업은 저출생 및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현상에 주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내 1인당 가사노동 생애주기 흑·적자 추이를 살펴보면 유년 시절은 가사노동 적자 기간에 해당하고, 청년기에 흑자로 전환된 이후 75세를 기점으로 다시 적자 추이가 나타난다. 가사노동에는 가정관리(청소·설거지 등), 가족 돌보기 등이 포함된다. 돌봄이 필요한 유년기에는 가사에서 생산보다 소비가 많고, 생활에 제약을 체감하는 노년기에 다시 유사한 패턴으로 회귀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요양보호사, 수요 증가에도 직업 유지율 낮아
아울러 노인의 건강 관련 문제를 관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 요양보호사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요양보호사 직업 유지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40대 이하, 50대 요양보호사의 비율은 하락했고 60대, 70대 이상 요양보호사의 비율은 상승했다. 더욱이 국내 요양보호사의 직업 유지율의 경우, 2년 차에는 77%를 상회하나 10년 차에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35% 정도에 그친다. 점차 고령화 가정에서 가사 업무 보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건강 관련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종의 고령화와 이탈률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 테크 기업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 및 대체할 수 있는 로봇과 건강 보조 디바이스 등을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홈 시스템과 돌봄로봇을 통해 노인 가정의 가사를 대행·지원하고,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와 신체 향상 로봇을 통해 건강관리와 치료에 기여하는 테크 기업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유망 섹터를 모색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제반 제품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가전 기업의 경우 부족해지는 가사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제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가전 제품이 서로 원활하게 연결될 경우,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고령 가구와 1인 가구의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 정확도를 높인 지능화된 가전제품을 삼성전자, LG전자가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에 클라우드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제품군을 공개했다. LG전자는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인 DQ-C를 2023년 자체 개발해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에 적용했으며, 2024년 말까지 46개 가전 모델에 AI칩을 적용할 예정이다.
스마트 기기로 고령자 인체 정보 감지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와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를 토대로 가정 내 각기 다른 브랜드의 가전과 소형 기기, 월패드, 난방 제어 버튼 등을 상호 연동하는 움직임도 강화됐다. 스마트홈 제어가 원활히 작동될 경우, 고령자의 가정 내 움직임과 목소리를 감지하고 심박, 호흡 등 인체 정보를 센싱해 상황에 맞춘 가전 작동과 조명 제어가 가능해진다. 또한 위급 상황을 모니터링해 보호자와 의료기관에 알릴 수 있는 스마트홈 케어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다.
----
매터(Matter)
표준화된 통신 언어에 대한 필요성 대두로 인해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홈 서비스 업체들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홈 사물인터넷 표준
---
스마트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2021년 22조3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까지 27조6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서비스용 로봇 제품 개발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요양보호사의 고령화 이슈 외에도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2022년 2.2명)가 줄어드는 원천적 문제점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건강 돌봄·간병 외에도 형제·자매 수가 과거 대비 줄어든 어린이·청소년의 일상생활과 정서를 돌보고 학습과 놀이에 기여할 수 있는 ‘돌봄로봇’, ‘AI 반려로봇’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리켄연구소의 간병 로봇 ‘로베어’, LG전자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등이 대표적인 돌봄로봇으로 꼽히고 있다.
고령화 및 1인 가구의 비중 확대로 일상 속 지속적인 건강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지속 출시되고 있다. 시계, 반지 등 일상생활 속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건강관리를 위한 주요 지표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고령화 시대의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수단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심박수, 혈압, 체온 등 일상 환경에서 주요 건강 지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 라인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안과 보행 장애 극복하는 신체 보조 로봇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주요 테크 기업에서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출시 중이다. 삼성전자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한 반지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 ‘갤럭시 링’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가 개발되며 인구구조 대변혁 시대의 폼팩터·신제품 경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자 신체 활동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신체 보조 로봇 시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분야다. 노령 인구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노안과 보행 장애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안구 속 수정체의 조절력 감소와 관절 등의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다.
노안과 보행 장애를 위한 신체 보조 로봇으로 스마트 글래스 기반의 안경 기술과 보행 보조 로봇 등의 신기술이 공개되며 고령화로 촉발될 수 있는 시장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노안으로 인한 고령층의 시각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 셀리코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글래스 ‘아이케인(EyeCane)’을 개발했다. 아이케인은 퇴화되는 시력을 보조하기 위한 제품이다.
보행 보조 로봇은 고령자의 일상생활 속 보행 환경에서 편안한 활용을 위해 소형화된 로봇과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위로보틱스는 걸어 다니는 사람을 위한 보행 보조 로봇 ‘윔(WIM)’을 출시하며, 사람의 허리와 하체에 로봇을 부착해 보행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또한 2024년 3분기 보행 보조 로봇 ‘봇핏(Bot-fit)’을 출시할 예정이다. 봇핏은 바지처럼 착용하면 근력을 강화시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보행을 돕는 로봇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국내 실버타운 등에 시제품을 공급했다.
진형석 삼정KPMG 시니어센터 파트너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