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좋은 와인일수록 오래 즐기고 싶고, 가능한 한 여러 와인을 시도하고 싶다. 참 다행인 건 고급 와인을 ‘잔술’로 판매하는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이스]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클럽 코라빈 | ‘코라빈’은 2011년 미국 MIT 출신 의료기기 발명가 그레그 램브렛이 개발한 와인 보존 장비다. 코르크를 제거하지 않고 비활성 가스를 주입해 오픈한 와인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하는데, 수년이 지나도 미개봉 와인과 거의 동일하게 느껴질 만큼 신선도 유지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6층에 자리한 ‘클럽 코라빈’에서는 이 코라빈을 활용해 모든 와인을 잔술로 판매한다. ‘샤토 라피트 로쉴드’와 ‘샤토 무똥 로칠드’ 등 프랑스 5대 샤토 와인부터 부르고뉴 그랑 크뤼, 이탈리아 수퍼 투스칸을 비롯해 무려 700여 종의 와인을 글라스로 경험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비싼 300만 원대 프랑스 부르고뉴산 레드 와인을 글라스로 주문하면 40만 원 정도, 최저가 잔술은 7000원부터 시작한다. 25ml에서 150ml까지 잔술의 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뿐 아니라 소믈리에가 항시 상주해 와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도 특별하기는 마찬가지. 국내 유일 스패니시 미쉐린 스타 신승환 셰프가 주방을 담당해 타파스를 기초로 한 메뉴를 선보이는데 3000원부터 시작하는 핀초(스페인식 핑거푸드)부터 코스 메뉴까지 준비해 혼술 혹은 모임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2개의 룸을 갖춰 비즈니스 혹은 프라이빗한 미팅도 가능하다.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샤토무똥 로칠드 50ml 13만원, 이베리코 플루마 3만9000원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탭샵바 여의도 | ‘와인을 아메리카노처럼?’ 이 같은 모토를 표방한 와인 공간 ‘탭샵바’가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동대문, 청계천, 도산대로점에 이어 네 번째다. 탭샵바는 기계를 이용해 생맥주처럼 다양한 와인을 즉석에서 내려 맛볼 수 있는 ‘탭’ 공간과 1000여 종의 보틀 와인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숍’, 여러 가지 와인 페어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바’가 결합한 콘셉트다. 다시 말해 탭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숍에서 보틀로 구매한 뒤 바에서 안줏거리를 사서 먹을 수 있다. 숍에서 구매한 와인은 가지고 나갈 수도, 탭샵바 공간에서 추가 비용 없이 마실 수도 있다. 일종의 정육식당 같은 구조랄까. 정육식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잔술만 마셔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잔술은 자체 개발한 디스펜서(액체 자동 분배 기계)를 사용하는데, 엔트리 레벨부터 그랑 크뤼급 와인까지 50여 종이 준비된다. 국내 100여 개 와인 수입사로부터 와인을 매입해 대중적인 와인뿐 아니라 희소 제품까지 와인의 스펙트럼도 매우 넓다. 한식을 베이스로 한 메뉴도 자랑거리다. 합리적인 가격의 30가지 메뉴를 선보이는데 탭샵바의 자랑인 ‘오이스터 바’에선 매일 통영 현지에서 직배송된 싱싱한 굴을, 천안 목장에서는 날마다 신선한 부라타 치즈를 만들어 공수한다.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파니엔테 샤르도네 80ml 2만4800원, 그릴드 오이스터 3pcs 1만3900원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비노탭 시에나 |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특히 벽돌을 이용한 아치형 입구와 벽에 걸린 오크통이 프랑스 어느 와이너리의 카브(와인 동굴)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쪽 벽에는 와인 디스펜서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48종의 와인을 잔술로 즐길 수 있다. 한 잔에 6000원짜리 데일리 와인부터 프랑스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마고’와 미국 컬트 와인 ‘오퍼스 원’, 이탈리아 수퍼 투스칸 ‘사시카이아’ 등 고가의 프리미엄까지 와인 라인업이 매우 다채롭다. 특히 프리미엄 와인 이용 고객에게는 고급 와인잔 브랜드 ‘리델’의 글라스를 제공한다고. 와인 리스트는 평균 두 달에 한 번씩 교체해 언제 방문해도 새로운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과 곁들일 음식은 ‘세계미식가협회 국가대표 출전 4위’를 기록한 강지영 셰프가 책임지는데, 한우 라구 파스타와 시칠리아식 포항문어 야채절임 등 우리 식재료를 서양식으로 풀어낸 요리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와인을 보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비노탭 시에나’만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이를테면 와인 디스펜서 안에 라벨이 가려진 와인을 테이스팅해보고 품종과 생산 지역을 맞추면 해당 와인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을 진행한다.
오늘 ‘고급’ 와인 한 잔?
오퍼스 원 100ml 17만2000원, 진갈비살 로스트비프 6만3000원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