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인구절벽 해소 방안 중 하나로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 개발에 투입되는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성 관련 연구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펨테크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스페셜] 인구 대변혁 시대 유망 섹터 - 헬스케어 우리나라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을 정도로 난임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저출생, 인구절벽 해소 방안 중 하나로 난임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고 있으며, 연간 3일의 법정 난임 휴가를 지정하고, 인공 수정, 체외수정 등에 대한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는 저출생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난임진료 건수는 2018년 약 66만 건에서 2022년 약 91만 건으로 5년 사이 약 25만 건 증가했으며, 지방자치단체별 지원 정책 확대 등으로 인해 난임시술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국내 기업 또한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난임에 대한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난임 시술비와 42일의 난임 휴가를 제공하며,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는 임신 전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를 제공한다. 유한킴벌리는 2024년 5월 난임 전문 의료기관 마리아병원과 난임부부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한 같은 시기 차병원은 국내 최초 난임 연구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난임 트레이닝 센터’를 개소하는 등 난임질환 지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다양해지고 있다.
성별에 따른 의학적 지식에 큰 격차
국내에서 시행 중인 난임시술은 배란 예측, 인공 수정, 체외수정이 있으며, 시술 중 먹는 배란 유도제나 주사제가 사용된다. 난포 발달을 위한 클로미드의 ‘클로미펜’, ‘난포자극호르몬(FSH) 주사제’ 등이 처방되며, 필요한 경우 황체형성호르몬(LH) 주사제인 ‘루베리스’나 태반성성선자극호르몬(hCG) 주사제인 ‘프레그닐’, ‘오비드렐’ 등이 추가된다. 이처럼 1회의 난임시술 시에도 다양한 약제가 사용되고 있으므로, 난임시술이 증가하는 만큼 관련 제약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난임시술 증가와 함께 여성의 생리주기 관리, 부인과 암 등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의료 개발에 투입되는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그중 4%만이 여성 관련일 정도로 성별에 따른 의학적 지식에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 건강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여성의 건강관리 분야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펨테크(female+technology·femtech)’ 산업이 등장했다. 펨테크란 여성 건강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적용한 제품 및 서비스를 말한다. 난임 관련 기업으로는 체외수정, 난자동결 등 난임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캐롯과 난임 분야에서 보험의 원리를 사업모델로 도입한 가이아가 있다. 완경기 여성을 위한 AI 기반 디지털 치료 기기를 제공하는 미국의 비라 헬스와 원격의료로 호르몬 치료제를 처방하는 알로이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여성 질환 진단 관련으로는 기존 검사보다 난소암 초기 진단에 53% 더 효과적인 비침습성 혈액검사로 평가되는 ‘아크리비스’를 개발한 AOA 등이 등장했다. 이처럼 펨테크 기업은 난임, 생리주기 관리, 부인과 암 및 골반저 질환 등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펨테크 산업은 높은 시장 잠재력을 기반으로 2030년 약 1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거노인의 돌발 사고에 즉각 대응
한편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 돌봄 서비스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신체 및 인지 기능 저하로 치매나 낙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치매노인, 독거노인 등 피요양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전체 노인인구의 16.5~26.3% 정도가 노인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의료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전체 고령화 가족 중 독거노인 및 노인 부부 가구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반면,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독거노인의 주거 보안, 낙상 등 돌발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원격제어 솔루션이 도입되고 있으며, 시니어의 정신과 육체 건강관리를 위한 스마트 스피커 등 다양한 스마트홈 디바이스가 개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8만 명에 육박하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으므로 치매 환자 증가는 가속화될 전망이며, 2030년에는 142만 명, 2050년에는 3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환자의 인지 저하 증상을 완화해주는 용도로 처방됐지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등 원인을 해소하거나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알츠하이머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축적을 막는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잇따라 출시되는 치매 치료제
지난 2021년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아두카누맙 성분의 ‘아두헬름(Aduhelm)’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치매 치료제 승인을 획득했지만 가격, 부작용 등을 이유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 2023년 7월 레카네맙 성분의 ‘레켐비(Leqembi)’로 두 번째 FDA 승인을 획득했으며, 현재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처방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레켐비는 환자들이 병원 방문 없이 집에서 주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이 허가 심사 중이며, 미국 일라이릴리는 도나네맙 성분의 ‘키순라(Kisunla)’로 2024년 7월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잇따른 치매 치료제 승인 및 출시로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며, 전체 항체 치료제 시장 또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경수 삼정KPMG 시니어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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