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의 양리단길은 서핑의 성지라고 불리며 ‘대한민국 핫플 1번지’로 군림한 대표적인 신흥 상권이다. 그중에서도 수심이 낮고 파도가 센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은 국내 서핑 스팟으로 서퍼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자리잡았다.

[상권 분석]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사진=연합뉴스
‘핫플 1번지’ 양양 양리단길, 승승장구 웨이브 주춤하나
코로나19 이후 서핑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며 강원도 양양의 양리단길 상권이 급성장했다. 이후 양양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양리단길 상권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양리단길 상권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했다.

이번에 분석할 양리단길 상권은 양리단길 핵심 상권을 비롯해 인구해변과 죽도해변 일대 상권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양리단길의 핵심 소비층인 20대의 결제 히트맵을 살펴보면 양리단길 메인 거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핫플 1번지’ 양양 양리단길, 승승장구 웨이브 주춤하나
2024년 매출 269억 원...전년비 15.5% 감소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6년간(2019~ 2024년) 양리단길 상권의 1~8월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양리단길 상권의 매출 규모는 올해 2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리단길 상권 매출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팬데믹 시기에 매년 급성장하는 추이를 보였지만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2023년부터는 조금씩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양리단길 상권의 극성수기인 8월 결제 건수와 건당 결제액을 놓고 보더라도 이 추이는 그대로 나타난다. 양리단길 상권의 결제 건수와 건당 결제 금액 모두 매출 추이와 비슷하게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결제 건수가 약 1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당 결제액은 1.4%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 눈에 띄는 지점이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변 주변 상가.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변 주변 상가. 사진=연합뉴스
10명 중 6명은 2030…‘큰손’은 30대 남성

올해 1~8월 양리단길 상권의 성별·연령대별 결제 비중을 살펴보면 연령대별로는 20대(23.2%)와 30대(35.9%)를 합한 비율이 59.1%로 10명 중 6명 꼴로 2030세대다. 양리단길 상권의 ‘큰손’은 30대 남성(24.3%)으로 나타났다. 40대 남성의 결제 비중이 30대 남성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양리단길 상권의 유자녀 결제 비율이 34%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젊은 부부들이 가족여행지로도 양리단길 일대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핫플 1번지’ 양양 양리단길, 승승장구 웨이브 주춤하나
‘핫플 1번지’ 양양 양리단길, 승승장구 웨이브 주춤하나
하지만 양리단길 상권의 핵심인 2030세대의 매출 규모가 급감했다. 특히 유행을 선도하는 2030 여성층의 매출 감소가 눈에 띄는데, 20대 여성(-43.09%)과 30대 여성(-22.24%) 모두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남녀 모두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60대 이상에서만 매출이 증가한 것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양리단길 상권의 최근 1년간(2023년 9~2024년 8월) 업종별 월매출 추이를 보면 양리단길 상권은 여름 성수기와 겨울 비수기가 확연히 구분된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여름이 될 때마다 매출이 급증하는 그래프가 마치 파도의 모양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2022년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매출 파도의 세기가 약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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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살펴보면 양리단길 상권은 외식업 비중이 75.9%로 압도적으로 높다. 소매(16%)와 서비스(5.5%)를 제외하면 나머지 업종의 비중을 모두 합해도 2.6%에 불과할 정도로 3개 업종의 강세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전형적인 관광지 상권의 특성이다. 문제는 전 업종에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올해 1~8월 양리단길 상권의 업종별 매출 증감 데이터를 살펴보면 1년 전과 비교해 소매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장 비중이 큰 외식업도 14.5% 감소했고,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소매 업종도 20.2% 감소하면서 양리단길 상권은 지난해보다 15.5%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건비·임대료 치솟으며 폐업 위험 높아져

마지막으로 양리단길 상권의 시간대별, 요일별, 일별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자. 양리단길 상권의 매출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는 언뜻 보면 점심시간대 같지만 저녁시간 이후 심야 시간까지도 낮 시간 못지 않은 매출이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핵심은 밤 시간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직장인들의 주말 휴양지로 명성을 쌓아온 만큼 휴일 평균 매출이 평일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중에서도 토요일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결국 양리단길의 핫한 시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여름 #주말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핫플 1번지’ 양양 양리단길, 승승장구 웨이브 주춤하나
지금까지 ‘오픈업’의 데이터를 통해 양리단길 상권을 분석해봤다. 양리단길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비단 양리단길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리단길이 속한 양양군 전체가 안고 있는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여름 강원도 내 지역별 해수욕장 방문객은 주요 해안가 지역 중 양양군만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모두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땅값과 임대료, 인건비가 모두 오르며 폐업을 하는 매장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 제한을 비롯한 개발 호재와 지역 상권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는 등 ‘대한민국 핫플 1번지’ 양리단길 상권이 가진 경쟁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양리단길 상권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돌아서고 있는 2030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템과 좋은 입지를 분석해보길 바란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