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환경을 바꾸면 상권이 달라진다. 보행환경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쇼핑몰과 점포의 매출이 증가한다. 차량과 보행자와의 공존, 보행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길이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다.

[부동산 정석]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일반적으로 보행이란 '걷는다'라는 의미를 지닌 다른 모든 교통수단과 연계되는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의 하나다. 또한 보행이란 이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수단으로 시작과 마무리를 장식한다.

광역시의 경우 보행 수단의 교통 분담률은 20%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적지 않다. 도시에서의 보행 환경은 자동차 위주로 구성돼 사람들에게 좋은 보행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자동차와 이에 수반되는 도로의 확장은 보행 환경까지 악화시킨다. 대중교통, 녹색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인간은 어떻게 걷는가’…보행 환경 바꾸면 상권이 달라진다
좋은 보행 환경에서 우회보행 증가


선진국에서는 도심의 상업 지역이 쇠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보행자를 위한 공간 계획이 주요한 관심사가 됐다. 국내 또한 보행 환경 개선에 관심이 높아져 서울시의 경우 걷고 싶은 거리 사업, 보행자 전용지구 지정, 보행 환경 개선 사업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상업 지역의 가로환경 개선은 지역상인뿐만 아니라 지역거주민과 건축주, 토지소유주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큰 관심 사항이다. 가로환경이 보행자의 구매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상가 내에서의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구매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다.

‘인간이 어떻게 걷는가’를 아는 것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매우 중요하다. 일단 쇼핑몰과 점포 내로 고객이 들어와야 쇼핑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는 데는 쇼핑몰이나 내 점포가 가진 경쟁력보다는 가로환경이 어떻게 구성됐는지가 중요하다. 쇼핑에 대한 고민 이전에 보행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사람들이 도보를 통해 출입,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은 연결의 기능과 함께 건강, 놀이, 만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보행 환경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쇼핑몰과 점포의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보행 특징을 보인다. 사람들이 언제나 특정 목적지를 향해 최단거리로 걷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한 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북촌 주민 통행량의 20.8%, 성산 16.6%, 상계 13.5%는 우회보행을 했다. 우회보행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북촌인데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고 돌아갈 만큼 흥미로운 주변의 보행 환경 때문이다.
‘인간은 어떻게 걷는가’…보행 환경 바꾸면 상권이 달라진다
우회보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길의 폭이었다. 길의 폭이 20m 이상인 대로보다는 10m 미만인 이면도로에서 우회보행이 많이 일어났다. 걷지 않고 머물기도 대략 10% 수준에서 일어났는데 소규모 점포에 들르고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걸을 때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보행 환경이 우호적인 곳이라면 우회하고 이면도로를 걷거나 멈춰서 주변을 구경하기도 한다. 걸어서 많은 것을 편하게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많이 걷게 되는 곳이 좋은 보행 환경이다. 걸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차를 덜 이용하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 기회도 많아져 상권 이용도 높아지니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보행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차량만 고려하는 일방통행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행자 중심의 도시 환경 개선을 통해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걷고 싶은 ‘보행 친화 도시’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른바 ‘보행권’의 확보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구에서는 장기간 연속적으로 시행한, 차를 배제한 거리는 상권 활성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를 배제한 보행 환경 개선이 아니라 자동차와 공존하는 보행 환경 개선이 목표가 돼야 한다. 보행 환경 개선 사업은 시민과 함께 자동차 운전자와 상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보행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높으나 주변 상가의 매출 증가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차 없는 거리 사업이 상권 변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인사동길 상인들의 경우 차 없는 거리 사업이 오히려 상가 영업의 매출을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할 때는 화장실, 벤치, 쓰레기통 등의 시설물 또한 확충해야 한다. 지속적인 청결 유지와 행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더 큰 문제는 주차공간의 부족과 통행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실시한 ‘차 없는 거리’는 사람마저 떠나게 만든다.
평일에도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인사동 거리. 사진=한국경제
평일에도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인사동 거리. 사진=한국경제
보행 환경을 바꾸면 상권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자동차로 쇼핑하는 고객들에 대한 배려만 있었지만 이제는 움직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보행 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한 상권과 상가의 계획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큰 도로보다는 이면도로를 좋아하고 직선으로 이동할 것 같지만 우회하거나 곡선으로 움직인다.

이면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시도가 늘고 있는데 이는 차량통행만을 고려한 시도다. 보행 환경까지를 고려한다면 일방통행으로 인해 차량의 양과 속도가 빨라져 보행 환경은 더 불편해진다. 따라서 일방통행으로 바꾼 이면도로의 경우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차량 운전자들에게 보행자가 우선인 도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표식과 계도가 함께 필요하다. 차량과 보행자와의 공존, 보행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길만이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